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 출장을 마치고 밤 8시 5분 귀국 편 비행기를 타러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다. 6시 10분쯤 도착했으니 나름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마일리지를 적립한 덕분에 빠르게 수속을 밟을 수 있어서 느긋하게 갔다. 그런데 김포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가 기체결함이 발견되어 정비 후 출발하느라 지연이 되었고, 그 비행기가 와서 다시 우리를 태워야 하니 출발시간이 9시 이후로 늦어진단다. 아니, 핸드폰으로 미리 문자라도 해줬어야지 이게 뭐람?
출국수속을 마치고 배가 고파 공항 내를 어슬렁거리니 일본 우동집과 라면집 식당 앞은 다들 줄 서서 대기하고 있고 한국식당만 텅 비어 있어 얼른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순두부찌개에 맥주 한잔 얹혀서 2000엔.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왜 이리 손님이 없나 했더니, 당시 반한(反韓) 감정에서 비롯된 여파로 한국 메뉴를 파는 탓에 일본 손님들이 기피해서 그렇단다.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우선 허기를 채웠다.
면세점에 로이스 초콜릿을 사러 갔더니 투피엠 아이돌 꽃미남들이 눈앞에 얼쩡거리며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닉쿤, 옥택연... 일본의 맛차가 뭔지 모르길래 녹차가루라고 설명해 주니 닉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라운지 가서 쉬자니 또 맥주 마시고 업무에 신경이 써질 까봐, 탑승구 앞에 앉아 수첩에 출장결산을 해본다.
누구누구를 만났고 숙제가 뭔지...
겨우 9시 넘어 출발한 비행기는 만석이고 내 옆엔 스모선수만 한 거구의 친구가 앉아 있어 숨이 막히는데 마스크 쓰고서 연신 기침을 해댄다. 유행성 독감인가 보다. 비즈니스석에 탔을 때가 그립다. 투피엠 애들은 비즈니스석인데...
김포공항은 밤 11시까지만 입국심사가 가능하다고 하여 비행기는 11시 반에 인천공항으로 도착했다.
자동입국 심사로 나가려니 원도착지가 김포라서 안된다며 줄을 서서 심사받으란다. 간신히 짐 찾으며 콜택시 부르려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려니 탑승전 40%였던 배터리가 다 방전되었다.
분명히 핸드폰을 끄고 탑승했는데 어떤 이유로 제로가 되었는지 기가 막힌다. 삼성 기술의 한계인가?
트렁크를 풀어헤쳐 샤오미 충전기를 뒤져 간신히 집과 택시회사에 연락을 취한다.
원 도착지인 김포까지 버스를 대절해 준다고 해서 일단 버스에 올라탔는데, 내리는 장소를 엉뚱하게 얘기해 줬는지 버스기사가 헷갈려하더니 우리를 이상한 곳에 내려준다. 콜택시기사와 통화하고 만나서 간신히 몸을 실으니 한밤중 12시 50분. 고속도로 위에서 이 글을 치는 시간은 1시 20분이다.
모두들 잠드는 고요한 이 밤에 어이해 나 홀로 집에 못 가고 있는지...
아침에 정시 출근하면 또 산더미 같은 해야 할 일거리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과연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출장. 도쿄와 서울. 두 도시의 시스템 차이. 그리고 극명한 리스크관리의 격차.
그 늦은 시간에 어떻게 알았는지 인천공항에 도착한 투피엠들을 반기러 나와 소리소리 질러대는 여고생 팬들이 스쳐 지나가고, 닉쿤이 어른거리고... 아시아나항공과, 삼성 갤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