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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y 27. 2023

12. 정신 병원에 같이 가기로 했다

엄마와 같이 우울증에 맞서다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를 보고 우울증 치료 방법은 항우울제와 심리 치료 말고도 여러 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경두개 자기 자극 치료(TMS)'라는 것이 있는데, 이 치료법은 뇌의 앞부부인 전전두피질에 약 20분간 전류를 보내는 치료법이다. 그렇게 하면 기분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의욕을 증진시키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약과 상담 치료가 효과가 없었던 우울증 환자 중 1/3이 효과를 보았다는 것에 흥미가 가서, 혹시 우리 지역에도 그런 치료를 하는 병원이 있는지 찾아봤다. 다행히 병원이 있었다. 엄마에게 이 치료 방법을 말하니,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예약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는 토요일에만 그 병원에 갈 시간이 되는데, 나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온라인 수업을 해서 월요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내가 같이 못 간다고 하자 엄마는 근심했다. 아빠랑 같이 가는 건 어떠냐 했는데 아빠는 불편해서 나랑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하긴,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이 있는데 또 다른 병원도 다닌다고 하면 아빠는 이해 못 할 것 같았다.


"그럼 일단 지금 엄마가 다니는 병원에 계속 다녀 보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전기 치료하는 병원에도 가 볼까? 지금 의사 선생님 믿음이 간다고 했잖아."

"응... 근데 나는 빨리 좋아지고 싶어. 4년 동안이나 병원 다녔는데 좋아졌다가 안 좋아졌다가 반복만 하잖아. 방법이 있으면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싶어."

"그럼 의사 선생님한테 엄마한테 전기 치료는 어떨지 한번 물어봐. 아, 엄마 내일 병원 가는 날이지? 나도 같이 갈래."

"같이 간다고? 나는 괜찮지만 너 시간 괜찮겠어?"

"수업 준비 아침에 다 해 놓으면 돼. 엄마 퇴근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에 가 있을게. 같이 가자."


이렇게 나는 엄마가 다니는 정신 병원에 같이 가기로 했다. 이후의 내용은 프롤로그에 있는 내용이다. 우울증이 처음 나타났을 때가 2017년 초, 엄마의 손을 잡고 같이 정신 병원 진료실로 들어갔을 때가 2021년 8월 말이었으니, 1화부터 12화까지는 거의 4년 반 동안의 이야기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엄마 말대로 인상도 좋고 말씀도 편하게 하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나한테 가족이 이렇게 병원까지 같이 와서 상담을 듣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병원에 같이 온 것도, 매일 같이 산책을 하며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아주 잘하고 있는 거라며 칭찬해 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은 자살만 하지 않으면 100% 치료되는 병이라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너무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태도에 안심이 되고 믿음이 갔다. 그리고 선생님은 대부분의 사람이 입 밖으로 꺼내길 어려워하는 '자살'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말씀하셨다. 극단적 선택이니 뭐니 하는 말로 돌려 말하지 않고 말이다. 나는 오히려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이 엄마 상태의 심각성을 더 잘 알려주시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이 분에게 치료를 받으면 엄마가 자살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제가 찾아보니까 경두개 자기 자극 치료라고 해서 전기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게 있다고 하는데요, 저희 엄마도 그걸 해 보면 어떨까요? 효과가 있을까요?"

"음... 그 치료로 효과를 본 분들도 계시기는 하는데요, 지금 어머니께서는 약물과 상담 치료로도 조금씩 호전을 보이고 계세요. 당분간은 이렇게 치료를 계속해 보고,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경두개 자기 자극 치료를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환자분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쭉 듣다가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이번 여름에는 우울증 약을 중단하신 거하고 백신 접종 영향으로 갑자기 상태가 심해졌다지만, 2019년 말에는 왜 그러셨을까요? 갑자기 확 상태가 안 좋아진 계기가 있었나요?"


내가 매일매일 우는 엄마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그때 이야기였다. 엄마는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그 당시에 아무도 공감해주지 못한 이유였고, 그런 이유로 우는 엄마를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었으니까.


다음 날, 저녁 산책을 할 때 엄마가 말했다.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한테 그때 우울증이 심해졌던 이유를 말해야겠어."

"그래 엄마. 마음에 걸리는 건 선생님한테 다 얘기하자. 그리고 훌훌 털어 버리자."


다음에 병원을 같이 갔을 때, 엄마는 의사 선생님께 2019년 말에 우울증이 심해졌던 이유를 말씀드렸다. 요약하면, 엄마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생긴 데다가, 중요한 시험에도 떨어져 취업에 실패한 것이었다. 엄마는 부모 도움 전혀 없이 혼자 공부해서 시험에 떨어졌다고, 너무 불쌍하고 그 사람에게 최악의 일이 닥칠 것 같다며 매일 가족을 붙잡고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하소연하고 하는 일만 반복했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도 객관적으로 '그 사람'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고, 비록 지금은 안 좋아도 미래는 좋게 생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족보다도 그 사람을 더 신경 쓰고 챙기는 걸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의사 선생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환자 분께서 그분에게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쓰셨네요.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했으면 불쌍해만 할 게 아니라 칭찬할 일이고 대단한 일인데 왜 안타까워하셨을까요? 그리고 얘기를 들어 보면, 그렇게 열심히 사는 분이면 앞으로 충분히 잘 살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때 겪은 안 좋은 일로 그분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든데 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게, 저는 환자 분이 잘못했다고 하는 게 아니에요. 환자 분의 마음속에는 그분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가지게 하는 볼록 렌즈가 있어요. 렌즈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조금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 주는데요, 볼록 렌즈는 멀리 있는 사물을 반대로 보여 준다는 특징이 있어요. 환자분 마음속 볼록 렌즈가 뭔지 스스로 한번 찾아보셨으면 해요."


다음 편에서는 엄마 마음속 볼록 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엄마를 계속 붙잡고 있던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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