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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Feb 15. 2024

나는야 건강한 돼지!!!

도다의 시작

  2021가을날, 한창 코로나로 들끓던 시기에 신랑하고 한바탕 싸우고, 알바를 한다고 ㅇㅁㄹ퍼시픽에 들어갔다. 머리도 안되지만 몸을 더더욱 써본 적이 없는 나로는 박스 뜯는 거 하나 못하고, 공순이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몇 시간을 포장하는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2달이 되었을 즈음 다다다닥 "꾸~~~ 엑" 어디 한번 아파본 적 없는 나는 머리가 돌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목디스크란다. 월화수목금 알바를 가고, 토요일만 되면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받으러 한 시간을 오고 가며 치료를 받았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고 몸은 아프고 뒤뚱뒤뚱 펭귄이 되어 가고 있는 나를 보며 운동이나 해보자며 계단 오르기를 열심히 했다. 나름 유튜브 교육영상을 들으며 꿋꿋하게... 그러다 분리수거를 하고 들어오는 옆집 언니를 만났다.


"요즘도 운동하세요?" "응, 하지~" 그리고 열정적인 점핑에 대해 토로하기 시작하셨다. 언니는 이미 점핑전도사였다. "나이 들어서 더 운동해야 해~" "이제 금방 갱년기도 온다~" "진짜 운동해야 해" "저도 가볼까 봐요." "그래 내가 예약 걸어줄게." "그럼 내일 갈까요?" "선착순이라 대기를 걸어야 해!" "그럼 내일 안 돼요?" "내일모레 가자! 내가 해 놓을게~" 무슨 운동하는데 선착순이래? 별나게하나보네.... 그러곤 내가 순간 미쳤나 보다. 생각할 틈 없이 인사만 주고받던 옆집 언니의 말에 이끌려 앞뒤 재지도 따지지도 않고 점핑을 간다 이야기했다. 

'내가 무슨 운동이야? 뭐 해본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없는데.... 알바 조금 했다고 목디스크에 허리디스크까지 왔는데... 그래! 운동해야 해! 나도 이제 40이 넘었는데 해야지 암... 해야지!' 그리고 얼떨결에 언니를 따라 신발장에 박혀있던 운동화를 꺼내 밑창을 악 빡 문질러 닦고, 실내복으로 입던 레깅스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수건이랑 물통을 들고... 언니를 쫓아 나선다. "저 일주일에 3일 할까 봐요." "3일이랑 5일이랑 가격차이가 없는데 왜 3일해~ 5일 하고 일 있을 때 빠지면 되지!" "아 그럴까요?" 그냥 언니를 교주로 믿고 그냥 무조건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매번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청소기 휘~익 돌리고 9시가 되면 집을 나섰다. 그냥 이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마냥 젊지도 않고 운동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생각이 확실히 들긴 들었다.

  음침한 조명, 오색찬란한 반짝이 조명어색했지만 흥겨운 음악에 이끌려 신이 나긴 했다. 마음은 즐겁지만 몸은 엉거주춤 탈춤, 엇박자를 추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다들 오래 다녔는지 쉬지 않고 잘만 뛴다. 다들 베테랑인가 보다. 세 박자 반이 맞았다. 그냥 점핑에 서있는 자체로 만족했다. 매번 선생님한테 지적질을 받으며 설명을 들어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하신 지 며칠 되셨어요?" "일주일이요." "많이 다니셨네요. 이제 잘하실 수 있겠네요~" 선생님의 멘트는 아주 노련했다.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었다. 기분은 좋은데 내 몸은 나와 다르게 흐느적흐느적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9시만 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같았다. 이런 내가 포기할 까봐 "저 안 간다 하면 억지로 좀 끌고 가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었다. 아니라 다를까 언니는 그 멘트에 급 부상하듯이 쫘악 쫙 당기셨다. 오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운동에 대해, 건강에 대해 의욕을 불태워주셨다. 언니 쫓아 땀복도 사보고, 레깅스도 사보고 그저 다 재밌고 신이 났다. 그리고 혹이나 내가 못 간다 내뺄 틈 없이 잡아끌어 당기셨다. 너무 적극적이고 예쁘게 봐주시고 챙겨주셔서 죄송해서라도 안 갈 수가 없었다.

  몸은 너무 힘들었다. 운동을 다녀오면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있다 간신히 씻고 지친 몸을 일으키고자 열심히 쑤셔 넣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믹스커피를 2개씩 말아 넣었다. 그것도 모자라 일을 하다 틈이 나면 커피우유를 사다 빨아먹고 있었다. 운동하니까 먹어도 돼! "이~야! 내가 운동을 끊어서 2달이 되다니..." "헉 어느새 3달" 이제 그냥 내 삶의 패턴이 되었다. 그렇게 체념하고 점핑을 했다. 그러다 나도 살이 좀 빠졌을까 기대하며 인바디를 쟀다. 빠지긴 빠졌더라 0.5kg 이건 물 한 모금만 먹어도 늘어날 무게, 화장실만 한번 갔다 와도 요동칠 무게였다. 솔직히 나도 양심이 없긴 하지만 1~2kg는 빠졌을 줄 알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5일을 운동했는데 제자리였다. 언니는 선포했다. "야! 어떻게 그렇게 안 빠지냐?" "담달 도다(도전다이어트)하자!" 내가 혼자 서먹할까 봐 5학년 끝무렵인 언니는 뺄 살도 없는데 나를 당겨 도다까지 앞장서셨다. '운동한다고 살이 빠지진 않는구나~ 난 건강한 돼지가 되고 말았어...'

나도 모르게 도전다이어트까지 신청하고 말았다.

'언니!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열심히 빼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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