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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표류자 Oct 08. 2023

소원 빌기의 난제

[12주차 - 덧붙이는 말] 2023년 5월 24일

글을 쓸 당시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찬찬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 소원은 여전히 제 자신을 위한 소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오래 보고 싶다는 소망은 어찌 보면 제가 가진 욕망의 한 얼굴이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오래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나를 위한 마음일 뿐, 진정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아이들과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욕구하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아이들에 대한 사소한 집착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소원을 빌어 줄 수 있을까요? 생각을 거듭할수록 답이 희미해지는 걸 보니, 소원을 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지운 채로, 진정으로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행복하기를 바라본 기억이 흐릿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행복하길 바랐던 마음은, 실은 전부 ‘나’를 위해 그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돌아보니 그 마음들은 정말로 나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나의 건강을 위한, 그리고 나의 행복을 위한 마음일 뿐이었습니다.

 

한 번쯤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제 소원을 양보해 보고 싶었는데, 실패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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