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음 Jul 20. 2021

아이에게도 월요병은 있다.

29살 삼촌의 육아일기 #19

종종 아침 일찍 조카를 등원시킬 때가 있다. 원래는 매형이 등원을 시키지만, 힘들까 봐 엄마가 자주 등원을 도와주신다. 그래서 나도 종종 엄마와 함께 조카 등원을 시킬 때가 있다.


처음 어린이집에 갈 때는 조카가 굉장히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 아빠랑 떨어져 있는 것도 싫어했고, 낯선 공간에 홀로 있는 것도 무서워했다. 특히나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간다는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무척 떼를 쓰고는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은 잘 적응해서 문제없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전에는 “어린이집 가야지”라고 말하면 눈물부터 흘렸는데, 지금은 “네”하고 순순히 옷을 입는다.


하지만 그런 조카가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월요병’이다. 회사를 가기 싫어하는 ‘싫어증’을 동반한 ‘월요병’은 어른들에게만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4살짜리 아이도 월요병을 겪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에 누나네에 가서 아이를 깨우면, 평소와 달리 굉장히 꼼지락 거린다. 일어나자고 해도 멍~, 씻자고 해도 멍~, 옷을 입자고 해도 멍~, 어린이집에 가자고 해도 멍~하다. 그렇게 해서 나와도 어린이집을 가지 않고 여기저기 구경을 한다. 시험기간만 되면 읽지도 않던 책이 재밌는 것처럼, 조카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심정 때문에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던 꽃을 한참이나 구경하기도 한다. 또 근처 놀이터를 지날 때는 잠깐만 놀고 가자고 할 때도 있다.





한 번은 월요병 때문에 큰일이 난적도 있었다. 평소에 누나는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한다. 그래서 매형이 등원을 시키는 건데, 어느 날 월요일에 누나가 늦게 출근해도 되는 날이라 매형과 함께 조카를 등원시켰다.


그런데 그날 등원을 시키고 누나가 말하길,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매형과 누나가 함께 차를 타고 조카를 등원시키자,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어디 놀러 가는 줄 알았나 보다. 처음에는 뛸 듯이 신나 하더니, 5분도 안돼서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대성통곡을 하며 안 들어간다고 무지막지하게 떼를 썼다고 했다. 30분 동안 겨우겨우 달래서 등원을 시켰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월요일에 엄마 아빠가 여행 본능을 자극하니, 아이 입장에서 얼마나 실망했겠는가.


그런 월요병에 걸린 조카를 보며 회사를 다닐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정말 월요일이 싫었다. 처음에는 그냥 피곤한 정도였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괴로울 정도로 싫었다. 특히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푸르스름한 하늘을 볼 때면, ‘아… 또 시작되는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다 큰 나도 그랬는데 애는 오죽하겠나.


어쩌면 조카가 나보다 더 의젓하게 월요병을 이겨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에 내 얼굴에는 ‘회사 가기 싫어’라고 덕지덕지 쓰여있었지만, 조카는 그래도 웃으면서 등원한다. 어른보다 애가 종종 나을 때도 있다.





조카를 보면서 ‘월요병’에는 남녀노소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금요일 오후는 즐겁고, 일요일 저녁은 싫다.


아마 ‘월요일’은 평생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을 요일일 것 같다.


이전 18화 아이가 점잖을 때가 제일 무섭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