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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과 목표에 대하여

과정을 즐기자

by 제갈해리

새해가 되면 왠지 모르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처럼 새로운 몸가짐, 마음가짐이 되고는 한다. 이것은 비단 필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신년이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 계획과 목표를 세우곤 한다. 올해는 금연을 해야지, 다이어트를 해서 예쁜 옷을 입고 다녀야지, 몸을 키워 여름에 바디 프로필을 찍어야지, 독서량을 늘려서 상식을 키워야지 등 다양한 목표와 계획들로 넘쳐나기 일쑤다. 그러나 연말쯤 되면 그중 지켜진 것들은 얼마나 되는가. 아마 7, 8할은 지키지 못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나라님도 공약을 다 못 지키는 마당에 일반 서민들은 오죽할까. 반면 계획을 지킨 사람들은 그만큼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한다.


그렇다고 성장이나 자기 계발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의지가 과연 약한가와 습관 형성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을 얕잡아 보며 "의지박약"이라고들 한다. 의지박약인 사람들은 과연 의지가 남들보다 약해서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금쪽 상담소"를 시청한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소위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계획 실행이나 업무를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데, 그것은 그들이 계획을 회피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고 싶기 때문에 주저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어쩌면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완벽하게 하지 못할 거면 시작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비슷했다.


필자는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대한 오은영 박사의 조언이 이어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해주라는 것.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만족할 것. 필자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기보다 믿어주고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동안 계획 실행을 완벽하게 이행하지 못하면 그 실패의 책임을 나 자신에게 너무나 가혹하게 지게 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나에게 조금씩 여유를 주자고, 꾸준히 해나가는 과정을 즐기자고 다짐했다.



신년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물론 여러분들은 자기 계발과 건강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이, 목표가 여러분에게 심한 심리적 압박과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그것들은 당신에게 단지 독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필자는 여러분이 계획과 목표를 이행해 나가면서 몸으로, 마음으로 즐기는 과정을 경험했으면 한다. 그래야 1년을 오롯이 즐길 수 있고, 더 나아가 여러분의 인생 전체를 즐기고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계획과 목표 이행에 목숨 걸지 말고, 과정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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