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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과 붕어빵의 추억

어린 시절 추억의 그 맛

by 글사랑이 조동표

어린 시절에 겨울이 되면 자주 '풀빵'을 먹었다. 검은색 화로 위 뚜껑을 열고 노란 주전자의 밀가루 반죽물을 팥앙금 위에 부어가며 노릿노릿하게 구우면 고소한 그 맛이라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고 단맛이 감돌던 그 맛...


아! 추억의 그 맛은 종이봉투 기름기에 절어서 고스란히 묻어있곤 했었다. 10원어치 사서 친구들과 나눠먹곤 했는데, 그다지 먹을 게 없던 그 시절에는 혀로 입가를 훔쳐가며 한 봉투 더 먹고 싶어서, 할아버지가 뒤집기를 반복하며 굽고 있는 풀빵을 넋 놓고 바라보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 시절부터 붕어빵으로! 좀 더 세련된 물고기 모습으로 바뀌더니, 요즘에는 황금잉어빵으로 신분상승을 했다.


포장마차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같이 구워서 팔거나, 때론 애를 업은 아줌마가 어린아이를 곁에 두고 붕어빵 틀에 주전자를 부어가며 밀가루 반죽에 팥 앙금을 덜어 넣으면 어느 쪽에 앙금이 더 덜어지는지 감시하였고 조금 더 앙금 많은 쪽이 내 것이 되면 환호성을 질렀다. 10마리가 순서대로 구워 나오는 것을 바라보는 그 순간,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가곤 했다.


겨울에 군고구마나 군밤이 군것질의 전부였던 시절, 붕어빵은 충분히 한 끼 요기가 되었고, 한 마리를 입에 덥석 물고 신문지에 싸서 집에 갖고 오는 사이에 나머지 여러 마리가 찬 공기에 식어가면, 동생들은 따뜻한 게 더 좋은데 벌써 식었냐며 투덜거리곤 했다.


때론 가슴에 안고 온기를 나누며 뛰어갔었다. 그럴 땐 꼭 붕어가 살아나서 눈 쌓인 길가에 펄떡거리는 상상도 했었다.


어느 순간 붕어빵은 황금 잉어빵으로 신분상승해서 불리고 한 마리에 천 원까지 올랐는데, 강추위와 물가고에 포장마차가 점점 자취를 감추더니, 이제는 소상공인들이 상가건물에 입점해서 굽기도 한다.


요즘도 붕어빵이 있나? 아직도 붕어빵을 먹나? 이런 질문들도 있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앞 상가건물 내에 입점한 붕어빵 가게에 애들과 어른들이 하루 종일 줄 서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실감하곤 한다.


가난한 가족들이 주업으로 삼던 생계형 포장마차 시절에는 동전이나 코 묻은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로 사 먹던 추억이 아련하다.


이제는 세련된 젊은이들이 익숙한 솜씨로 구워내고 있고, '카드 환영, XXX 페이 환영' 문구를 보면서 세월이 만들어낸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붕어빵 먹는 순서만 알아도 성격이 보인다.'는 유머가 있었다.


머리부터 먹는 사람, 꼬리부터 먹는 사람, 배부터 먹는 사람, 등지느러미부터 먹는 사람, 반으로 잘라서 머리부터 혹은 꼬리부터 먹는 사람으로 구분해서 어쩌고 저쩌고 평가한 글도 있었는데 재미로 읽는 내용이었지만, 그만큼 우리들과 친근한 붕어빵이다.


오늘같이 추운 날이면 더 간절해지는 붕어빵!


풀빵이 가난한 삶을 돌아보게 한다면, 붕어빵은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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