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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명 May 25. 2024

그래서 미들리스트가 뭔가요

Middleist Diary

Middleist가 뭐냐는 물음에 제대로 답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건 사전에 없는 말. 있을법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내가 적당히 만든 단어이기 때문이다. 필시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 일건대, 알 수 없으니 그냥 주장해 보는 걸로. 단어는 중앙을 뜻하는 'middle'에 사람을 뜻하는 'ist'를 더해 만들었다. 합쳐지는 과정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지 30분쯤 고민했지만 알 순 없었다. GPT한테 물어본 결과 많이 어색하진 않다고 하니 일단 써보는 걸로. 그래도 나중에 크게 부끄러울 일이 생길까 두렵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만고만하게 살아간다. 부럽거나 혹은 안타까운 사연들이 눈에 띄는 것에 비해, 다수의 중간들은 그냥 없는 듯이 산다.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장면들을 부러 찾아보기엔, 재미있는 일들이 세상엔 너무 많으니까. 미들리스트 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의 관심 밖에서 머무른다.

  

 어쩌다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중년이 되는데 내가 특별히 애쓴 것은 없으니, 어쩌다 중년이 된 게 맞다. 2024년 대한민국 중위연령 46.1세. 나는 그 보다 약간 젊은 44.2세. 회사에서도 미드필더 역할을 한다. 거칠게 날아오는 요구들을 어찌어찌 트래핑하고 앞이나 뒤로 패스한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운동도 시작했다. 달리기를 한다고 말하고 다니긴 하는데 쏟은 시간과 정성에 비해선 실력이 썩 좋진 않다. 중간보다는 조금 나른 정도. 글도 써보고, 책도 읽고 SNS도 하는데 그걸로 나를 설명하기엔 부족한 게 많다. 뭔가를 애써서 한다고 하지만 탁월한 수준은 아닌. 특별히 부족한 건 없지만 그렇다고 자랑할 만큼 돈을 모으지도 못했다. 키도 평균을 조금 넘는 것 같고, 생긴 건 일단. 그러니까 특별할 것은 없는 삶. 전항목 middle에 분포하는 수치들이지만, 또 그 하나하나의 점을 이어가다 보면. 유니크한 어떤 도형이 그려지지 않을까? 40대 남성, 호기심 많은 직장인 이면서, 달리기와 독서가 취미. 칵테일을 정도는 만들어 마실 줄 아는, 언젠가 작가를 꿈꾸고, 사는 곳은 부산. 뭐 이것저것 꺼내서 선을 이어 보지만 아직도 내가 어떻게 생긴 도형인지는 모르겠다. 부지런히 줄을 그어 볼 수밖에. 그래도 대부분의 항목에서 중간 근처는 가고 있는 것 같으니 이 정도면 뭐. 아무튼. Middleist의 삶도 나름 행복한 게 아닐까. 쉽지 않은 세상이니까.

[중간인 항목들을 쭉 이어보면 '작은육각형' 모양의 삶이 되지 않을까?]


*Middleist라는 남성복 매장도 지구 어딘가에는 있군요. 무려 팔로워가 1.6만! 세상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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