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하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긍정적인 밥> 전문
함민복, 그를 흔히 강화도 시인이라고 부른다. 수필 안에도 강화도 살이가 그대로 쓰여있다.
고향은 충북 중원군 노은면이다.
이 산문집을 읽노라면 가끔 울컥하는 장면이 있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 아직도 여운이 그래도 남아있다.
표제작을 소개 글로 올리면 좋겠지만 너무 좋아서 아껴두려고 한다.ㅎㅎ
나는 시인이 아니지만 함민복 시는 좋아한다.
본문 중 좋아했던 부분을 옮겨본다.
17쪽
벽 밖에서 못 박을 위치를 잡기 위해 망치로 벽을 두드린다.
아니, 그쪽 말고 바다 쪽으로 한 뼘 더......기준을 바다로 삼는 이곳 사내들처럼, 나도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나아가 시를 짧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39쪽
버섯들은 참 조용하다. 내성적이다. 얼마나 내성적이냐 하면, 그림자가 몸에서 외출해 다른 그림자를 만나는 것도 쑥스러운지 그늘에 살면서 제 그림자도 만들지 않는다.
32쪽
몇 달 전 일이다. 동네에 상이 났다. 나는 상여를 메고 싶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만 상여를 멜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사십이 된 나이에 아직 상여를 메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늘 부끄러웠다. 왠지 헛살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죽은 사람의 다리가 되어 걸어주지 못한 내 삶이 한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