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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뽀 Aug 30. 2024

가파도에서 찾은 열 개의 보물

10-1코스, 청보리밭 사이를 가로지르며 걷는 길


집 나간 남편이 2주만에 돌아왔다!


달력이 5월로 넘어간 첫날, 스위스로 시부모님과 여행을 떠났던 남편이 돌아왔다. 남편의 부재 덕에 엄마와 올레길을 걸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올레길 위에서 나는 남편을 몹시 그리워 했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라고 능청스럽게 이유를 대고 싶지만 양심상 그러지는 못하겠고... 솔직히 말해, 나는 올레길 위에서 남편이 꼭 필요했다.


남편은 걸음이 서툴러 곧넘어지는 나를 지켜 봐주는 '보호자'다. 오죽하면 남편도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초등학생인 딸보다 내가 걷는지만 유심히 살필까...^^;


엄마와 올레길을 걸을 때는 깜냥도 안되는 내가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야 해서 힘들었다. 나도 잘 못 걷는 주제에 엄마와 아이들을 다 챙기면서 걸으려니 평소보다 훨씬 더 체력이 부치는 걸 느꼈다.


남편은 또 훌륭한 '페이스 메이커'였다. 그 역할을 해주는 남편 없이 올레길을 걸어 보니, 걷는 속도가 느려지기만 하고 그걸 끌어 올려주는 사람은 없어서 결국엔 시간이 엄청 소요된다는 걸 알았다.


남편은 한라산을 오르거나 올레길을 걸을 때면 나와 아이들의 상태를 봐가며 속도를 조절해 주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남편 덕분에 나도 걷는 페이스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찡찡대는 나를 어르고 달래고, 잘 걷는다 칭찬하며 힘을 주는 '조력자' 역할도 기꺼이 맡고 있었다. 친한 분들께 본인은 딸 둘을 키우는 게 아니라, 딸 셋을 키우고 있다고 자랑(?)할 정도이니 뭐!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잘 못 걷고 툭하면 넘어지니까, 어차피 이렇게 먼 길은 못 걸을 게 뻔해!'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 조용히 내 곁으로 와서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바로 나의 남편이다.


그러니 내가 올레길 위에서 남편을 간절히 필요로 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올레길 위에서 나의 보호자, 페이스 메이커, 조력자가 되어주는 남편!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 분이 돌아온 기념으로 올레길을 또 걸어줘야 될 것 같았다. 내 맘대로 미리 정해둔 오늘의 올레길은 10-1코스였다. 청보리 축제가 한창이던 가파도를 더 늦기 전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Welcome Gapado'라는 글귀가 반겨주던 가파도, 마치 남편의 컴백을 환영해주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가파도에서 찾아낸 보물 10가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이어 볼까 한다.

 

웰컴 가파도, 웰컴 여보^^




보물 하나, 배 타는 즐거움 만끽하기
가파도 가는 배를 기다리며, 운진항에서 :)


우리 가족은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 오던 날 비행기를 타고 왔다. 육지에 살면서는 배 타볼 경험이 거의 없는 게 당연했지만, 바다로 둘러 싸인 제주에 살면서도 이토록 배를 탈 기회가 적을 줄은 미처 몰랐네?


그래서 일부러라도 아이들과 배 탈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가파도를 가기 위해서는 운진항에서 배를 타야만 하니까! 우리가 타게 될 알록달록한 배가 보이자, 오랜만에 배 탈 생각에 몹시 흥분되고 설렜다.


가파도 가는 배에서 기념 사진 찰칵/ 가파도에 다 와가니 두근두근^^


배 1층에는 실내 좌석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배 타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굳이 2층 야외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큐피드의 화살로 꾸며진 포토존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가파도까지 가는 데는 1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그 짧은 동안 어찌나 바람을 세게 맞았는지, 온 얼굴 가득 바다의 짠기로 가득한 천연 미스트를 뿌린 느낌이었다.


가파도를 상징하는 가오리랑 찰칵! 배를 타고 바람을 느끼는 중인 둘째^^


가파도를 나올 때는 가파도를 들어갈 때와는 다른 배를 타고 나오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되나? 덕분에 귀여운 가오리 캐릭터가 있는 또다른 포토존에서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어줄 있었다.


아, 왜 하필 가오리 캐릭터냐고? 가파도는 위에서 내려다 보면 바다를 헤엄치는 가오리와 닮은 모양이라고 한다. 가파도라는 이름도 가오리의 다른 이름인 가파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가오리를 닮은 섬, 가파도! 그 곳을 다녀오기 위해 꼭 타야 하는 배! 가파도는 배 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올레길 코스였다.



 

보물 둘, 최단 시간 올레길 완주의 기쁨 누리기
가파도에 내리자마자 보이던 스탬프 찍는 곳!


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가서 줄을 서는 곳이 보였다. 바로 10-1코스 시작 스탬프를 찍는 곳이었다. 우리 가족이 올레 패스를 들고 줄을 서자, 다른 올레꾼들이 신기한 듯 말을 걸어 오셨다.


"너희도 올레길 걷고 있는 거야?"


"네!!!!"


"어디어디 걸었어?"


"저희는 4,5,6,7,9코스 걸었어요~"


"아이고! 어려 보이는데 대단도 하네~ 오늘 10-1코스도 잘 걸으렴!"


"네,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올레길을 벌써 5개나 완주했다는 자부심으로 어깨가 한껏 치솟은 상태였다. 가파도 올레길은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 안 걸린다고 하니, 완주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총 길이가 짧은 덕분에 최단 시간 올레길 걷기, 가능!


물론 이 짧은 올레길도 아이들은 중간중간 걷기 힘들다고 난리였다. 섬의 특성상 해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에 맞서며 걷느라 힘이 조금 들었을 수는 있겠다.


그래도 하루종일 걸어야만 했던 다른 올레길에 비해선 더할 나위 없이 짧은 길이었다. 덕분에 최단 시간 안에 도착 지점 스탬프를 찍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심지어 여기는 중간 스탬프도 없더라^^

 

청보리밭 완주 스탬프조차 사랑스러워^^ 소박해서 더 예뻤던 10-1코스!


스위스의 높은 산, 특히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산들을 트레킹 하고 와서 체력이 동난 상태였던 남편! 가파도는 오랜만에 올레길을 다시 걷게 된 남편을 위해서도 최적의 코스였다.


"여보, 우리 연애하던 13년 전 이맘 때도 청보리밭 보러 여기 왔던 거 기억나?"


"응, 기억나지! 점심 배부르게 먹여 놨더니, 배 시간 맞추느라 좀 뛰었다고 너 체했잖아~"


 -_- 왜 항상 그와 내가 기억하는 포인트는 이렇게도 다른 건지... 13년 전에 연인이었던 우리 둘이 왔던 가파도를, 지금은 우리를 닮은 아이 둘과 다시 왔다는 게 나의 감동 포인트였던 건데!


"나 그 때랑 비교하면 어때, 여보? 결혼하고 많이 달라졌어?"


"아니, 여전히 그 때처럼 철 없고 잘 넘어지고 먹는 거 욕심 내고... 딱히 변한 건 없는 것 같아!"


 -_-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13년 전 연애할 때처럼 지금도 여전히 사랑스럽고 예쁘다는 말이었는데! 이 바보 둔탱이 남편 같으니라구! 더 열 받는 건 그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 반박을 못했다는 거다...


우리 부부가 연애하던 때의 추억을 더듬으며 투닥대거나 말거나, 가파도는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박하고 예쁜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여보야, 우리도 가파도처럼 소박하고 예쁘게 잘 살자!




보물 셋, 알록달록한 바닷길에서 바람 느끼기
바다를 보며 걷는 길, 벽화도 예쁘고 경치도 예쁘고!


가파도 바닷길 양 옆의 낮은 시멘트 벽에는 알록달록한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 속 사람들의 포즈를 따라해 보며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파도라는 이름이 파도에 파도가 더해진다는 뜻에서 왔다는 말도 있는데, 그 이름 뜻에 걸맞게 파도는 쉴새 없이 부딪쳐 왔다. 바람 역시도 사방에서 거칠게 불어오는 곳이었다.


나는 평소에 치마를 즐겨 입는 편인데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치마를 입지 못해 아쉬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난이도가 쉬운 길임을 알고, 과감히 치마를 골라 입어 보았다.


대신 치마 속에 청바지를 덧입는 선택을 했다. 왜냐하면 가파도의 바람이 장난 아니라는 것도 경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마가 바람에 미친듯이 나부껴도, 나는 청바지 덕분에 치마를 부여 잡을 필요가 없었다.


치마를 입고 간 덕에, 가파도에서 예쁜 사진을 남겼어요^^




보물 넷, 섬 곳곳을 누비는 고양이 발견하기
가파도에 가면 고양이가 정~~~~~~~말 많아요!


가파도는 '고양이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파도에 유명한 핫도그 집이 있다길래 잠시 들러 보았는데, 가게 앞 돌담 위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고양이 보라는 얘기를 해주려 뒤를 돌아보니, 이미 우리 집 아이들은 핫도그 가게 테이블과 의자 아래에 있는 수많은 고양이들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애석하게도 우리 둘째에게는 심한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기에 그 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가파도를 걷는 내내 마주치는 동물이 바로 고양이다.


오죽 고양이가 많으면, 가파도 핫도그 가게 안 쿠션도 고양이 모양^^


내가 고양이를 좀 좋아한다? 그럼 가파도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상점마다 고양이 장식이 심심치 않게 달려 있고, 점심 먹으러 간 핫도그 가게 안에도 고양이 모양 쿠션이 있을 정도로 '고양이 천국'이니까^^




보물 다섯, 아름다운 보리밭 산책하기
청보리가 황금보리로 익어가고 있던 가파도 보리밭 풍경 :)


가파도에서 찾은 보물 중에 가장 으뜸은 바로 보리밭이지 않을까. 4월이었다면 청보리를 더 많이 볼 수 있었을텐데, 우리가 올레길을 걷던 때는 5월이었기에 이미 익어가는 보리도 많았다.


그런데 뭐 어떠랴. 보리 색깔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익어버린 황금색 보리도, 청보리도, 바람에 제 몸을 맡긴 채 넘실넘실 물결을 이루는 장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보리밭은 소중해, 딱 너처럼!> 문구마저 사랑스러웠던 보리밭에서^^


올레길을 무사히 완주한 뒤, 다시 배 타는 항구로 돌아가는 길에는 청보리도 꽤나 많이 보였다. 가파도의 바람이 얼마나 셌는지, 바람 방향으로 거의 눕혀져 있던 보리들... 모진 바람을 견디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모진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금빛으로 익어 가려고 노력하는 보리들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나의 귀여운 아이들도 모진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쑥쑥 자라주기를, 잠깐이나마 보리를 키우는 농부의 마음이 되어 본다.

 

모진 바람에 누울지언정, 꺾이진 않겠다는 마음으로! 잘 자라라, 보리야^^




보물 여섯, 바다 위에서 마라도 찾기
우리 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가 보이는 지점^^


제주도 주변에는 부속섬이 여럿 있다. 가파도는 벌써 두 번째 방문이었고, 우도 역시 두 번이나 가봤다. 그런 내가 우리 나라 최남단에 위치했다는 그 유명한 마라도를 여태 한 번도 못 가봤다니!


이게 다 남편이 "마라도는 별로 볼 게 없어!"라고 자신의 경험을 자주 말한 탓일 거다. 하도 그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마라도는 내 마음 속 가보고 싶은 섬 목록에서 진작에 빠진 상태였다.


가파도를 걷다 보면 남쪽 방향 바다 위로 나지막하게 떠 있는 섬 하나가 보인다. 그게 바로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섬, 마라도였다.


가파도를 걷는 내내, 마라도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바다 위로 보이는 마라도를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싫다고 하면 혼자서라도 마라도에 가볼 것이다. 마라도에 가서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 야무지게 비벼 먹고 와야지!


절대로,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마라도에 가려는 건 아니다..ㅎㅎㅎ 남편은 못 믿어 하겠지만^^;


가파도에서 마라도 찾기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워요^^




보물 일곱,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제주도 바라보기


제주 본섬에는 총 7개의 산이 있다.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 영주산이 그에 해당된다. 가파도에서는 동쪽에 있는 영주산을 제외하고 무려 6개의 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올레길을 걷던 날에는 시정이 그리 좋지 않아서 한라산이 안 보여 아쉬웠다. 그래도 가까이 위치한 산방산, 송악산, 군산, 단산을 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가파도는 우리 나라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섬으로도 유명하다. 제주 본섬의 모습을 잘 보기 위해서는 가파도 안에서도 그나마 가장 높은 곳인 '소망 전망대'에 가보는 게 좋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 되어 제주도를 보고 싶다면, 가파도가 제격입니다^^


멀리 보이는 제주 본섬의 산봉우리들^^




보물 여덟, 청보리 아이스크림과 청보리 반죽으로 만든 핫도그 먹기


나와 남편은 웬만하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딱 하나, 돈을 쓰는 데에 있어서는 의견이 완전히 갈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는 관광지에 갔으면 비싼 값을 주더라도 한 번쯤은 유명하다는 음식을 먹어 보자는 쪽이었고, 남편은 관광지에서 택도 없이 높은 가격에 파는 음식을 굳이 사먹고 싶지 않다는 쪽이었다.


가파도는 청보리로 유명한 만큼 여기저기서 청보리로 만든 음식을 팔고 있었다. 올레길을 거의 다 돌았을 때쯤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가게가 보이자, 가뜩이나 더워 하던 아이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청보리 아이스크림이라고? 아... 한 번 먹어 보고 싶다!"


"엄마, 우리 청보리 아이스크림 사주면 안돼?"


나는 슬며시 남편의 눈치를 봤다. 남편은 분명 아이스크림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서 안 사줄 게 뻔했다. 이럴 때는 남편이 싫어할 줄 알면서도 뻔뻔하게 밀고 나가는 '엄마' 특유의 용기가 필요했다.


"여보야, 나 애들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준다~ 가파도 청보리로 만들었으니 얼마나 맛있겠어?"


남편의 불편한 시선이 내 뒷통수로 사정없이 내리 꽂혔지만, 모른 척 하며 가게로 들어가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2개 주문했다. 아이들은 에메랄드 빛깔의 영롱한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는 무척 신나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 뷰는 또 왜 그렇게 좋던지! 버스 정류장에나 있을 법한 무지개 색깔 등받이 의자에 앉아, 저 멀리 제주 본섬과 황금빛 보리 물결을 배경 삼아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둘째가 아이스크림을 몇 입 떠먹어 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게 아닌가!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비싼 돈 주고 사 먹였더니 맛없다고 하는,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엄마, 아이스크림 맛이 텁텁하고 좀 이상해! 이건 내 입맛 아니야!"


아빠를 닮아 타고난 미각을 가진 둘째는, 무언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스크림을 사준 엄마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아이스크림 맛 평가를 냉정하게 내려 버렸다.


"이리 줘! 아빠가 먹을게..."


남편은 둘째가 떠넘긴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한다? 남편의 따가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냅다 줄행랑 치기!!!


얘들아, 엄마 덕분에 청보리 아이스크림이 무슨 맛인지 알았다는 걸 기억해줘!

청보리 아이스크림 먹는 아이들 / 아이들 손에 있는 게 바로 청보리 핫도그!


배 타기 전에 출출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사 먹었던 '청보리 반죽 핫도그'는 예상 외로 맛있었다. 아주 약하게 보릿가루 맛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건 핫도그 고유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졌다.


청보리 아이스크림은 두 딸의 입맛을 100% 충족시켜 주지 못했지만, 청보리 핫도그는 우리 가족 모두의 엄지척을 받았다. 올레길을 다 걷고 배고픈 상태에서 먹은 거라 그냥 맛있었던 걸 지도...




보물 아홉, 돌하르방 포즈 따라해 보기
돌하르방을 따라해 볼까? / '키워 주셔서 감사한' 돌하르방^^


섬의 한 중간, 소망 전망대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표정과 포즈를 가진 돌하르방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푯말을 가지고 있는 돌하르방이 눈에 쏙 들어 왔다.


마침 가파도를 방문한 날은 5월 6일이었고, 이틀 후면 '어버이날'이었다. 제주 일년 살이를 오기 전 양가 부모님께 양해를 구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올 한 해 우리 가족이 육지에 갈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양가 부모님을 제주로 오시게 해서 나름 관광 효도(?)는 두 번씩 했지만... 그래도 어버이날에 직접 찾아 뵙지 못하는 게 맘에 걸리던 와중에, 저 돌하르방을 이용해 작은 효도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하르방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각자의 부모님께 전송했더니, 반응이 썩 나쁘지 않았다. 올해 어버이날 선물을 사진 한 장으로 떼우게 되어 죄송합니다, 부모님!


올해는 둘 다 백수여서 어버이날 선물이 고작 사진 한 장이었지만, 내년에 육지로 돌아가면 묵직하게 벌어서 효도하겠습니다^^


푸하하 웃어요 / 손머리 위로 하트♡




보물 열, 아기자기한 마을 벽화 구경하기


가파도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보물은, 마을 곳곳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들이었다. 아이들과 벽화를 볼 때마다 멈춰 서서 읽고, 사진도 찍으며, 가파도를 곧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벽화가 있는 가파도 마을 길


보리밭 사이로 불어오는 너


가파도에 꽃이 피었네, 그대라는 꽃


5월 어느 날, 보리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가파도에서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다. 가파도 올레길을 걸으며 우리 가족이 찾아낸 열 개의 보물들! 오래오래 추억 상자 속에 잘 넣어 두고 자주 꺼내볼 예정이다.


가파도 덕분에 벌써 여섯 개의 올레길 완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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