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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Mar 18. 2024

FEZH,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 Affordance in SPACE 7


"완벽함을 향한 열망이 없었다면,
그런 종류의 자존심 싸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결국 우리가 갖게 된 작품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 오브리 파월, 힙노시스 창립자


이제 진행 중인 페즈(FEZH)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페즈는 현재 시점(2024년 3월)에 건축 중인 상업용 건축물의 이름인 동시에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은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로 가득했던 2020년부터 시작한다.


업무상 해외 비즈니스가 많았던 나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작을 알렸던 중국의 상황은 처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는 시점에 난 베트남 호찌민에 있었다. 태국 방콕에서의 일정이 남아있었는데 국가별로 이동 통제가 이미 시작이 되었고 베트남도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어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기인 인도네시아를 경유할 계획을 가지고 발리로 향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일어난 일처럼 발리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볼 수도 없고 보헤미안 스타일의 외국인들이 우붓, 스미냑, 짱구, 울루와뚜에 곧 닥칠 쿼런틴(격리)은 생각도 못하고 자연 속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발리를 다녀오고 쓴 글들을 참고해 보기 바란다. (히피들의 마지막 해방구, 신들의 섬 발리 편)

https://brunch.co.kr/@clintlim/59 


발리가 왜 디지털노마드에게 인기가 많은지 코워킹 스페이스를 다녀보기도 하고 요가, 비건, 타투, 서핑, 풀빌라, 비치클럽 등 다양한 발리 문화를 체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방콕 출장은 태국이 외국에서의 모든 입국을 금지시켜 결국 서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의 세상은 생전 한 번도 들어보지도 겪어보지도 못한 쿼런틴의 연속이 시작됐다.


금방이라도 끝날 줄 알았던 쿼런틴은 몇 년이나 지속이 되었다. 명리학으로 보면 내 사주에 역마살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해외에 이미 벌려놓은 사업이 많은 나에겐 마치 감옥에서 지내는 것 같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제주도에 집이 있고 회사의 업무는 코로나 이전부터 디지털노마드로 원격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 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


유튜브에 나온 요가를 따라 하며 운동을 하고, 명상 책을 읽은 후엔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제주도의 오름, 해변, 숲 등 자연을 매일 찾아다니고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중문에서 서핑을 배우게 된 것도, 발리의 분위기를 너무 닮은 아가스트에서 요가를 배우러 다닌 것도 이때부터이다. 난 본능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는 자연 속의 나 자신을 찾아다니며 발리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견뎌낼 수 있는 소확행이고 힐링이었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 지자,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사회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져 보였다. 함께보단 오히려 혼자가 편했고 ‘나만의 공간’이 더 소중해졌다. 그래서 자연이 아닌 도심, 특히 서울에서도 나만을 위한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발리에서 느꼈던 자연-요가-비건-서핑-노마드 등으로 이어지는 보헤미안 분위기, 자유스러움, 혼자서도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를 특히 내가 더 찾게 되었다.


바로 페즈의 구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사진 : 아가스트 요가 스튜디오 2020년 8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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