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봄은 따로 오지 않는다 28
가을이다.
이례적인 더운 추석을 보내며 가을이 아직 오지 않은 줄 알았는데, 나무에는 벌써 가을이 찾아온 모양이다.
요즘 첫째는 학교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뒷마당에 있는 가을 조각을 주워온다.
그것은 도토리. 도토리도 아이도 참 귀엽다.
너무 많이 주워 오면 다람쥐들이 못 먹으니 적당히 주워오라고 일러 주었다. 예쁘고 특이하게 생긴 도토리 한 개 씩만 주워온다고 했다.
그렇게 주워 온 도토리가 여러 개 모였다. 나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니 아이들의 눈에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엄마, 그런데 이거 왜 생긴 게 다 달라? 친구가 이거는 밤이고, 이것만 도토리래.”
나도 도토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세상에, 도토리도 이렇게 종류가 다양하다니.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등등 나무 종류에 따라 생긴 열매도 달랐다.
밤과 비교를 하자면 밤은 밤나무과에서, 도토리는 참나무과에서 자라는 열매인데,
밤은 뾰족한 밤송이 안에서 나오고 도토리는 깍정이라는 모자를 쓰고 있다고 한다.
아이는 열매가 귀엽다며 이걸로 무얼 만들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다 도토리묵을 해 먹을까라고 한다.
아이고, 그러려면 도토리 백 개는 넘게 있어야 해라고 일러주니 그럼 천 개를 주워 온다고 장난친다.
“어, 엄마! 그런데 이건 소리가 나.”
흔들어보니 딸그락하는 소리가 나는 열매가 있었다.
“이거 너무 궁금해! 이것만 반으로 잘라 보자.”
가르는 순간 터지는 탄성! “와~~~”
껍질을 가르니 동그랗고 쭈글한 도토리 열매가 들어 있었다. 실제로는 나도 처음 보는 것이라 내 눈도 도토리열매처럼 동그랗게~ 아이 눈도 동그랗게~
그렇게 구경하고 우리는 만들기를 하려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심어주자!”
열매를 하루 물에 불려 놓으면 더 잘 자란다는 말에 하루 물에 담가 놓고 우리는 다음 날 열매를 정성스럽게 심어 주었다.
어서 빨리 자라길 바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준다는 첫째.
한 달은 있어야 싹이 난다는데. 우리 가족 모두 기대하고 있다.
“도토리 열매마저도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네.”
같은 나무에서 떨어졌는데도 그 모양도 개성도 제각각인 것이 참 신기하다.
사람만 같은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더니 도토리 너희도 마찬가지였구나.
모두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멋진 모자를 쓰고 있는 도토리.
무럭무럭 자라서 어서 싹을 틔우면, 잘 키워 넓은 곳에 심어 줄 테니 부디 잘 자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