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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Oct 12. 2022

놀림받는 성진이

분노

 놀림받는 아이

 누구나 화가 날 때가 있다. 화가 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어떤 이는 화가 나면, 즉시 버럭하고 상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또 어떤 이는 괜찮은 척하며 꾹 참고 오랜 시간 동안 분노를 억누르기도 한다. 화는 참고 삭힌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게 마음속에 쌓일 뿐이다. 화가 쌓이고 또 쌓이면 곤란하다. 어느 날 갑자기 뻥하고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빈이는 화를 잘 참는 아이였다. 친구들이 별명을 부르고 놀려도 빙그레 웃거나, 장난스러운 말투로 하지 말라고만 말했다. 하지 말라는 현빈이의 말투와 반응이 재밌었는지, 아이들은 이후로도 짓궂게 현빈이를 놀려댔다. 어느 날, 현빈이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현빈이 엄만데요. 너무 속상해서 전화드렸어요.”

 “현빈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반 아이들이 매일 놀려대서 너무 괴롭대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하지 말라고 지도 좀 해주세요.”

 “저도 아이들이 짓궂게 장난치는 건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도 종종 말했고요. 아이들이 놀려도 현빈이가 항상 씩 웃고 넘어가서,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은 줄 알았어요. 현빈이가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많이 속상했나 봐요.”

 “현빈이는 기분이 나빠도 싫다는 말을 잘 못하거든요.”

 “그랬군요. 저도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얘기를 할게요.”

 “네. 선생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아이들에게 현빈이를 놀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우리 반 아이들이 현빈이를 놀리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문제가 잘 해결되었구나 생각했다.      


 폭발한 분노

어느 날, 옆 반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선생님 반에 현빈이 있죠?”

“네. 현빈이가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나요?”
 “현빈이가 어제 방과 후에 저희 반 재윤이를 때렸대요. 재윤이 얼굴에 상처가 많아서 물었더니, 옆 반 현빈이가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가요? 제가 지금 당장 선생님 반으로 갈게요.”

재윤이를 보니, 얼굴에 상처가 가득했다. 옆 반 선생님이 말했다.

“현빈이가 얼굴을 때리고 세게 밀어서 휴대전화 액정도 긁히고, 새로 산 신발도 흠집이 크게 생겼다고 해요.”

“현빈이, 저희 반에서 정말 얌전한 아이거든요. 현빈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요?”

“재윤이가 현빈이를 장난으로 놀렸는데, 현빈이 주먹이 바로 날아왔대요.”

“현빈이가 놀림받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그랬나 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상처가 날 정도로 재윤이를 때리면 어떡해요.”

옆 반 재윤이 얼굴에 난 상처를 보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숫기 없고 얌전한 현빈이가 친구를 이 정도로 때리다니. 상상이 안되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현빈이를 불렀다.

 “현빈아, 어떻게 된 거야?”

 “1교시에 우리 반 아이들이랑 체육관에 가고 있었거든요. 재윤이가 모두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저를 놀렸어요. 우리 반 아이들이 그 소릴 듣고 키득키득 웃었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니?”

 “기분 나빴지만 내색하지 않고 꾹 참았어요.”

 “그랬구나. 근데 재윤이 얼굴에 난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

 “방과 후에 집에 가고 있는데, 재윤이가 친구들이랑 같이 있더라고요. 그때 재윤이가 저를 또 큰 소리로 놀렸어요.”

 “화가 나서 못 참고 재윤이를 때렸구나?”

 “네. 예전부터 참고 또 참았거든요. 근데 재윤이가 아이들 앞에서 저를 계속 놀리니까,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폭력을 쓴 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 네 마음은 어때?”

 “마음이 좋지 않아요. 후회도 되고요. 저 정말로 다른 사람 때리고 싶지 않거든요. 근데, 저 정말로 폭력을 쓸 수밖에 없어요.”

 “무슨 말인지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어?”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다른 애가 절 계속 놀렸어요. 참고 참아도 계속 놀렸는데, 걔를 때려주니까 문제가 해결되었어요. 이번에도 그만 놀리게 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현빈이의 얘기를 듣는데, 마음이 쓰렸다. 특히, 폭력을 쓰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걸렸다.

 “현빈이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참고 참다가 화가 폭발해 버린 거구나.”

현빈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는 게 겉으론 괜찮아 보이지만, 네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는 거야. 그 분노가 한계에 이르면 언젠가는 폭발을 하게 되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화가 폭발하지 않도록, 내 마음을 잘 살펴야지. 마음속 풍선의 바람을 조금씩 빼주는 거야. 화가 뻥하고 터지지 않도록 말이야.”

 “다음에는 무조건 참지 말고, 네가 기분이 나쁘다는 걸 명확히 표현해 보렴. 웃으면서 말하지 말고, 단호하게 말이야. 웃으면서 말하면 네가 기분 나쁜 것처럼 보이지 않거든.”

 “그래도 안되면요?”

 “단호하게 말했는데도 안되면, 선생님께 이야기해줘. 선생님이 현빈이보다 더 단호하게 말해줄 수 있거든. 선생님이 말로 해서 안되면 다른 조치를 취해줄 수 있고. 그럼 상대방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일 거야.”

 “네. 다음에는 그렇게 할게요.”

 “화가 터지는 것도 문제지만, 화를 참고 가만히 쌓아두는 것도 문제야. 화가 네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거든. 무조건 참기만 하지 마. 알았지?”

 다행히도 이후에 현빈이와 재윤이가 만나서 서로의 잘못을 사과하며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 현빈이는 다행스럽게 전처럼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다. 며칠 후, 쉬는 시간에 현빈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분노가 폭발하지 않도록

“야, 나 놀리지 마, 기분 나빠.”

 현빈이는 자신을 놀리는 친구에게 정색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했다. 현빈이의 낯선 행동에 주변 친구들이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들이 현빈이 놀리는 걸 멈춘걸 보니, 현빈이의 의사가 잘 전달된 모양이다. 내가 보기엔 현빈이의 단호함이 한참이나 부족했지만 말이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보는데, 나도 몰래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친구들 몰래 현빈이를 보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현빈아 잘했어를 큰 소리로 외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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