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사회에서 저에너지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솔직히 불리하다. 한편으로는 자연계에서는 도태당했을 저에너지 인간이 현대 사회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삶은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리고 이 상태로 끝내 살아남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저에너지 인간으로 현대 사회에 살아남는 비법은 남들만큼 사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그저 전 날의 나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 상태에 대해 알고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찾아보면 그만이다.
옛날에야 쓸 수 있는 약도 적었고 영양제 종류도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동서양의 육체적, 정신적 치료를 누구나 접할 수 있고 저렴하고 다양한 영양제와 건강식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방법을 찾으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는 세상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약한 인간이 생존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누구나 어느 부분은 약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체력이 약한 사람도 있고 암기력이 약한 사람도 있고 응용력이 부족하거나 순발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다들 각자 부족한 점을 채우고 보충하고 필요하면 잠시 쉬어가면서 그렇게들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체력이 약하면 무조건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되고, 피곤할 때에도 잘 먹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어리면 당연히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설명하기도 어려워, 그런 주위의 조언에 가뜩이나 부족한 에너지를 더 소모해버리는 상황이 안타깝다.
나는 25살에 내가 얼마나 허약한 인간인지를 알게 되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도 사실이었고 따라가기에 충분한 체력을 가지지도 못했고 약의 도움을 받아도 스스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사람들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어제의 나보다만 더 건강해지면 된다는 스스로의 다짐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너무 복합적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었다. 나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25살에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이만큼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더 좋아지지 않아도 이 상태를 유지만 한다면 중년이 되었을 때 관리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 마흔이 되었다. 일주일에 몇 번씩 늦은 술자리를 갖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뜨던 사람들, 귀찮다고 약 안 챙겨 먹고 건강을 챙기지 않는 것을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체력이 더 좋다. 버스 두세 정거장 정도는 걸어 다니고 몸이 안 좋아지기 전에 미리 약을 챙겨 먹기에 항상 컨디션이 좋다.
어떤 경우에도 상위 1%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날 때부터 부유하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사는 내내 별 탈 없이 산다면 부족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저 그렇게 완벽한 삶을 살지 못한 모든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할 것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저에너지 인간이었고 초년에도 그렇게 살아야 했지만 나이가 든 지금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 같이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나는 금방 피로를 느끼고 에너지 채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이제 내 또래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자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예전만큼 에너지가 넘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최소한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할 자신이 있다. 매일 영양제를 챙겨 먹고 소화력이 떨어지면 소화가 잘 되고 단순한 식단으로 밥을 챙겨 먹고 기력이 떨어지면 한약을 지어먹고 정신적으로 힘들면 정신의학과를 찾아갈 거다.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10년 뒤에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상대적으로 얼마나 건강한 상태일까? 모두들 입을 모아 젊어지고 싶다 이야기 하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기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젊어진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노력하는 것을 기피한다.
한창 젊은 나이에 나의 건강 상태는 기력 없이 하루 종일 누워있는 80대 노인이었다가 건강한 70대 노인의 건강상태가 되었다. 에너지 등급은 여전히 5등급이지만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