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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하여 (1)

1부 -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by 박경민


소설 <if 말고 while>의 소제목은 모두 음악입니다.

왜 음악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써두려 합니다.

감성은 나이를 먹으면 변하니,

나중에 '왜 이 음악을 사용했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목으로 사용한 곡들로 PlayList도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Playlist [if 말고 while] 사랑의 반복을 닮은 노래 - YouTube


음악의 결을 따라 이야기를 쌓아가거나, 이야기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해 음악을 골라 듣고, 가사를 찾던 시간들이 생각나네요.

기회가 되신다면, 음악도 한번 즐겨보시길...




Prelude

0. 프롤로그 - 재즈 카페, 신해철


연애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것도 위스키와 재즈가 나오는 어른들의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청춘이 지나간 후에 돌아보는 혹은 찾아오는 사랑, 풋풋한 첫사랑이 아닌 어른이 된 이들의 사랑이야기.

재즈바에서 시작되는 소설에서 신해철의 '재즈 카페' 말고 다른 곡은 생각나지 않았다.



Act I ―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1. 어떤 하루, 어반자카파


5월 22일.

소설은 미연과 훈의 특별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에 조건을 내걸고 증명을 요구하는 여자.

과거의 사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가벼운 만남만을 반복하는 남자.

그리고 우연히 서로를 마주하고 현재를 살아보기로 결심하는 하루.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아래 가사가 내가 생각한 특별한 하루와 느낌이 비슷했다.


"색다른 기억으로 채워진 어제

또 다른 느낌 가르쳐줄 오늘

내일은 내게 어떤 세상일지"



2. 바람이 분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음악은 위와 같은 가사로 시작한다.

2화는 미연의 과거 회상이 시작되는 회차였고, 그건 쓸쓸함에 관한 기억이었다.

바람이 분다, 이소라 님의 목소리와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를 너무도 좋아한다.


2화는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오래된 기억들을 끌어올렸다.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문득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오랫동안 멈춰 있던 그녀 마음 어딘가에도 텅 빈 풍경이 불어왔다.



3. 그게 아니고, 10cm


소설 첫 문장을 썼을 때, 미연은 그저 사랑을 조건으로 다루는 사람일 뿐이었다.

아름답고, 능력 있고 조금은 차가운 커리어 우먼.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다 보니, 미연이 '왜 사랑을 조건으로 재단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미연의 마음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보였다.

그러자 미연의 조건이 진실하지 않은 마음이나 가벼움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그런 마음으로 K를 대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마음같이 않은 행동, 겉으로 내뱉는 말과 다른 진심.

이런 생각 중에 '그게 아니고'가 떠올랐다.

10cm의 노래 분위기도 역시 쓸쓸했다.


"책상 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4. 사랑했지만, 김광석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 설 수 없어

지친 그대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 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K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석해 봤었다.

K는 좋은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한결같이 누군가를 좋아했던 사람.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랑을 놓아버려야 했기에 이 음악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김광석 님이 '사랑했지만~~~~~.'이라고 노래 부를 때 언제나 가슴이 뭉클한다.

다음 편인 5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결국, 일 년을 채우지 못한 채 미연은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수고했어...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그 말은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마지막 잎사귀처럼 조용했다.



5. San Francisco, Scott Mckenzie


미연과 K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함께 San Francisco로 향한다.

그 마음의 온도는 차이가 났을지라도...

그들에게 San Francisco는 아름다운 도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머리에 아름다운 꽃을 꽂은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


"In the streets of San Francisco

Gentle people with flowers in their hair"


가보지는 못했지만 San Francisco는 실제로 그런 도시일 것이다. 미연과 K에게도 그런 도시였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란 원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들 역시 그랬다.

아마도 그들에게 '어디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6.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I-DLE


미연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노래다.

전소연이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라는 가사를 내뱉을 때, 상처받기 싫다는 마음이 보였다.

미연이 사랑 앞에 조건을 걸었던 이유도 상처받기 싫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하철 출근, 라떼, 그리움, 그리고 사랑.

1부는 이 곡이 모티브가 되어 쓰여졌다.

미연이라는 이름까지...


"평온했던 하늘이 무너지고 어둡던 눈앞이 붉어져도

다시 놓쳐버리는 것만 같아 괜히 이상하게 막 울 것만 같고

그냥 지나치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생각은 딱 질색이니까


아냐 지나치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Intermission I : 소낙비, 예빛


이 챕터는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쉬어 가는 구간이다.

예전에 써뒀던 습작, '집에서 듣던 빗소리'를 활용해서 내용을 채워갔다. 그리고 어떤 음악이 좋을지 찾아봤었다. 비와 관련된 노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빛 님의 소낙비를 들었을 때, '이 곡이다.'싶었다.

인터미션에 어울리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글 마지막에 훈이 등장하는 구조는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다. 짧은 문답을 포함해서...


그때, 먼저 와 있던 남자가 불쑥 말을 걸었다.

“21년쯤 되면 맛이랑 향이 제일 좋을 때인 것 같아요.”

낯선 이의 말이었지만 톤과 말투엔 이상하게도 슬픔이, 혹은 진심이 배어 있었다.

P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설 <if 말고 wh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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