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 가을의 문장들 4.
" 가을 기찻길에서 "
제천에서 태백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는 콩나물시루처럼 손님들로 가득 차서
돋대기 시장처럼 시끌벅적 거린다.
차창 밖을 스치는 추수가 끝이 난 가을 들녘은
산고를 치른 산모처럼 휴식을 취하는 듯
널브러져 있건만,
산과 들에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들어서
함을 팔러 가는 우리를 반기듯,
춤추듯 나풀거린다.
때로는 그랜드 캐년 같은 멋진 계곡을
숨 가쁘게 달려가는데
경치가 얼마나 멋진지
가슴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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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 속 기찻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계절을 달리는
여행이었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쉬어가는 들녘,
춤추는 단풍,
깎아지른 절벽의 스릴까지—
모든 풍경이 생생하게 마음에 각인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을 보며,
사라져 가는 순간들을 조용히 껴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