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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통 Oct 07. 2021

최보통, 배우 전소민을 만나다 2

사랑해라고 나지막이 얘기해 주는 당신의 음성

너무 가슴 떨리는 가사이다.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가장 많이 듣는 곡은 소민 씨의 나레이션 '사랑해'이다.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는데,

그래도 조금은 더 밝은 버전으로 하기로 얘기했다.

다른 버전은 딥한 회색이다.


밤이 몰려오는 시간

한강을 걸으며 그녀의 음성을 들으면

목소리에 채워진 밀도 높은 감정들에

얄궂은 공허함이 채워진다.


그래서 듣고 또 듣는다.

이렇게 간절하게 '사랑해'라고

얘기해주는 따스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의 공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사랑'을 문학적으로 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예술의 역사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사랑을 표현할 때 우린 진부해지기 쉽다.

소민 씨의 가사를 보자.


/사랑해 이 한마디가
우리를 밀폐시켜 주고
이 시간을 짓이겨
얼룩 같은 순간을 남겨주며/

소민 씨 글의 특징은 현실 안의 리얼리티를
잘 뽑아내고 무덤덤하게 던지지만
마음을 때린다.

후반부로 치닫는 가사는 더 격정적인 리얼리티를 가진다


/부딪혀 아파도 우리는 우리를 붙들고
갈 수 있을지 몰라/


음성으로 표현된 앨범을 들어보면

어떤 감정이 묻어있는지 여실히 느껴진다.


# 레코딩 에피소드 1 : 소민 씨와 첫 레코딩을 하던 날이었다. 나의 녹음실은 집이다.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는 허름한 녹음실. 만나기로 한 날, 아침은 추운 겨울이었다. 전날 한파에 1층 배관이 터져서 종일 함마드릴로 건물을 울리던 그런 날. 소민 씨의 첫 만남은 그런 날이었다. 택시를 타고 매니저도 없이, 집 앞으로 온 그녀를 마중 나가 있는 동안도 계속 함마드릴 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소민 씨는 여유가 있었다. 처음 만난 나의 기분과 상태를 인지하고, 계속 다른 얘기를 하면 배려해 주었다. 함마드릴 소리가 조용해질 때쯤, 그녀는 얘기했다. '저 이제 녹음할 준비가 된 것 같아요.'


똑똑하고, 세심하게, 상대방을 고려한다.

따뜻한 깊이감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 부분들이 소민 씨를 지금 스타로 만든 부분이 아닐까?

비치는 모습에서도 그 간극에 느껴지는 따스함을 사람들이 느끼는 거겠지.


포장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이채원 작가 (@cosmiclama)의 '옷들의 춤'



사랑해 by 최보통, 전소민


사랑해
이 한마디가
우리를 밀폐시켜 주고


이 시간을 짓이겨
얼룩 같은 순간을 남겨주며
우리를 고무줄처럼 늘려준다


당겨져 끊어지거나
멀어져 있지 않게
탄성으로 붙여줘


부딪혀 아파도
우리는 우리를 붙들고
갈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해줘


당겨져 끊어지거나
멀어져 있지 않게
탄성으로 붙여줘


부딪혀 아파도
우리는 우리를 붙들고
갈 수 있을지 몰라


그 접착제가 들러붙어
안 떨어진다
울어도 좋으니까
많이 말해주라


사랑한다고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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