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디 Nov 28. 2023

모호한 액티베이션과 아하모먼트 구별하기

주관적인 감정을 어떻게 측정할까?

PO로 일하며 새로운 기능을 더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AARRR 프레임워크 위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예를 들어 친구 추천 기능이라면 레퍼럴(Referral), 페이월 수정이라면 레비뉴(Revenue)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명시적인 것들은 비교적 정의가 쉽지만 문제는 항상 액티베이션(Activation)이었다. 액티베이션을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액티베이션: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 핵심 가치를 최초로 경험하는 순간.


사실, 디지털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핵심 가치를 경험하는 것은 무척 주관적이다. 예를 들어 같은 금융 앱이라도 어떤 사용자는 첫 금융 거래를 완료하는 축하 그래픽에 만족감을 느끼고 다른 사용자는 첫 입금의 간편함에 만족을 느낄 것이다. 커머스라면 제품 검색, 장바구니 추가, 첫 구매 등이 될 수 있다.


*AARRR :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회사 500 Startups 창립자 데이브 맥클루어가 만든 분석 프레임워크. 획득(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유지(Retention), 추천(Referral), 수익(Revenue)의 앞 글자를 딴 이름.

핵심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지점 @DALL-E



액티베이션과 아하 모먼트 구별

사용자가 핵심 가치를 한 번 경험했다고 해서 반드시 서비스에 매료돼 리텐션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서비스에서 주장하는 핵심 가치가 와닿지 않거나 오히려 서브 기능에 더 반응할 수도 있다. 즉, 액티베이션이 반드시 리텐션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며 두 지점 사이에 사용자가 가치를 깨닫는 지점이 필요하다. 이 구분을 통해 메이커 입장에서는 '어떻게 우리 핵심 기능을 최초 경험하게 할까?'와 '어떻게 우리 서비스가 가치 있다고 느끼게 만들까?'로 세분화할 수 있다.

Activation과 Retention 사이에 작게 숨어있는 아하 모먼트!


핵심 기능의 최초 경험(액티베이션)이라고 한다면 직접적이고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사용자가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느끼는 건(아하 모먼트) 더 깊고 주관적이다. 제품을 만들며 비교적 명확한 두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생각이 든다. '사용자가 제품에서 핵심 가치를 최초로 경험하는 순간'이라고만 하면 두 개의 구분이 무척 모호했다. 나도 여전히 어렵고 잘 못하는 부분이지만, 주관적이고 깊은 아하 모먼트를 어떻게 측정하고 팀 내 동의를 얻을 것인지가 앱 성공에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하 모먼트와 간접 측정

아하 모먼트를 측정하는 건 직접적이고 명확한 수치만으로는 나타내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하고 간접적인 측정 방법들이 동원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실무에서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항목들이다.


1) 키 메트릭스의 변화

아하 모먼트를 경험한 사용자는 앱 내 특정 행동을 한다거나 방문 빈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키 메트릭스에 변화가 생겨야 한다. 예를 들어 웹서비스라면 아하 모먼트 경험 후 더 많은 페이지를 탐색하거나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


2) 코호트 분석

아하 모먼트를 경험한 그룹과 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하 모먼트를 경험한 그룹이 구매율이나 리텐션이 높을 수 있다. 이벤트가 있는 특정 주에 가입한 그룹이 다른 주에 가입한 그룹 보다 앱을 더 장기적으로 사용하는지 추적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3) 정성 인터뷰

개인적으로 아하 모먼트를 정량 데이터만으로 분석하는 것보다 실제 사용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됐던 기억이 난다. "앱에서 언제 큰 가치를 느꼈나요?"같이 질문해 보는 것이다. 특히 아직 앱이 MVP 단계이고 복잡도가 덜할 때 답변의 스펙트럼이 좁아지는 경험을 했다.



가상의 메디테이션 앱 마인드 보울

PO로 일한 지 아직 2년이 안 됐지만 액티베이션과 아하 모먼트를 잘 정의하는 것이 서비스 성장을 가속화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여전히 어렵고 답답한 부분이 많지만, 유사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다. 다음은 과거 스터디 차원에서 가상의 메디테이션 앱 "마인드 보울(Mind Bowl)"을 상상하며 노트해 놓은 핵심가치, 아하모먼트 등에 대한 예시다.


@unsplash


1) 핵심 가치

가상의 앱 마인드 보울의 핵심 가치는 쉬운 인터페이스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앱 내에는 명상 가이드, 감정 기록 일기, 스트레스 완화 기능등이 제공된다.


2) 액티베이션

마인드 보울의 첫 명상 세션을 플레이한 사용자. 사용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려는 앱의 핵심 가치를 인지하는 순간.


3) 아하 모먼트를 어떻게 측정할까?

- 측정하고 싶은 사용자 행동: 명상 세션을 n회 이상 플레이, 감정 기록 일기를 n회 이상 작성

- 이를 통해 알고 싶은 데이터: 위 행동을 한 사용자의 리텐션, 앱 사용 시간, 피드백 및 리뷰

- 시간 프레임: 사용자가 앱을 첫 다운로드하고 첫 명상 세션을 플레이(액티베이션) 한 후 7일, 14일 이내의 위 행동을 분석

- 요약하면: 14일 이내 명상 세션을 n회 이상 플레이한 사용자.


4) 예상 시나리오

사용자 김요가는 마인드 보울을 다운로드하고 첫날밤 명상 세션을 시작한다. 감정 기록 일기도 작성한다. 다음날도 앱을 켜 명상 세션을 들었다. 한동안 접속이 없다 6일째 앱을 켜 명상 세션을 듣는다. 김요가는 이날 실제로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7일째 앱스토어에 긍정적인 리뷰를 남긴다. 이후 김요가는 9일, 10일, 12일, 14일에 명상 세션을 플레이한다.


5) 분석과 적용

김요가를 아하 모먼트를 느꼈다고 합의한다. 비슷하게 다운로드 첫날 명상 세션을 시작해 감정 기록 일기를 작성한 뒤, 14일 이내 n회 이상 명상 세션을 플레이한 사용자를 찾아 그룹으로 묶는다. 이들과 다른 그룹을 구별해 리텐션을 비교하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한다.



잘 정의된 액티베이션과 아하 모먼트는 결국 좋은 사용자 경험과 장기 사용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으로는 참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실감한 것이기도 하다.


'모호한 액티베이션과 아하모먼트 구별하기'(끝)


[참고자료]

이전 08화 인지 부하를 줄이는 UX 디자인의 비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