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첫째가 등교할 때 추울 것 같아서
털모자 하나를 사줬다.
나는 인터넷으로 검정비니를 여러 개 골라서
아이한테 보여줬는데 나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아이는 그중
나이키 모자를 맘에 들어해서 그걸로 사줬고 아이는 등교할 때
아주 잘 쓰고 다녔었다.
요즘 큰애는 하교 후에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들어오는데 오늘 아침 등교할 때
씌워주려고 모자를 찾았더니 없었다.
아이는 놀이터 옆에 의자 있는 곳에 놓고
그냥 온 것 같다고 조금 있다 학교 끝나고
찾아보겠다고 말하고 학교에 갔다.
하교 후 아이가 전화가 와서는 놀이터에서
찾아봤는데 없다며 대신에 놀이터옆
관리사무소에 혹시 누가 맡겨놨는지
한번 물어보겠다고 말을 했다.
나는 이때부터 아이가 조금(이라고 쓰고 엄청) 기특했는데
일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지금 관리사무소
점심시간이니까 1시 지나서 가보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 다시 전화가 오더니
관리사무소에 물어봤는데 모자 접수된 게
없다는 말을 전해왔다.
나는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놀다가
들어오라고 말을 했다.
아이가 집에 와서 정리하고 샤워하러
들어가다가 화장실 문 앞에서 나에게 갑자기 무슨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난 속으로 너무너무 많이 웃었다.
너무 웃겼는데 그걸 억지로 막 참았다.
"아 맞다 엄마! 우리가 1907동 2901호 맞지?
아니 관리사무소에서 혹시 모자를
찾을 수도 있으니까 주소 말해놓고 가라고 해서 말했는데 맞지?"
이사 온 지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동호수가 천 단위라서 아이가 말해놓고도
헷갈렸는지 혹은 제대로 말해줬어야
모자를 찾으면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물어본 건지 굳이
안 물어봤지만 아마 둘 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좋았던 건
이제 11살 된 우리 아이가 스스로
관리사무소에, 그곳엔 무뚝뚝한 어른들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을 것임에도
용기 있게 들어가서 당당히 모자에 관한
얘기를 한 점이다.
11살의 나는 생각조차 못했을
아니 생각은 했겠지만 어른이 너무 무섭고 두렵기도 하고
너무 떨리기도 해서 감히 행동에 못 옮겼을
용감하고 멋진 행동을 한 것에 놀라웠고 이렇게
자라주고 있는 아이가 너무 고맙다.
오늘은 나이키모자를 고마움의 보답으로 다시
주문해야겠다. 대신 받으면 저번에 깜박하고
못했던 안쪽에 이름 쓰기를 해야겠다.
(2022년 겨울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