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만난 부산을 기억한다
해운대의 밤바다 노래하던 파도의 흰 거품
태종대의 언덕과 샛길도 기억한다
우리 모두는 여백이 많은 한 권의 책이어서
홀로 써 가던 이야기가
그대를 만나 이기대를 걷다가 광안대교를 건너
자갈치 시장 골목을 지나
다대포항의 생선 비린내를 맡다보면
서로가 서로를 그리고 적는*
희망의 노래가 되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어떻게 자라고 사랑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아비가 되고 어미가 되는지
알 것도 같다 모를 것도 같다
둘이 걷던 거리에 동백섬에 벚꽃 흐드러지면
함께 걷는 발끝마다
아이의 웃음이 태어날 것이다
오래 지지 않는 여름의 백일홍
무성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자 오직 천 년에 한 번 피는 꽃처럼
만수무강하자 평안하자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이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홀연히 사라지듯
현실과 이상의 언저리에서
길 잃지 말고 오래 행복하자
* 에셔의 그림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