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은 교수의 <사당동 더하기 25>
서울특별시 동작구 사당동은 발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2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이 인근에 있어 교통의 요지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의 번화 지역인 강남과 가깝다. 하지만 이런 사당동도 과거에는 낙후된 지역이었다.
서울에서 소외된, 빈곤의 기록이 남아있는 지역이었다. 인구밀도가 1㎢ 당 9만7500명에 달해 사실상 10만 명에 달하고 대부분의 집은 진흙을 구워 만든 벽돌집이던 시절이 있었다. 20평에 14가구가 거주하는 집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시절 사당동 사람들의 기록을 25년간 정리하여 남긴 책이 있다.
이 책 <사당동 더하기 25>는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인 조은이 25년 동안 조교와 함께 사당동과 사당동 가족들을 관찰한 기록이다. 관련 연구 자료가 <사당동 더하기 22>라는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진 적 있다.
저자는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사당동 사람들을 연구했다. 저자는 가난의 구조적인 문제나 신자유주의 이후의 금융 문제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 1980년대 사당동과 그곳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조은 교수는 원래 사당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칼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십여 년에 걸쳐 대학원생 조교와 함께 사당동의 사람들과 환경을 연구하면서 사당동 사람들의 삶을 파악해 나간다.
조교들은 '419도 아닌데 막 좋은 때에 시위하고 그러는 것은 아닌가'(이 조사는 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혹은 '위험한 사람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으며 종종 경찰서에 신고당하면서 연구를 수행한다.
'이 칼잠이라는 단어가 처음에 너무 생소하고 신기해서 수업 시간에 연구 현장과 칼잠 이야기를 했다가 "뭐가 그리 신기하다고?"라는 표정의 학생을 보게 되었다. 고개를 외로 꼰 그 학생의 눈빛에서 "제가 그런 데 살고 있단 말이에요"라는 무언의 음성을 보았다. 밑으로부터 사회학 하기의 출발점이었다.' -15p
사당동은 원래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이었다. 서울 각지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재개발촌에 살던 사람들을 트럭에 태운 뒤 사당동에 두고 간 이후부터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빈 터였기 때문에, 사당동에 끌려온 사람들은 약간의 땅을 받았으나 집이 없었다. 사람들은 천막을 치고 지내다가 옆 산의 진흙을 구워 집을 지었다. 시멘트가 아니라 진흙으로 짓고 이후 시멘트를 바른 것으로 추정된다. 비가 오면 배를 타고 다른 서울 지역으로 건너가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으나 이는 추후 개선됐다고 한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당동에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의 영세거주민들이나 이촌향도에 따라 서울에 온 사람들이었다. 사당동 사람들 대부분은 학력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직업은 대부분 영세자영업이나 건축 현장직이었다. 계절에 따라 실업이 크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꾸준하고 안정적인 소득공급이 불가능했다. 남성은 단순 노동, 여성은 미싱업이나 계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당동 사람들은 열심히 생업에 종사했다. 여성들은 직업을 갖지 않으면 부업이라도 했다. 실제 측정되는 통계적 실업률은 높은 편이었다.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꾸준히 일하지 못하는 '교대적 실업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항상 일하지를 못하고 누가 일하면 누가 그만큼 쉬어야 하니 실업률이 꽤 높게 잡힌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도 빈곤은 사당동 사람들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원 사당동 거주자들은 의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병도 많았다. 또한 육체노동을 오래 해서 나이가 들면 디스크 증세를 호소했다.
IMF 이후의 시대가 지나도 이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금융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더 어려움을 겪었다.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물건을 떼다 파는 영세 소매상이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에 종사하던 빈곤층과 이들 가족은 큰 타격을 받아 단순 노동을 전전하며 살게 되었다.
저자는 분단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기록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서울과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 폭등도, 대기업의 성장도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난의 구조적인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쓰였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의 변화하는 구조적인 문제까지도 파악하게 해준다.
점점 더 높은 고층 빌딩이 세워지고, 발전하는 서울의 뒷면에는 사라지고 내몰린 도시 빈민의 기록이 있다. 이런 기록에 대한 관심마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수십 년간 이 모습을 적어 내려간 저자의 노력이 담긴 책이다. 과거의 가난의 기록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서울의 변화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필독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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