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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습니다

(안부귀영화) 공지사항

by 초별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


안녕하세요,

저는 매주 화요일 연재를 하겠다고 (저와의) 약속을 했지만

이번 주는 도무지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아

공지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미리미리 써 놨어야 했는데…

꾸준함보다는 데드라인에 쫓겨 글을 쓰는

나쁜 습관이 있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요즘 제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당시 일들을 끄집어내고 반성도 하고

그러면서 제가 느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느끼는 감정들을 소화하려고 정신이 바쁜 상황입니다.


제가 처음 연출한 독립 장편 영화가 내일 개봉합니다.

3년 전 촬영을 마쳤었고, 2년 전 후반 작업을 끝내고,

1년간 기다려 오다가 드디어 개봉입니다.

영화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만도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응당 기뻐해야 하고, 기뻐하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저는 아직 그릇이 너무 작기 때문인지 그게 잘 안되고 있습니다.


솔직한 요즘 제 심정은 쥐구멍에 들어가 있고 싶습니다.

한 컷 한 컷, 모든 컷들에서

부족한 부분들만 보이고 너무 부끄럽기만 해서

이 감정이 감당이 잘 안 됩니다.

배우 스태프들 모두 너무나 열심히 잘해주셨는데

제가 부족한 게 너무 많았고 그래서 자꾸 미안한 생각만 듭니다.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데 미안할 일 없이 잘 찍었어야지

이제 와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참 무책임하고 오만하고,

연출로서 절대 표현하면 안 되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는 이런 심정을 최대한 숨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냥 솔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의 글도 있는 그대로 써 왔고,

공개된 공간이긴 하지만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은) 제 개인적인 공간이니까요.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경험과 감정들이 아직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깊이 느끼고 관찰해 보고 잘 소화시켜서

지금의 경험들도 좋은 과정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번 한 주만 쉬어갑니다.

다음 주에는 꼭 원래대로 잘 써서 업로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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