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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재도 Jun 28. 2023

모자이크 환상

세 번째 환상 //  말미잘(2)  영원한 사랑

Poetic Novel & Story Poem

(시 소설 & 소설시)

모자이크 환상 

         

시와 소설의 경계를 해체하는 순수문학 판타지!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문(詩文) 속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환상의 세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새로운 장르가 열린다.  

                                                                   

               




세 번째 환상 

말미잘(Sea Anemone)(2)

영원한 사랑


 




6


 

세 번의 33일이 지나고 이제 100일의 마지막 하루입니다.

공주는 아버지바위산 초록호수가 보이는 동쪽 정상에 올랐습니다.

왕자는 아버지바위산 초록호수가 보이는 서쪽 정상에 올랐습니다. 

드디어 초록호수별과 파랑바다별의 자오선이 서로 겹칩니다. 

초록호수에 두 개의 달이 잠깁니다.

동쪽 초록달에 파란 왕자의 얼굴이 나타납니다. 

서쪽 파랑달에 초록 공주의 얼굴이 나타납니다.


― 아아! 당신은 누구신가요?

저는 붉은 하마제국의 아프로디테 공주입니다.

제 영혼의 황금꽃을 피워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부디 제 가슴속 황금꽃이 시들지 않게 해 주세요.


― 오오! 그대는 누구신가요?

나는 하얀 악어왕국의 아도니스 왕자입니다. 

내 영혼의 황금꽃을 가슴에 품고 그대를 맞이합니다.

그대는 제 황금꽃에 내리는 빛의 성수(聖水)입니다.


― 아아! 초록달 속에 잠겨있는 파란 왕자님! 

당신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제가 왕자님의 하얀 악어왕국으로 가야 하나요?


― 오오! 파랑달 속에 잠겨있는 초록 공주님!

그대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내가 공주님의 붉은 하마제국으로 가야 하나요?


안 돼요, 안 됩니다. 

붉은 하마제국과 하얀 악어왕국 사이에는 

교역 일체는 물론이고 접촉과 왕래조차 금지되어 있어요. 

천년의 전쟁과 대립역사 끝에 맺어진 불변조약이지요.

이를 어기면 극형을 당하거나 초록호수별에서 영구추방 되지요.

그러나 동 뱀강과 서 뱀강 사이에 델타아일랜드가 있지요.

두 나라가 조약으로 체결한 중립지대이지요.

이곳에는 불변조약이 적용되지 않지요.

공주와 왕자의 사랑은 그곳에서 결실을 보게 되겠지요. 

그곳에서 완전하고 완벽한 사랑이 이루어지겠지요.

           

― 아아! 왕자님, 왕자님 얼굴이 비친 저 초록달도 이 초록호수 물과 함께 위대한 뱀강을 타고 내려가겠지요. 저는 지금 저 초록달을 따라 뱀강 하구 동쪽 강변에서 델타아일랜드로 가겠어요. 그곳에서 제 영혼의 황금꽃을 왕자님께 드리겠습니다. 


― 오오! 공주님, 공주님 얼굴이 비친 저 파랑달도 이 초록호수 물과 함께 위대한 뱀강을 타고 내려가겠지요. 나도 지금 저 파랑달을 따라 뱀강 하구 서쪽 강변에서 델타아일랜드로 가겠어요. 그곳에서 내 영혼의 황금꽃을 공주님께 바치겠습니다.



7 

     


초록호수에 잠긴 초록달과 파랑달이 

위대한 뱀강으로 흐르는 물결을 타고 흘러갑니다. 

공주와 왕자는 동서 양쪽 정상에서 그 물결을 따라갑니다.

바위산 정상 아래 꿈의 빙벽을 타고 내리고 

빙벽 아래 거대한 폭포와 절벽을 기어 내리고 

절벽 아래 날카로운 바위 협곡을 뚫고 나아갑니다.

울창한 숲을 헤치고 광활한 들판을 달립니다. 

드디어 공주는 위대한 뱀강 하구 동쪽 강변에 왔습니다.

드디어 왕자는 위대한 뱀강 하구 서쪽 강변에 왔습니다.

그러나 강변에는 델타아일랜드로 가는 배가 없습니다.


― 아아! 왕자님, 강을 건널 배가 없어요. 


그때 강물 속에서 붉은 하마가 떼를 지어 나타납니다. 

붉은 하마 떼가 강폭을 가로질러 줄을 섭니다. 

하마 떼가 튼튼한 등을 서로 기대고 떠받쳐 다리를 만듭니다.

공주가 하마 등짝 다리를 밟고 강을 건너갑니다.      

공주가 델타아일랜드에 내렸습니다. 

붉은 하마 떼가 모두 앞발을 들고 흔들며 웃으면서 공주를 배웅합니다.


― 오오! 공주님, 강을 건널 배가 보이지 않아요. 


그때 강물 속에서 하얀 악어가 떼를 지어 나타납니다. 

악어 떼가 강폭을 가로질러 줄을 섭니다. 

악어 떼가 넓은 주걱턱 이마를 서로 마주치고 떠받쳐 다리를 만듭니다.

왕자가 하얀 악어 턱 다리를 밟고 강을 건너갑니다.      

왕자가 델타아일랜드에 내렸습니다. 

악어들이 모두 꼬리를 흔들며 웃으면서 왕자를 배웅합니다.     

  

델타아일랜드 중앙에 푸른 초원이 있습니다. 

초원 동쪽에서 공주가 달려옵니다.

초원 서쪽에서 왕자가 달려옵니다.

초원 중앙에서 공주와 왕자가 격렬한 포옹을 합니다.      

  

― 아아! 왕자님, 이제야 제 사랑을 찾았습니다. 

― 오오! 공주님, 이제야 제 연인을 만났습니다.      

  

공주와 왕자의 입술이 포개집니다.

공주와 왕자의 가슴이 열립니다.

초원은 부드러운 벨벳 침대가 되고 

초록 파랑 두 달빛이 서로 엮여 주단 이불이 됩니다. 

서로의 세포 하나하나에 

서로의 체취와 숨결이 녹아듭니다.

모든 감각이 하나의 공감각으로 통일됩니다. 

  

바람과 구름은 낮은 곳으로 느리게 흐르고

초원에 누워있던 키 작은 풀들이 모두 일어나 

제각각 향기를 품은 꽃을 피워냅니다. 

숲속 나무에서 일제히 목향(木香)이 피어납니다.

일곱 개 행성에서 쏟아진 빛이 

초원 위에 무지개 서광을 비춥니다.

어머니별 항성 백색거성에서 

순수한 생명에너지가 투사됩니다.

두 개의 달과 일곱 개의 행성과 한 개의 항성이 

하나의 생명에너지로 통일됩니다. 

  

전 우주와 합일된 완전한 사랑입니다. 

전 우주를 품은 완벽한 사랑입니다.           

 


    



― 아아! 왕자님, 저는 당신을 만나 너무도 행복합니다.

초록호수별의 아름다운 전설이 드디어 이루어졌어요.

온 우주가 감사와 축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이 모든 순간이 너무도 큰 기쁨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단지

우리만의 것으로 할 수는 없어요. 

저는 이 행복을 이 초록호수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 오오! 공주님,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완전하고 완벽한 사랑일수록  서로 공유할 때 더 크고 더 깊게 완성되지요. 

이렇게 큰 축복과 기쁨을 초록호수별 전체에 나누도록 합시다. 

이제는 붉은 하마제국과 하얀 악어왕국으로 돌아가 

우리 사랑을 모든 신민과 국민에게 전하도록 합시다.

이 초록호수별을 행복이 넘치는 평화의 낙원으로 만듭시다.

우리 사랑으로 두 나라 사이의 천년전쟁과 대립역사를 끝내도록 합시다.

  

― 아아! 왕자님, 당신 사랑은 더 크고 더 넓군요. 

저는 이제 왕자님의 하얀 악어왕국으로 가겠어요.

그곳에서 우리 행복을 전하겠어요.

어떠한 위험과 시련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겠어요. 

  

― 오오! 공주님, 당신 영혼은 더 깊고 더 고귀하군요. 

나는 이제 공주님의 붉은 하마제국으로 가렵니다. 

그곳에서 우리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어떠한 대가와 희생을 치르더라도 굽히지 않겠습니다.     

  

아프로디테 공주는 서 뱀강으로 갑니다.

하얀 악어 떼가 다시 나타나 다리를 만듭니다. 

공주가 악어 턱을 밟고 강을 건너갑니다. 

악어 떼가 모두 꼬리를 흔들며 공주를 배웅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아도니스 왕자는 동 뱀강으로 갑니다. 

붉은 하마 떼가 다시 나타나 다리를 만듭니다. 

왕자가 하마 떼의 등을 밟고 강을 건너갑니다.

하마 떼가 모두 앞발을 흔들어 왕자를 배웅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 나는 붉은 하마제국의 국경수비대장입니다. 

교류가 금지된  동 뱀강을 건너온 당신은 누구인가요?

― 나는 하얀 악어왕국의 아도니스 왕자입니다. 

― 당신을 불변조약 위반죄로 체포합니다.      

  

― 나는 하얀 악어왕국의 국경수비대장입니다. 

교류가 금지된 서 뱀강을 건너온 당신은 누구인가요?

― 저는 붉은 하마왕국의 아프로디테 공주입니다. 

― 당신을 불변조약 위반죄로 체포합니다.  

   

하얀 악어왕국의 궁정 앞 광장법정에서 재판이 열리고 판결이 선고됩니다.     


― 붉은 하마제국의 아프로디테 공주는 불변조약을 위반하였다. 더구나 하얀 악어왕국의 아도니스 왕자를 유혹하여 돌이킬 수 없는 불륜의 죄를 범하였다. 이 죄는 왕자를 존경하는 하얀 악어왕국 국민의 자긍심과 명예를 짓밟은 너무도 큰 죄라 극형으로도 모자란다. 이에 하얀 악어왕국 법정은 아프로디테 공주에게 조약위반죄로 정한 영구추방을 명하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마법저주를 내린다. 


추방지에서 아프로디테 공주는 동물의 가장 불결한 항문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먹이는 오직 그 항문으로 섭취해야 하고 배설물을 그 항문으로 다시 토해야 할 것이다. 식물처럼 한 곳에 달라붙어 이동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몸속에 쌓인 독소를 쏘아 잡은 먹이를 먹게 될 것이다.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항문에 붙은 머리카락을 흔들어 창녀처럼 웃음을 팔아야 할 것이다.     


붉은 하마제국의 궁정 앞 광장법정에서 재판이 열리고 판결이 선고됩니다.


― 하얀 악어왕국의 아도니스 왕자는 불변조약을 위반하였다. 더구나 붉은 하마제국의 아프로디테 공주를 강제로 범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성폭행죄를 범하였다. 이 죄는 공주를 사랑하는 붉은 하마제국 신민의 자긍심과 명예를 짓밟은 너무도 큰 죄라 극형으로도 모자란다. 이에 붉은 하마제국 법정은 아도니스 왕자에게 조약위반죄로 정한 영구추방을 명하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마법저주를 내린다. 


추방지에서 아도니스 왕자는 팔, 다리가 없어지고 대신 꼬리와 지느러미가 달린 아주 작은 물고기로 변할 것이다. 꼬리와 지느러미로 힘들게 헤엄쳐 이동해야 하고 항상 제보다 더 큰 물고기의 먹잇감이 되어 쫓겨 다녀야 할 것이다. 먹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에게 먹이를 유인해주어야 하고, 정작 그 자신은 그 생명체가 먹고 뱉어낸 배설물을 먹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공주와 왕자가 광장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합니다. 

    

― 붉은 하마제국 신민과 하얀 악어왕국 국민 여러분!

우리는 아프로디테 공주와 아도니스 왕자입니다. 두 나라가 맺은 불변조약 위반 형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랑은 초록호수별의 전설을 구현한 시공을 초월한 완전하고 완벽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우리 둘처럼 완전한 사랑을 알게 해달라고. 여러분들에게도 두 개의 달과 일곱 개의 행성과 한 개의 엄마별 항성 에너지를 받은 완벽한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비록 우리는 이 초록호수별에서 추방되지만, 우리 사랑과 영혼은 영원히 이 별에 스며들어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랑과 희생으로 위대한 뱀강 국경선이 활짝 열려 두 나라의 천년전쟁과 대립역사가 평화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이 초록호수별이 두 나라의 모든 신민과 국민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행복 낙원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9      



사실 천년에 한 번 초록호수별과 두 개 위성, 파랑바다별과 두 개 위성, 이 여섯 개 별의 자오선이 정확하게 겹치는 날이 있고, 이 순간, 두 행성 사이의 시간과 공간이 해체되어 생명체의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해진다고 했지만, 정작 이 순간이 언제인지는 초록호수별에 사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불변조약에서 정한 영구추방 형벌은 단지 극형을 실행하기 곤란한 죄수에게 내리는 극형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었다. 영구추방 형벌을 받으면 언제일지도 모르는 여섯 개 별의 자오선이 겹치는 날까지 궁정 광장에 세워진 가장 높고 차가운 첨탑 감옥에 갇혀있어야 하고, 이 동안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그 어떤 것도 제공되지 않았다. 결국 영구추방 형벌은 혹독한 첨탑 감옥에서 굶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초록호수별에 전해 내려오는 구전(口傳)에 의하면, 아프로디테 공주는 하얀 악어왕국의 궁정 광장 첨탑 감옥에, 아도니스 왕자는 붉은 하마제국의 궁정 광장 첨탑 감옥에 50년간 갇혀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첨탑 감옥에 갇혀있었던 50년 동안 어머니별 백색거성이 첨탑 감옥의 작은 창문으로 백색광 생명에너지를 투사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거짓말 같이 동시에 첨탑 감옥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초록호수별에서는 그들이 사라진 바로 그날, 여섯 개 별의 자오선이 겹치는 순간이 있었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10      



이곳은 백색거성계에 속한 또 다른 행성 파랑바다별 바다입니다. 해저 바위틈에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이상한 생명체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동물의 항문처럼 생겨 바위틈에 달라붙어 있는 이상한 몸에서 머리카락 같은 촉수가 활짝 피어나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저는 초록호수별 붉은 하마제국의 아프로디테 공주입니다. 

이곳 파랑바다별 바다로 추방당할 때 제 몸은 동물의 항문처럼 추악하게 변하고 말았지요. 하얀 악어왕국의 마법저주가 실현된 것이지요. 그러나 비록 제 몸이 변했다고 하나 왕자님을 향한 제 사랑까지 변한 것은 아니지요. 우리 사랑은 시공을 초월한 완전한 사랑입니다. 저는 이곳 파랑바다별 바다에 온 이후로 오직 이 바위틈에 붙어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지요. 물결에 하늘거리는 촉수는 제 머리카락이지요. 왕자님은 저의 이 머리카락만 보고서도 분명 저를 알아보실 테 지요. 제가 머리카락 촉수를 펼쳐 물결에 하늘거리는 것은 왕자님께 저를 나타내기 위해서이지요.


Do not touch me! 

저를 건드리지 마세요.

저는 머리카락 촉수로 독을 쏜답니다.

제가 독을 쏘는 이유는 왕자님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왕자님과 저는 델타아일랜드 중앙 초원에서

모든 세포가 하나의 공감각으로 통일되었지요.

완벽한 사랑으로 하나가 되었지요. 

백색거성계에 속한 모든 별에 충만한 생명에너지로 한 몸이 되었지요.

그래서 왕자님은 제가 쏘는 독에 내성이 있겠지요.

그러므로 제가 쏘는 독에 반응하지 않는 다른 생명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처럼 마법저주를 받아 모습이 변해버린 왕자님이겠지요. 


나는 초록호수별 하얀 악어왕국의 아도니스 왕자입니다. 

나는 이곳 파랑바다별 바다로 추방당할 때 작은 물고기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지요. 붉은 하마제국의 마법저주가 실현된 것이지요. 그러나 공주님을 향한 내 사랑까지 변하지는 않았지요. 나는 오직 공주님을 찾아 이곳 파랑바다별 바다를 헤엄치고 다녔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막 큰 물고기의 먹잇감이 될 위태로운 순간이었지요. 몸을 숨길 피신처가 필요했지요. 그때 바위틈에 붙어 물결에 하늘거리는 해초 같은 촉수가 눈에 띄었지요. 오오! 내가 공주님의 그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어찌 알아보지 못할까요.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 나는 재빨리 그 머리카락 촉수 속으로 숨었지요. 그때 공주님이 하늘거리는 촉수로 독을 쏘아 적을 물리치고 나를 구했지요. 


우리는 델타아일랜드에서 서로를 품었지요. 

이때 모든 세포를 하나의 공감각으로 통일했지요.

내 몸이 비록 작은 물고기로 변해있었지만,

공주가 쏘는 독이 내게 해를 끼칠 수는 없었지요.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났던 것이지요. 

     

제 몸이 항문처럼 생기면 어때요.

내 몸이 작은 물고기인들 어때요.

공주와 왕자의 신분이 뭐 그리 대단한가요.

우리가 사는 곳이 초록호수별인들 파랑바다별인들

그것이 무슨 문제예요.


독으로 쏘아 잡은 먹이와 

그 배설물을 먹고 산다고요. 

그러면 어때요.

그것이 우리의 달콤한 키스인데.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고

우리 사랑이 영원하다면

이 모든 것이 무엇이 문제예요.


우리는 이곳 새로운 정착지 파랑바다별에서 

마법저주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그 옛날 사랑과 존경을 받던 공주와 왕자의 신분이 아니라 

몸의 형태마저 저주의 굴레에 씌워진 고달픈 삶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저주를 승화시켜 

서로를 돌보고 배려하는 행복한 공생관계이지요. 

  

우리 사랑은, Not Anemos!

바람결 꽃잎처럼 바로 져버리지 않지요.

지금도 시공을 초월하여 계속되고 있지요.  


         

11  

    


이곳은 수많은 은하계 중 태양계의 지구별 바다이지요. 

그런데 백색거성계의 파랑바다별에 살고 있던 우리가 어떻게 이 지구별 바다에 와서 살게 되었냐고요? 우리가 어떻게 이곳 태양계의 지구별 바다에서 말미잘(Sea Anemone)흰동가리(Anemone fish)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냐고요?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아마 우리가 그 파랑바다별에서 살고 있던 어느 한순간, 파랑바다별의 엄마별 항성 백색거성과 이 지구의 엄마별 항성 태양의 자오선이 서로 겹치는 아주 특별한 날이 있었겠지요. 그때 아무도 모르는 또 하나의 우주의 신비가 펼쳐졌고, 이때 태양계와 백색거성 사이에 시공을 초월한 생명체의 이동이 있었겠지요.

      

우리가 살아갈 미지의 인생이 경이로운 것처럼,

그래요, 당신이 오늘 바라보는 저 은하계 너머 광대한 우주에는,

당신이 알 수 없는 신비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답니다.

이 모든 신비한 일 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우리 사랑하지요. 

  

초록호수별과 파랑바다별이 속한 백색항성계와 

이 지구별이 속한 태양계의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가 완성한 완전하고 완벽한 사랑 

우리 가슴속에 언제나 피어있는 영혼의 황금꽃

그 꽃으로 피워낸 우리 사랑이지요.

Not Ane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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