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과 누님이 표선해수욕장에서 야영을 하시네요~-
어젯밤엔 표선 해수욕장 바로 옆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휴가시즌을 보내시는 60대 형님, 누님 부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분은 청주에서 오셨다는데,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도 하고 다음 주엔,, 한라산에도 오를 거라고 하시네요. 제주도엔 한 달 일정으로 내려오셨대요.
저는 처음엔 누님이 저보다 연배가 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40대 초반으로 보이셨거든요. 그런데 실제 나이를 여쭤보니 60대라고 말씀하시네요. 제가 깜짝 놀라서, 이렇게 건강하신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머뭇거림 없이 ‘자전거’라고 대답하셨어요.
누님은 자전거로 우리나라 전국을 3바퀴는 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전거를 탄지는 20년이 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몸이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처럼 딱 각이 잡혔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셨어요. 형님께, “아니 이렇게 미모의 누님이 자전거 타고 전국 일주한다고 말씀하시면 말리시지 않으셨냐”라고 물으니까, 오히려 저를 이상하게 보시면서 “무슨 소리야, 아내가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줘야지~” 하시네요.
아! 저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이들과도 헤어져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있고, 청주에서 내려오신 형님과 누님 내외분은 좁은 텐트 속에서도, 다정하게 안고 주무시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었네요.
두 분은 결혼한 지는 40년이 넘으셨고, 아들 둘을 두셨는데, 큰 아들은 결혼을 했고, 둘째 아들은 아직 미혼이지만, 두 분 다 직장에 잘 다니신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다음 주엔 둘째 아들도 제주로 내려와서, 형님 누님 내외분과 자제분이 함께 한라산을 오를 거라고 하시네요
<표선 해수욕장 야영장 >
아~~~ 부러워라!
형님의 외조와 꾸준히 운동하시면서 사는 누님의 건강한 삶이 이렇게 보기 좋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게 되었나 봐요. 저의 경우 헤어진 아내가 하고 싶다는 게 있으면, 못 마땅해하면서 늘 반대하고 참견하고 잔소리를 해대곤 했는데, 역시 청주 형님처럼 먼저 아내를 배려하는 상남자는, 이렇게 아내에게 평생 대접받고 사는 거 같아요.
형님은 ‘싸이클로 전국 3바퀴!'의 누님이 해주시는 된장찌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셨어요. 어젯밤에도 누님이 해주신 된장찌개를 드셨는데, 꿀맛이었다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내 자랑을 하시지 뭐예요! 이 역시 저와 너무 비교되었어요. 저는 툭하면 아내에게 반찬, 찌개 타박에, 밥도 된밥이 됐다 어쨌다, 잔소리 대마왕이었거든요.
음악 PD 피터팬은, 제주에서 혼자 밥 해 먹으면서 6개월을 살다 보니, 아내의 고마움도 뼈저리게 깨닫게 되고, 이혼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반성도 많이 하고 살고 있답니다. ㅠㅠㅠ 제 사정을 말씀드리니까 청주에서 오시 형님은 '가족도 없이 형무소 생활이네~' 하시네요. ㅠㅠㅠ 흑흑.. 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제가 그동안 아내에게도 못된 남편이었고, 자식들에게도 다정하지 못한 아비였다 보니, 벌을 받고 있는 거겠죠.
누님과 형님은 오랜 자전거 운동으로, 나이보다 훨씬 건강하게 살고 계셨는데요, 형님께도 건강의 비결을 여쭤보자. 바로 ‘자전거’라고 말씀하시네요. 혹시 이 말씀도, 자전거를 좋아하시는 누님을 배려해서, 누님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누님을 응원하려는, ‘현명한 남편 되기’ 전략 중의 하나일까요?
그러면 뭐 어때요? 형님과 누님, 남편과 아내분이 함께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거잖아요! 40년이나 함께 사시면서도, 매년 한 달이 넘게 휴가도 같이 다니시고, 한 텐트에서 같이 주무시고, 저녁이면 이렇게 야영장 근처에서 시원한 바람도 쐬시면서 두 분이 정답게 대화도 나누시고 너무나 부럽다고 말씀드리니까, 형님은 이게 다, 아내분 덕분이라고 하시고, 누님은 형님이 좋은 남편이라서 그렇다고 하시고 부창부수셨어요.(夫唱婦隨 : 남편이 노래하면 아내가 따라 함. 남편이 어떤 일을 하고 나서면 아내는 그 일을 도와가며 서로 협동하고 화합하는 부부)
<제주도 표선해수욕장의 밤바다 >
이번 제주도 여행 같은, 장기간 여행을 1년 중에 얼마나 다니냐고 형님께 여쭤보니까, 누님이 가자고 사인을 주면 수시로 떠나신대요. 누님은 워낙 운동 마니아이시다 보니, 몸이 좀 근질거리면 “자, 제주도 또 한 바퀴 돌고 올까?” 또는, “이번엔 강원도로 가서 동해안 일주 어때? ”, “올 가을엔 남해안 일주하자” 이렇게 그때그때 누님의 천부적인 감으로, 여행지를 선정하고 일정을 짜신대요. 그러면 형님은 “좋지! 역시 내 아내가 최고야!” 하면서, 쌍엄지 척!
이러니 결혼한 지 40년이 넘어, 누님은 예순을 넘기시고 형님은 일흔을 바라보셔도 신혼부부처럼 사시는 거 같아요. 그저 부럽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형님은 직업 군인 생활을 평생 하시다가 정년퇴임을 하셨다는데, 그래서인지 규칙적인 생활이 몸이 배서 건강해 보이셨어요. 또 오랜 군생활로 카스리마가 있으면서도, 동생뻘 되는 저에게 사회 선배님으로서 조언을 해주실 때는 다정다감하셨어요.
흑흑.. 감동이에요..
게다가 오늘 저녁에 우연히 처음 만난 표선면의 홀아비 피터팬 작가가, 형님 내외분의 휴가 이야기를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싶다니까 흔쾌히 동의하시고 촬영에 협조해 주시기도 했어요. 제가 서울 MBC PD 생활을 때려치우고, 제주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유튜브 대박 날 거라면서, 저에게 행운의 엄지도 올려주셨답니다~~.
어젯밤은, 참 좋은 형님 누님 내외분을 뵈어서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이번 주까지는 표선해수욕장 야영장에 머무신다고 하시니 막걸리라도 한잔 대접해 드려야겠어요. 서귀포시는 앞으로 열흘간 일기예보가 날씨 맑음. 하늘 쾌청 이던데, 형님 누님 내외분과 막걸리를 마시며 바라보게 될 제주의 푸른 밤엔 별들이 눈부실 거 같아요.
아무리 별빛이 찬란하다고 해도, 형님과 누님께서 행복하고 즐겁게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오신 빛나던 날들보다 빛날 수 없겠죠? 그나저나, 자전거로 제주 한 바퀴쯤은 뒷산 산책처럼 도시는 건강하고 행복한 청주의 형님과 누님 내외 분처럼, 피터팬 작가에게도 빛나는 나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PS. 청주에서 오신 원앙부부 두 분과의 인터뷰는, 지난 여름 2020년 8월 중순에 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