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코스, 여름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걸은 길
얘들아, 올레길 딱 한 코스만 더 걷는 게 어때?
엄마, 숲은 대체 언제 나와? 왜 계속 땡볕에 아스팔트 길만 걸어?
엄마! 같이 가~ 먼저 가면 어떡해? 나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
< 아까의 예시로 보는 아이의 눈물 회로 작동 원리 >
벤치까지 걷고 나서 쉬기로 함 → 공사 중이라 얼른 지나가야 하는 돌발 상황 발생 → 갑자기 못 쉬게 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듦 → 주변 사람이나 상황을 탓함 → 계획대로 안 되면 울음보가 터짐
감정을 표현하는 건 좋지만, 너무 자주 울지는 말려무나. 틀려도 괜찮고 늦어도 괜찮고 못해도 괜찮다. 대부분 큰 일 아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이제는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엄마, 저기 가서 말 좀 보고 올게!
올레길에서의 그늘은 너무 소중해!
얘..얘들아 조심해! 말 뒤로 갈 때는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야 돼!
엄마! 말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오고 있어! 우리 빨리 도망 가자~
걸음아, 나 살려라~ 말 무리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지 않아!
나는 아빠랑 결혼하고 싶은데, 안 되나? 세상에 아빠보다 좋은 사람은 못 만날 거 같은데, 우짜지? 그냥 시집 가지 말고 아빠 옆에서 평생 살아뿌까?
아빠, 하늘에서 둘째 딸 잘 내려다 보고 계신가요? 미안하지만 아빠보다 조금 더 멋진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결혼도 했고, 날 닮은 딸도 둘이나 낳았어요! 아빠와 나란히 걷던 모든 순간들을 추억하며, 저는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 때 꼭 다시 팔짱 껴 드릴게요! 오래 못 봤던 만큼 아빠 옆에 꼭 붙어서 나란히 걷고 또 걷고 싶어요 :)
끌고 가는 남편도, 잘 참으면서 가는 첫째도, 둘다 파이팅!
곶자왈 : 숲을 의미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 암석이 뒤섞인 덤불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 말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정한 숲 지대를 일컫는다. 돌이 많아서 지형이 울퉁불퉁하고, 나무와 덩굴들 그리고 양치류 식물 등이 우거져서 마치 정글처럼 빽빽한 모습이다.
얘들아, 어쩌지? 엄마는 그 약속 잘 지키기는 했는데, 벌써 9월이 되었네? 우리, 가을 바람이 조금씩 선선하게 불어오면 또 올레길 걸으러 가보자꾸나! 이번에는 어떤 코스로 걸을까? 벌써부터 엄마는 너무 기대가 돼~ 상반기에 걸었던 것처럼 하반기에도 열심히 걸을 수 있겠지? 우리 딸들, 파이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