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생각
어제는 디자인 학원 조원들과 함께 근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커피를 사겠다고 했고, 약속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미 조원 모두 커피를 따로 주문했고, 각자 계산한 뒤였습니다. 내심 아쉬웠습니다. 제 마음은 조원들께 대접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각자 계산해서인지 팀원들을 더욱 조심스럽게 대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커피를 샀다면 제 태도가 흐트러지기 쉬웠을 것 같습니다. 커피 한잔에, 팀원들의 회의에서 내 역할은 ‘커피를 산 사람’이라 생각하고 한발 물러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 마음에 저도 모르게 틈이 생기고, 관망자로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따로 계산하고 나니 저는 제 역할을 조별 모임을 진행하는 내내 찾으려 애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넋 놓고 앉아있다 보면 누군가가 다가와 커피 한잔에 밥 한 끼에 우리의 시간, 재능을 이용하여 본인의 이익을 취해가는 분들을 왕왕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내가 밥을 샀으니 이것 좀 해줘. 이 사람 좀 소개해줘. 마치 그들은 우리의 것을 양심 없이 갈취하고 헐값으로 훔쳐간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건 어쩌면 내가 가진 태도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 하루입니다.
타인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애당초 우리는. 나는 나의 커피를, 너는 너의 커피를 각자 계산하고 앉았어야 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