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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Mar 21. 2024

100세 시대에 준비할 것들

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을 위한 100세 인생 지침서
- 가스가 기스요

이 책은 사회학 교수를 역임한 저자가 100세 가까이 건강히 지내는 노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100세 시대에 실제 오래 살고 있는 평범한 노인들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지 궁금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100세 가까이 건강하게 지내는 노인들은 계속 가족 및 친구들과 교류하고 여러 활동에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더 젊을 때부터 하던 이런 활동과 더불어 일상의 규칙적인 루틴을 지키는 것 또한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노년기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받아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이야기합니다.


한편으로는 노인들이 자기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인터뷰했을 때 구체적인 답을 못하거나 자녀들이 도울 거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자는 100세 시대이므로 건강할 때 미리 적극적으로 노후 대비를 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노후 준비는 건강이 약해졌을 때의 대비와 장례 등 죽음 이후에 대한 준비까지 포함합니다. 저도 와닿는 내용이 많았던 내용이었어요. 외가와 친가의 조부모님을 보내드리던 시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저자가 개최한 워크숍 결과입니다. 여성 노인들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저자는 60세부터 5세 단위로 끊어서 100세까지의 인생 주요 사건을 적어보도록 했습니다. 사회관계, 친구 관계의 변화나 신체, 가족, 주거 등과 관련해 나에게 일어날 일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85세 이후에 대해서는 빈칸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막연히 그전에 사망하고 싶다거나 상상이 안 된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 하나 저자가 발견한 점은 건강한 상태로 죽고 싶다는 ‘핀핀코로리’를 바라는 노인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저자가 보기에 이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진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워크숍에서 인생 설계 표를 적을 때도 신체 능력의 저하 등 현실적 문제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을 적은 사람이 드물었다고 합니다. 반면 사람들은 친구관계나 여러 모임 참여 등 사회관계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적었습니다.


저자는 70-80대의 부부 혹은 혼자 사는 노인은 아래와 같은 준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만약 혼자 있을 때 쓰러지면 자신을 발견할 사람은 누구인가

발견하면 누구에게 연락하라고 할 것인가

응급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허약해진 상태로 혼자서 (또는 부부 둘이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

그때 누가 자신을 보살피고 도와줄 것인가

자신의 힘으로 생활할 수 없게 되면 어디에서 누구와 살고 싶은가

시설에 입소하기를 원한다면 어떤 시설이 좋은가

현재의 의료나 요양제도는 어떠한가

(책 189 page 내용 중 일부)


그런데 고령의 나이에 특히 신체, 인지 능력이 점점 저하되는 때에 이런 사항을 혼자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자는 쇠약해질 때와 죽음 이후에 대해서 준비를 잘 해온 노인들조차도 구체적인 노후 대비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국가 제도의 한계점이 있음을 지적하며 국가의 대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자가 제시한 국가적 과제는 요약하면 아래 두 가지입니다.

체력과 기력이 허약해지는 초고령 인구, 특히 독거 혹은 고령 부부 세대가 늘어날 것이므로 이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노인이 자기 결정력이 남아있는 시기에 향후 쇠약해질 때와 인생의 마무리를 직접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체계가 필요하다. 노인이 안심하고 맡길 사람, 자신의 권리를 지켜줄 역할을 할 상대와 이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를 모은 책이기에 어쩌면 한국과 다른 상황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도 적용 가능한 내용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이기에 노후 대비에 어려움을 겪는 초고령 노인들의 이야기는 한국도 곧 겪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건강할 때 미리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 국가에서도 그걸 돕는 방향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이 갑니다.


또 한 가지 감명 깊은 점은 작가가 고백한 생각 변화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68세에 교수직을 은퇴하며 이제 나이가 들어서 활동을 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쓰며 만난 건강한 장수 노인들을 통해 나이에 무관하게 건강을 유지하고 하루하루 충실히 살기로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25살만 되어도 ‘꺾였다’고 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늦었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대학에서는 다를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 뭔가 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한국 사회 전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몇 살까지 살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레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해 봅니다. 최대한 건강을 지키며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후를 준비하고 활기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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