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돈이 없지 성질이 없냐. 캐나다 놈들아.

by 캐나다 부자엄마

어머어머. 너 어디서 왔다고? 한국? 거기 위험한 나라 아니야? 부모님은? 가족은? 다 한국에 계신다고? 너는 여기 있으니까 안전할 거야. 여기서 평생 있으면 돼.


네?

제가 며칠 전에는 돌을 맞았는데요. 여기서요. 맞아요. 캐나다에서요. 왜 돌을 맞았냐고요? 음. 그냥 그 사람들이 돌을 던졌고 제가 맞았죠. 저한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면서 막 닭처럼 뻑뻑거리면서요. 집으로 가라고 그러던데요. 전 혼자였고 걔네는 3명이었어요. 한 명이면 머리로 들이받아볼 만도 한데. 세명은 안 되겠더라고요.


억울했어요. 울면서 반지하로 돌아왔죠. 뭐랄까 그동안 힘들었던 게 눌려놨던 게 폭발한 것 같아요. 제가 엄마한테 잘 대들거든요. 아빠말도 안 듣고 아무튼 고분고분한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근데 캐나다 와서는요. 눈치를 봐요. 온몸으로.


그게 힘드네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 영어가 안되니까요. 그리고 여긴 동양사람이 아니 외국인이 저하나예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블라블라하더니 하하하 웃어요. 나도 웃고 싶은데 그 대화에 끼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 할 일만 해요. 젤 서러울 때는 언제냐면 밥 먹을 땐데요. 아무도 나한테 밥 먹으란 말을 안 해요. 자기들끼리 나가요. 그럼 난 그 텅 빈 곳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혼자 인자한 미소를 짓고 앉아 있거든요. 미친. 엄마가 봤으면 우리 아빠가 봤으면요. 집에서는 그렇게 지랄을 떨더니 나가서는 한마디도 못하냐고 비웃을 거 같아요. 내가 봐도 난 참 별로예요.


간절한 게 있거든요. 캐나다 영주권이요. 그걸 따면 여긴 바로 그만둘 거예요. 제가 여길 얼마나 싫어하냐면요. 가방을 다 싸놨어요. 여차하면 떠나려고 풀지 않은 가방하나는 베개처럼 베고 자요. 수건이며 옷이며 그 안에 다 들어있어요. 여기 와서 한 번도 가방을 풀지 않았어요.


참 웃기죠. 나도 이기적인 게 여기가 내 첫 캐나다 직장인 데요. 처음엔 정말 간절했는데 그 마음은 썩은 감처럼 다 떨어졌다는 거예요. 화장실 들어가고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게 전부 제 이야기라니까요.


점심시간이 12시인데 제가 먼저 나가요. 제가 그들을 왕따 시키는 거죠. 일터 앞에 큰 공원하나가 있거든요. 거기서 집에서 싸 온 사과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 나무뿌리 툭 튀어나온 데다 머리를 베고 누워요. 하늘 보고 누워서 새가 지나가는 거 구름이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지구가 돌아가고 있는 걸 느껴요. 이렇게 돌다 보면 돌아가다 보면 한국에 닿을까.


엄마가 해준 소고기 뭇국을 먹을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꿈속인가. 그렇게 한 시간을 보내요. 어떤 날은 울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잠에도 들었다가 옷에 묻은 흙을 탁탁 털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요. 목표가 있잖아요. 영주권 따서 집도 사고 좋은 곳에 취직도 하자. 제가 막 조밀조밀하게 계획 세우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처럼 뭉쳐진 목표는 있어요.


힘들수록 목표가 있어야 된다는 말. 그 말 참말이에요. 일터를 그만둔 지 십 년이 넘었는데요. 일터에서 그리운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근데 그 나무 있잖아요. 뿌리가 흙위로 다 튀어나온 몇십 년 아니 몇백 년을 거기 있었을지 모를 아름드리나무는 그리워요.


나무는 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밴쿠버는 나무가 정말 많거든요. 산이요. 그래서 나무생각이 많이 나네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0화캐나다에서 50만 원만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