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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Jan 18. 2024

두근두근, 한강에서

진샤 작사를 만나러 가는 길




'다음 역은 국회의사당역입니다.'


심장이 그렇게 뛸 수가 없었다.


그냥 돌아갈까. 순간 지하철 문이 열리지 않기를 바랐지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지만,

먼저 도착했다는 그분을 놔두고 되돌아갈 수는 없잖은가.


'흰색 점퍼에 검은 바지를 입고 1번 출구 쪽 의자에 앉아 있어요.'


평소 꾸미는 데 무심한 내 모습을 본다.

메마른 입술이 신경 쓰이고,

사파리와 바지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 새삼 거슬렸다.

하필 립스틱도 가져오지 않았다.

생기 있는 낯을 보일 수 없는, 준비성 부족한 나를 탓하며 한 발 한 발 눌러 걸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찾아냈다.

그녀다. 진샤 작가!


1월 초에 '언젠가 꼭 한 번 뵙고 싶어요.'라고 내가 댓글을 남겼더랬다.

진샤 작가가 내게 메일로 자신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는 게 아닌가.


내 글을 몇 편 보지도 않은(구독자 40명 안팎일 때였음), 구독자 1500명이 넘는 브런치 작가가 어쩜 그렇게 소탈하게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다니.

기대하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너무너무 기뻤다.


그녀를 만나기 며칠 전부터 떨림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내가 상상한 외모와는 조금 달랐다.

생각보다 말랐고, 키가 컸고, 눈이 컸으며, 말하는 톤이 빨다.(글 감성으로 매우 느릴 거리고 혼자 상상함)

만나자마자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마 그러기는 힘들 거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그녀와 나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둘은 서로 안았다.

첫 만남치고 깊은 포옹이었다.


그녀와 대학 선후배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점심을 먹고, 여의도 한강 공원을 걷고, 바람이 차가울 때쯤 카페를 찾아 들어가 남은 이야기를 누았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아니 그건 불가능하니, 시간이 흘러도 그녀가 귀가할 시간은 오지 않았으면..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너무너무 고팠어요."


포천에서 살다가 이사한 그녀가 그곳의 독립서점 '무아의 계절'을 내 친구가 운영한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반가워하던지.


<작당모의>라는 공동 브런치 글을 발간하고 있다는 '폴폴' 작가에 대한 이야기.(엄청 부러웠다. 나도 진샤 작가와 작당모의 그런 거 하고 싶지만 내게는 먼 길이겠지...)


내게 소설을 가르친 '하성란' 작가님이 사람으로도 감동을 주는 분이라고 하니 꼭 만나고 싶다며 울 듯한 진샤 작가.


우리는 좋아하는 이들과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활짝 피웠다.


소녀처럼 까르르 잘 웃는 그녀. 어느 순간 나와 함께 울고 있는 그녀.

밥을 목을 때도, 걸을 때에도 그녀는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고,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는 법이 몸에 최적화된 이였다. 


5, 7, 9세의 딸 셋을 키우며 군인 남편과 살고 있는 그녀는 글을 쓰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삼 년째 전쟁처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그리워하는 것들이 어떻게 글이 되어 나왔는지 느낄 수 있었고, 그녀가 꿈꾸는 것들이 나까지도 잠시 꿈에 젖게 만들었다.


그녀의 절실함과 진심이 오롯이 전달돼 그녀의 글을 읽을 때면 울지 않을 수 없었 내 앞에 다정한 미소를 띠며 그녀가 앉아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여 그녀의 따뜻함을 직접 느끼고 싶서 혹시나 하고 댓글을 달았던 것인데...

그녀는 지나치지 않고 만나자,라고 답한 것. 그녀의 전투적 자세는 꼭 나 같았다.

글로 만난 사람을 사랑하는 밀도는 오프라인 친구보다 더 높기도 하니까.


진샤 작가는 나 이전에 이미 몇 명의 브런치 작가들과 만남을 가져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나는 그녀가 처음이지만, 그녀에게는 내가 '몇 번째'였던 것이다. (그것도 좋았다. 사람 좋아하는 댕댕이 같은 그녀^^)


사려 깊은 그녀는 내가 혹 서운할까 봐 얼른 말했다.
"그래도 설렘 잔뜩 안고 창창 작가님 만나러 왔어요." 

아이들을 학교나 유치원에 챙겨 보내고 달려 나온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해 얼마니 미안했는지.


세 시간의 대화가 너무도 짧았다.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지며 만날 때보다 더 깊은 포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만남 이후에 그녀는 더 다정한 댓글로 내게 사랑의 눈짓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요즘 글도 잘 올리지 않고 댓글창에도 답이 없다.

그녀가 몹시 궁금한 나는.




혹시 진샤 작가를 아시나요?

발행을 미룬 채 서랍 안에 넣어둔 이 글을 오늘 갑자기 발행하는 것은,

진샤 작가에 대한 그리움 때문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진샤 님~~♡

나의 고백이 들리시나요?

당신의 문장, 당신의 진심, 당신의 사랑이

좀 자주 출몰하기를 바라요.


아이들이랑 정신없는 방학을 보내고 있어서겠죠? 그래서일 거예요...

부디

안온한 일상이기를.




진샤 작가의 첫 브런치 글

https://brunch.co.kr/@1kmhkmh1/14


최애 글이 많지만(어불성설이더라도), 그녀를 만나러 가던 지하철에서 주책맞게 울게 한 글

https://brunch.co.kr/@1kmhkmh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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