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이 이제껏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 개당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반신반의했던 ‘비트코인 1억 시대’가 현실화되자 저마다 기대 섞인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명심할 필요가 있다. 1억 원이란 숫자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나 의미있는 숫자다.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시장인 미국에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7만 달러 언저리일 뿐이다. 10만 달러라면 모를까 7만 달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렇게 의미가 있는 숫자가 아니다. 따라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다만 차분하게 앞으로의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려 한다.
우선 반감기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번씩 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겪는다. 비트코인의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자연스레 가격이 상승한다. 1차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 비트코인은 개당 10달러 수준이었는데, 약 1년 뒤 1,000달러를 돌파했다. 2차 반감기 1년 사이에는 640달러에서 2만 달러로, 3차 반감기 1년 사이에는 8700달러에서 5만8000달러까지 각각 30배, 6배 상승했다. 가격과 상승률은 다르지만 반감기를 겪고 난 후에는 모두 가격이 폭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증권 시장을 지배하는 유일한 논리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고 말한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존경스러울 뿐이다. (관련글: 증권 시장을 지배하는 유일한 논리)
비트코인 반감기는 특정 날짜가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약 4년 주기로 반복됐고, 오는 4월에 네 번째 반감기가 예정돼 있다. 당연히 기대감이 형성되었고 작년부터 가격이 완만히 상승했다. 불을 지핀 것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었다. 블랙록, 피델리티와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시장에 참여하자 가격은 껑충 뛰었다. 반감기가 도래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격이 2~3배 상승했다. 그러자 이번 반감기에는 10만 달러는 기본이고 3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장미빛 예측이 난무한다. 비트코인 투자자에게는 꿈만 꾸어도 행복한 예측이다.
사실 필자는 정확한 가격 예측을 좋아하지 않는다. 틀릴 확률이 99%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 맞추는 1%가 항상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람은 전문가를 넘어서 신으로 불린다. (축구에서도 월드컵 경기의 승자를 맞추는 쪽집게 문어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의 승자를 예측함으로써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필자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스포츠 도박판에서 두세번 크게 땡기고 벌써 은퇴했을 것이다.) 가격 예측을 내놓는 전문가는 대부분 과거의 숫자와 변동률을 파악하여 미래에 적용한다. 어려운 용어와 숫자를 사용하여 그럴듯한 결론을 내놓지만 사실은 단순하다. 과거에 10배 상승했으니 이번에도 10배 상승할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오늘도 은퇴하지 못했다.
대신 필자가 하는 것은 두루뭉실한 예상이다. "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 직후 가격은 모두 폭등했으니 사람들은 이번에도 기대감을 갖고 투자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기관 투자자의 투자도 증가할 것이다. 수요가 늘어나니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이 생각만으로 지금까지 2년 동안 비트코인을 모았고 수익은 2억 원을 넘겼다. 이제는 4차 반감기를 맞이하며 이 상승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반감기 직후 가격은 상승했다. 그리고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반드시 폭락을 겪었다. 이 폭락장을 잘 피해가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상승장을 즐기면서도 폭락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두면 좋겠다. 과거를 살피면서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예상하면 그보다 더 즐거운 투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