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이씨 23대손
지하 작업실에 내려갈 때
더위가 드나드는 창문
그 창문을 열면 갈색 소파
그 위에 잠깐 떠 있는 살색 해
선풍기 바람에 광장의
나뭇가지들은 모두 한쪽으로 쏠려
소파에 앉은 정원사는
광장 위의 나뭇가지들을 쓰담쓰담
기깔나는 트로트와
사극의 소리가 도배되어도
작업실에 들어와서는
오로지 내 목소리와 비트만이
스탠드 마이크는 입 중앙에
팝 필터는 괴로워하는 중
저녁이 되자 거꾸로
남중하는 살색 해
정원사는 뜨겁지도 않은지
옆에 딱 달라붙어 있다.
이씨의 저주는 계속되어도
정원사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