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같은 시간 등교하는 버스에서 만나던 다른 학교 한 살 많은 오빠와 우연히 마주치는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 시간에는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집중해 수업을 들었다. 짝사랑하던 같은 반 남자애를 향해 혼자만의 편지 같은 (지금 생각해 보면 넋두리 같은) 일기를 노트 하나 가득 채웠다. 첫인상은 그냥 그랬지만 나에 대해 두루뭉술 호감을 표현하는 그 애에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내 눈에는 능력과 매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지는 그를 향해서는, 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 모든 처음들을 아낌없이 주었다. '늘 평생 언제나'를 맹세한 이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에 후회는 없었다. 한 눈 팔지 않고 한 방향만,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바로, 그것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알았었다.
사춘기 남매 엄마의 사랑은 그것과 다르다.
아니, 달라야만 한다.
바라지 말고 바라만 보기, 믿지 못하겠어도 믿어주기, 직접 닿지 않고 거리를 둔 그곳에서 머물기,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말은 하지 않기, 하고 싶은 말은 눈으로 말하기, 높이고 싶은 언성을 낮추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 한숨 대신 심호흡하기.
지금의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그렇게 사랑하려고 하루하루 애쓰고애쓴다.
돌멩이 하나를 던져 둥글게 둥글게 서서히 사라져도 남는 파문처럼, 수채 물감을 묻힌 붓을 도화지에 그려 서서히 번져가는 자국처럼, 라테 머그잔 마지막 한 모금까지 남은 하트 무늬처럼, 옅지만 산뜻하게, 명징하게 존재하며 다정한 여운이 남는 사랑.
그렇게사랑하겠다는 다짐이 무참히 또 깨지는 오늘, 내일은 그 사랑을 꼭 하겠다고다시 다짐하는 오늘 밤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