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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24. 2022

66. 방탄소년단 31일 챌린지

방탄소년단 덕후 일기 66


박연준 시인이 쓴 산문집 <쓰는 기분>을 읽었다.  

필요한 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다. 쓴다는 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의 대체 행동, 능동적인 말하기다. 쓰기 싫을 때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다. (중략) 믿어야 한다. 당신이 내 이야기를 몹시 듣고 싶어 한다고, 내겐 중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 박연준, <쓰는 기분> 中


이 책에서 나는 위의 문장을 발견했다. 말하고 싶지 않아 글을 쓰지 않았던 날들을 지나, 달리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면서도 무작정 말을 건네고 싶은 요즘이었는지 위 문장이 담긴 문단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5월의 어느 날,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31일 챌린지'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이 타임라인에 섞여 들어왔다. 방탄소년단 컴백이 예고된 2022년 6월 10일로부터 꼬박 31일을 거슬러 올라 하루에 하나씩,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질문에 각자의 답을 내보는 형식의 챌린지였다. 쉽게 말하면 5월 10일부터 6월 9일까지 총 31일간, 매일 방탄소년단 질문 하나에 답을 하나 하는 것. 그렇게 컴백을 즐겁게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격 급한 나는 31개의 질문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답을 적어버렸다. 말과 글이 고프던 때였다. 내 이야기를 당신이 듣고 싶어 한다고 감히 믿으며. 아래는 그 31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서두른 답이다.






DAY 1.

Q. 방탄소년단에 입덕 한 계기

A. 무려 URL에 숫자 1번을 달고 첫 번째로 쓰인 아래의 덕후 일기에 보다 자세히 쓰여 있다. 강력했던 덕통사고.



DAY 2.

Q. <2 COOL 4 SKOOL>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A. <좋아요>. 본인의 경험담 혹은 상상이 충분히 녹아 있는 곡이다. 물론 1집이니까 이해하는 파릇파릇한 사랑 노래다.



DAY 3.

Q. 방탄소년단 역대 뮤직 비디오 중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A. <Not Today>.

원래도 좋아하는 뮤직비디오였지만 가장 좋아하게 된 건 역시 콘서트 현장 때문이다. 본 공연 시작 약 1시간 전부터 무대 전광판을 통해 활동 순서에 맞춰 뮤직비디오가 상영된다. <No more dream>부터 <Permission to dance>까지. 내가 이곳에 있구나, 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시간. 이중 <Not today>는 그 중간쯤에 위치하는 곡이다. 분홍으로 물든 하늘 아래 멤버들을 포함한 군중이 뛰어가다 하얀 바탕에 검은색으로 쓰이는 Not today 글자. 폐건물로 이동한 카메라가 홀로 걸어오는 남준이를 팔로잉을 하며 시작되는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전율이 흐르곤 했다. 야외 공연장일 경우엔 해가 막 져가는 타이밍이고, 실내 공연장이라면 대부분 착석이 끝나 하나의 목소리로 떼창이 가능한 타이밍. 그 모든 우연이 합일된 가장 좋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DAY 4.

Q. 가장 좋아하는 하트소년단 무대

A. 2017 가요대제전 <고민보다 GO>

때는 2018년 1월 1일. 새해 첫 곡을 뭘로 들을까 고민하기도 전에 자정이 막 넘는 순간 2017 가요대제전에서 별안간 <고민보다 GO>를 불러제낀 방탄소년단 덕에 본의 아니게 탕진잼한 한 해를 보내게 했던 추억. 아미 가슴에 삼천 원 하나쯤은 있잖아요? 발바닥, 엉덩이, 손가락.. 하트를 어디다 붙였나, 하트를 체크하며 탕진잼을 따라 불렀던 그때.



DAY 5.

Q. O! RUL8,2? 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A. 진격해 방! 탄! 소년단처럼. <진격의 방탄>



DAY 6.

Q.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단체 셀카

A.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달려라 방탄> 캐나다 편. 팬케이크 재료와 시리얼을 사러 들어간 마트 초입 CCTV 화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찍은 셀카다. 헤어나 메이크업, 의상이 세팅되지 않아 자연스러운 그 상태로 지금이기에 가능한 순간을 기록하는 분위기가 참 예뻐서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외에 엘리베이터 천장을 올려다보며 찍은 셀카나 발만 모아서 찍은 단체 셀카도 좋아한다. 무방비하게 툭, 무심한 듯 쓱, 긴장하지 않고 훅 찍는 일곱의 사진이 좋다.



DAY 7.

Q.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단체 브이앱

A. 2016년 크리스마스이브 [BTS Live : 방탄 크리스마스 선물파티] 브이앱

"야너가일본에서육포랑오징어되게맛있는거먹는거사실너생각해서사온거야물티슈도너맨날흘려가지고어?야너이거잘닦으라고내가물티슈도샀는데나한테어떻게그럴수가있어?" by. 석진

그리고 2019년 그래미 시상자로 참석 후 찾아왔던 [BTS Live : and the t ht g gg gram....1,2] 브이앱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이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곳까지 성큼성큼 나아가 보겠다는 포부로 열 네개의 눈이 샴페인의 기포처럼 반짝이던 모습이 영원에 박제돼 있다.



DAY 8.

Q. <SKOOL LUV AFFAIR>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Miss Right 포함)

A. <상남자>

스페셜 에디션까지 포함하면 폭이 넓어지지만, <상남자>엔 후회가 스며있기에 1번으로 뽑았다. 2017년 여름은 덕질의 역사가 있는 사람들이 '프로듀스 101 시즌 2'로 대통합되었던 시기였다. 101명 중 꼭 데뷔했으면 좋겠을 내 '픽'을 위해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지인들에게까지 투표를 독려했던 대통합 아니 대환장의 시대. 그중 조별 배틀 곡에 방탄소년단 <상남자>가 속해있었다. 음악 방송도, 아이돌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도 멀리 있던 시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던 노랜데, 역시 아이돌은 교복 한 번쯤은 거쳐야 해, '아빤 어떻게 엄마에게 고백한 건지' 가사도 귀엽네. 그렇게 프로듀스 101 시즌 2 버전으로 노래를 다운로드하여 자주 들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 조별 배틀 무대가 아니라, 프로듀스 101 시즌 2 버전으로 듣는 게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상남자 원 무대와 원곡만 검색했어도 내 입덕이 조금은 더 빨라졌을 텐데. <상남자>는 방탄소년단이란 그룹과 노래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한 노래다.



DAY 9.

Q. 방탄소년단 수록곡 중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노래

A.  <욱(UGH!)> 아니면 <Respect>. <욱(UGH!)>은 대취타 느낌으로, <Respect>은 등골 브레이커 느낌이면 좋겠다. 유닛곡이니 멤버들 조금씩 파트를 분배받고 신나게 불러줬으면.



DAY 10.

Q. 방탄소년단 역대 타이틀 곡 중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 곡

A.  <IDOL>. 입덕 후 가장 열심히 음방 챙겨보던 때의 기억이 스며있다. 주말 약속을 없애고, 방송 프로그램 본방 사수하고, '오늘의 방탄'과 트위터 새 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공카에 글이라도 올라오면 부리나케 댓글을 달던 시기.  



DAY 11.

Q. <DARK & WILD>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A. <Danger>. 사실 <BTS Cypher PT.3 : KILLER (Feat. Supreme Boi)> 중 무엇을 골라야 하나 고민하다 내 '드라이브 송' 모음집에 빠지지 않는 노래가 <Danger>라 <Danger>로 골랐다. 빠르게 운전하고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비트에 저절로 고개가 앞뒤로 흔들거려지는 노래라 특히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꼭 찾아 듣는 노래다.  



DAY 12.

Q. 방탄소년단 역대 컨셉 포토 중 가장 좋아하는 단체 컨셉 포토

A. 반박 불가 <Fake love>. 단체 흑발에 청청(청자켓과 청바지), 맨발, 그리고 눈물 한 방울. 게임 끝.



DAY 13.

Q. 방탄소년단의 영어곡 or 일본곡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A. <좋아요 pt.2 (いいね! pt.2 ~あの場所で~)>. 자동으로 부른다. 아노 바쇼데~프리티 걸~. 좋아요 pt. 2는 대체 언제쯤 한국어로 내줄 건지.



DAY 14.

Q. <화양연화 Young Forever>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TOP3

A. <Ma City>, <Young Forever>, <이사>



DAY 15.

Q. 가장 좋아하는 본보야지 시리즈 or 인더숲 시리즈

A. 본 보야지 2 하와이 편. 일곱이 함께 체험하는 것이 많았던 편이라 좋았다. 북유럽에선 여권을 분실한 남준이, 몰타에선 태형이와 윤기가 차례로 들어왔다 나가면서 본 보야지 여행을 완전한 일곱으로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선 직접 운전을 했던 터라 이동하는 비중이 좀 많았고. 하와이 편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멤버들 곁으로 지나가는 스쿨버스에서 "BTS"라고 외치는 아미의 목소리에 기쁘게 웃었던 목소리나, 전설의 캐릭터 하와이 꼬질이, 요트에서 서로를 위해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짓던 모습이나 이후 호비가 트위터에 올려준 '내 영원한 형제들과'란 사진이 남은, 여름이었다.



DAY 16.

Q. 방탄소년단에 입덕 하기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

A. 이런 순간이다. 기다림이 있고, 그 기다림을 기꺼워하는 지금 같은 순간.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고, 업무를 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하고, 와인을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자극 없던 일상 표면에 던져진 덕질이란 돌의 파동.



DAY 17.

Q. <WINGS / YOU NEVER WALK ALONE>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체곡

A. <Wings>. 특히 "Spread spread spread my wings"을 부르며 콘서트 본 무대에서 돌출 무대로 달려 나가는 상상을 하면 더욱 좋아진다. 난 날 믿어 내 등이 아픈 건 날개가 돋기 위함인 걸, 지금은 미약할지언정 끝은 창대한 비약일 걸, 니가 택한 길이야 새꺄 쫄지 말어 이제 고작 첫 비행인 걸. 무심코 듣다 가사를 발음하며 따라 부를 때 갑자기 입술 끝이 비쭉 서럽게 떨리는 경험. 나는 <Wings>를 부르며 해봤다.



DAY 18.

Q.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안무 연습 영상

A. 안무 연습 영상은 좋아하지 않는 게 없어서 한참을 생각했다. 안무 영상을 한 번씩 다시 보고 뭘 고르지, 하다가 결국 <IDOL>. 부드러우면서 힘 있고, 폴짝폴짝 가벼우면서 깔끔하고 정갈한 안무 선이 잘 드러나 있다. 같은 춤을 추면서 각자 가지고 있는 그루브의 다름도 느낄 수 있고.



DAY 19.

Q.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연말 무대

A. "와..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었던 연말 무대는 2017 마마 <MIC Drop>, 현장에서 "이 노래를 실제로 듣는다고?" 했던 연말 무대는 <Persona>로 시작해 <Dionysos>로 끝냈던 2019 멜뮤.



DAY 20.

Q. <LOVE YOURSELF Her / Tear / Answer>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TOP 3

A. 이 질문 나올 줄 알았다. 사실상 초고난이도 질문. 세 가지로 추리기 엄청 어려워 고민 무지하게 했다.

<Love maze>, <Airplane pt.2>, <So what>. MIC Drop Pied Piper, 134340, 바다, 낙원, Fake Love 등의 노래를 탈락시키고 꼽은  곡이다.



DAY 21.

Q.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외국 시상식 무대

A. 시상식 대신 비틀스를 오마주한 무대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의 <작은 것들 위한 시>를 꼽겠다. 드럼 셋이 있는 무대는 당시 에드 설리번 극장에서 미국 공중파 데뷔를 한 비틀스 무대를 그대로 재현했고, 쇼의 호스트인 스티븐 콜베어가 에드 설리번으로 분장해 방탄소년단을 소개했다. 새로운 비틀스의 시대의 인정. 이 날의 무대는 핏에 딱 맞는 슈트와 흑백 화면, 선명한 라이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같은 날, 피곤에 지쳐 소파 등받이에 기대 잠든 멤버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은 태형의 흑백사진은 이 무대를 더 오래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





DAY 22.

Q. 무인도에 방탄소년단 앨범 중 딱 한 개의 앨범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A. <LOVE YOURSELF : Tear>. 정말 명반이다.



DAY 23.

Q. MAP OF THE SOUL  : PERSONA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A. 자, 이 앨범의 트랙을 보자. Intro : Persona,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소우주, Make it right, HOME, Jamais Vu, Dionysos. 여기서 한 곡을 골라야 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뒤 이 곡. Dear myself 넌 절대로 너의 온도를 잃지 마 따뜻히도 차갑게도 될 필요 없으니까 가끔은 위선적이어도 위악적이어도 이게 내가 걸어두고 싶은 내 방향의 척도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네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내는 나 웃고 있는 나, 가끔은 울고 있는 나 지금도 매분 매 순간 살아 숨 쉬는 <Persona>



DAY 24.

Q.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음방 무대

A. 엠넷 <BTS Countdown 2017 >. 나이 반대 순으로 정국이가 부장으로, 석진이가 인턴으로 분한 방탄 상사를 비롯해 MIC drop, 고민보다 GO, Lost 등을 최초로 공개하는 꽉 찬 방송이었다. 특히 아미들로만 가득한 그곳에서 멤버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춘 <Cypher 4>는 지금도 자주 찾아보는 무대 중 하나다.



DAY 25.

Q. <달려라 방탄>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A. 바쁜 스케줄을 쪼개 찍은 <달려라 방탄> 에피소드 중 '가장'을 어떻게 고를 수 있으랴. 이전에 몇 편의 달방 레전드를 꼽아 쓴 글이 있어 그 글로 대신한다.



DAY 26.

Q. <MAP OF THE SOUL  : 7>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체곡

A. <Black Swan>. 음악을 표현할 때 안무, 춤이 왜 중요한지, 그 안무와 춤으로 음악을 어떻게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감히 완벽하게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만이 부르고 방탄소년단만이 꾸릴 수 있는 이 곡, 이 무대.



DAY 27.

Q. 방탄소년단 콘서트 or 머스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A. 2019 머스터 <매직샵> in 부산. 나는 1회 차 공연에 당첨돼 부산을 찾았다.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이 불시에 <HOME>, <Love maze>나 <땡>이 선곡돼 첫 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상상해보시라. 칠레 호텔에서 찍은 <등골 브레이커> 뮤직비디오 속 의상과 안무를 그대로 재현했고, "자 부산의 바다야~"를 함께 외친 <Ma city>도 있었다. 360도 연결된 야외무대를 누비며 멤버들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었던 체험. 나는 부산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온몸으로 흡수했었다.



DAY 28.

Q.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착장

A. <Speak yourself> 투어, <Tear>에서 <MIC drop>으로 이어질 때 입었던 디올 착장. 이래서 디올 디올, 명품 명품 하는구나 싶었다.



DAY 29.

Q. <BE>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A. <Dynamite>



DAY 30.

Q. 방탄소년단 역대 티저 중 가장 좋아하는 티저

A.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 덕에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나를 순식간에 2019년 4월의 방콕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턱 끝까지 무거운 숨이 막히던 무덥고 습한 날씨의 방콕은 약 1년간 이어진 Love yourself의 마지막 투어 도시였다. 여행이 우선이 아닌 항공권을 처음 결제했던 내 첫 해외 콘서트. 도심에서 떨어져 있던 라차망칼라 경기장은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공간 안에 존재해 있었다. 콘서트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 덕에 활기를 띠던 시장을 지나치며 느낀 생생했던 생(生)의 감각들은 따로 글로도 남겼다. 이틀 간의 콘서트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기 위한 예약 택시를 타러 걷던 매캐한 길. 그때 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티저가 떴다. Love 란 단어 아래 선 멤버들이 뒤를 돌아 있고, 그렇게 흘러나온 Boy with luv. 그걸 몇 번이고 다시 듣고, 다시 들었었는지. 그때의 조명, 온도, 습도...



DAY 31.

Q. 컴백을 기다리며 방탄소년단에게 하고 싶은 말

A.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쓰는 기분>에는 아래와 같은 문단도 있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매일 책상에 앉는 시간이 좋다고 말하는 K, 시작하는 K를 보니 알겠다. 우리에겐 저마다의 주머니가 필요하다. 그 주머니엔 "인생을 갑으로 사는" 자기만의 무엇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걸 '낙樂'이라 고쳐 말해본다. 낙이 있다는 것. 그건 살 만한 인생이다. 누가 말려도 들리지 않는 일, 그저 좋아서 하고 하고 또 하는 일. 대가? 일단 그런 건 천천히 생각하자. 나중에 저절로 얻게 된다면 모르지만, 우선은 그냥 좋아서 그 일을 하자. 그런 걸 찾았다면 절대 놓치지 말고, 함께 오래 살아야 한다. - 박연준, 쓰는 기분 中

주어를 '방탄소년단 덕질'로 바꾸면 딱이지 않은가. 다만, 방탄소년단 덕질에 한해서는 "갑"이 아닌 "을"로 사는 것도 충분히 감내 가능하니, 이 얼마나 이타적인 생각의 전환인지. 나는 그런(방탄소년단) 걸 찾았으니 절대 놓치지 말고, 함께 오래 살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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