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오늘도, 미타임
03화
저, 산 안 좋아하는데요.
#2 씬디로운 혼등생활
by
씬디북클럽
Jun 9. 2022
산을 안 좋아한다. 산 싫어한다. 내려올 걸 뭐하러 올라가지?
2020년 코로나 절정기, 하도 답답해서 등산 쟁이 남편을 따라 어영부영 광교산에 올랐다. 할 만하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일명 BAC 100도 해볼까? 작년까지 25개의 산 정상을 밟았다. 여름 산도 겨울 눈산에도 갔다. 첫 경험들이다.
한번, 혼자 가 볼까? 이젠 익숙한 광교산. 아무도 없다. 아무 생각도 없다. 내 속도로 걷는다. 내 맘대로 쉰다. 새소리도 들린다. 바람 소리도 들린다. 음, 좋다.
광교산 형제봉을 맘먹고 가 보자. 올해 안에 44번 가 보자.. 100번? 노노, 일단 44번 찍어 보자.
아이들 등교 후, 민낯에 검은 모자, 물 하나만 챙긴다. 좀 외진 곳의 주차 명당. 천천히 오른다. 꽃도 보고 나무도 보인다. 일주일 만에 색깔이 다르다. 산에 어울릴 책을 챙겨 책 사진도 찍는다. 올라갈 때 한 시간, 내려올 때 30여 분 남짓. 딱, 좋다.
요새는, 오르는 30분은 매일 아침 원서 음원이 도착하는 쉬다이닝 @shedining을 듣는다. <Where the crawds sing>을 두 달째 구독 중. 조용한 숲길이 왠지 책 내용과 찰떡이다.
나머지 30분은 그냥 오른다. 거의 안 쉰다. 물은 딱 두 번 마신다. 할 만하다.
형제봉 인증 사진을 찍는다. 셀카는 노노. 화장한 날만 가끔씩 한 컷.
내려오는 30분은 바람처럼 빠르게. 뭘 먹을까 생각만 한다. 등산로 초입의 해장국? 초밥이나 쌀국수를 포장? 오늘은 줄 서서 먹는 칼국수집 오픈 시간이 맞아졌다. 당첨. 아아도 한 잔 들고 아껴 마신다.
함께 해서 힘이 나지만, 때로는 힘이 빠진다. 미타임으로 충전해야 방전되지 않는다. 혼자 놀아야 함께도 잘 놀 수 있다. 나는 나랑 제일 잘 논다. 놀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나랑 놀자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는 않는 사람이기를.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하정우씨, 함께 걸어요. 먹방도 함께 하실까요?
keyword
등산
일상
Brunch Book
오늘도, 미타임
01
세상의 모든 INFJ를 위한 에세이
02
새벽, 오롯한 나만의 시간
03
저, 산 안 좋아하는데요.
04
한 달에 한 번, "아 행복해!"
05
매일 글 쓰는 사람의 글이네요
오늘도, 미타임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5화)
11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 댓글을 쓸 수 없는 글입니다.
씬디북클럽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엄마가 아닌 시간이 나를 만든다
저자
책 원서 꽃 커피에서 행복을 찾는 4시 44분의 그녀 <사랑이라는 시절> 에세이 출간 <엄마가 아닌 시간이 나는 만든다> 공저
구독자
93
제안하기
구독
이전 02화
새벽, 오롯한 나만의 시간
한 달에 한 번, "아 행복해!"
다음 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