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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May 14. 2022

쉰네 살 퇴직남의 [쿠팡물류센터]  도전기(2)

-이젠 나도 탕수육, 그리고 돼지갈비도 먹을 수 있다!!-


-은행원 K : 야, 피터팬 너 물류센터에서 짐 옮긴다면서?

-피터팬 : 짐 옮기는 거 아니거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총알배송” 될 수 있도록, 과학적이며 정밀하고 섬세한 분류작업을 하는 거거든!! (어엿한,,, 전문직!....이라고 부르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

-은행원 K : 그니까,,, 짐 옮기는 거 맞네~
-피터팬 : (에이! 무식한 놈!)   
넌, 은행에서 돈만 세다 보니까, 현대 문명의 혁명과도 같은 물류라는 과학적 시스템에 관한 인식이 전~~~~~혀 없구나!
-은행원 K : 됐고! 너!.... 그거 하지 마.    

지금 니 나이에, 그리고 평생 육체노동 같은 건 한 번도 안 해본 놈이 그런 힘든 일 갑자기 할 수 있겠냐?

-피터팬 : (.................................)
-은행원 K : 너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런 일을 한다는 거냐?
-피터팬 : (... 진짜로 돈이 없어서... 나도 탕수육도 먹고 싶고 돼지갈비도 먹고 싶은데.. 진짜로 돈이 없어서...) 야, 인마! 내가 뭐,,, 그까짓 돈 좀 벌려고 하는 줄 아냐? 그동안 육체노동을 안 해봤으니까 지금이라도 해야지! 집에만 있으니까 좀이 쑤시던 참인데,,, 물류센터 나가니까 운동도 되고, '노동의 신성한 가치'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은행원 K :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냐? 직업을 차별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평생 잘 나가는 방송국 음악 PD 하다가 느닷없이 물류센터에서 짐 옮기는 건...
-피터팬 : (.. 우쒸! 직업 차별하는 거 맞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고리타분 한 놈 같으니라고!!)



피터팬의 친구들 대부분은 피터팬이 새롭게 시작하려는 ‘신성한 노동’에 반대했다.     

 

“돈 버는 것보다 치료비가 더 많이 들 거다. 하지 마! “
”한 3일만 하고 그만둬라~ 너에겐 무리야!"


피터팬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었던 친구들 대부분은, 스무 살 대학시절에 노동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던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해방된 세상을 가져올 거라는 ’ 마르크스주의‘의 추종자이기도 했다. 또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 같은 시집을 외우고 다니던 ’ 투사‘ 이기도 했다.


-대기업 본부장 H : 피터팬! 공장에서 노동을 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신성한 땀의 가치를 배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에게 더 맞는 일을 할 수도 있잖아~

-피터팬 : (... 더 맞는 일이라는 거... 나도 하고 싶지.. 하지만 그딴 건 할 수 없던데... 쉰네 살에 재취업하려는 나에게 돌아온 건 200여 통의 낙방 통지서 던데...) “하하하.. 그... 그런가?”

-대기업 본부장 H : 너, 그동안 벌어둔 돈 있잖아! 그냥 쉬면서 즐겨!

-피터팬 : "하하하하... 그... 그런가? "

(... 내가 모은 전재산이란 거,,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다 날렸거등! 너희들처럼 대기업에서 본부장하는 애들은 잘 모르겠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내가 월 300만 원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건데... 그리고 나 진짜 탕수육 못 먹은 지, 6개월 넘었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로 시작하는 1980년대 한국 노동문학에서 최고의 성과로 평가받는,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 서문>




쿠팡 물류센터에 지원하려는 사람들은, '18살을 갓 넘은 앳된 얼굴의 젊은이부터 60세 미만의 주부'들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또 쿠팡이 제작한 '혹하는 인터넷 광고'도 나름 성공해서 '해볼 만하겠는 걸?'라는 인식도 많다. 게다가 매일 전국적으로 수백여 명의 새로운 지원자들이 '축구장 40배 크기'라는 전국 각지쿠팡 물류센터로 몰리는 중요한 이유는, '기술 면허증' 같은 게 없는 사람들에게 '취업의 대안'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현장에서 하루 교육만 받고도, 매월 300만 원을 벌 수 있다더라~”     

    

그럼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가?   

제조업 공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직접 현장 실습 체험을 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영상이 아닌 글로만 설명해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으니 아주 간략히 정리하자면,

1. 쿠팡 물류창고로 들어온 수백만 개의 상품을 분류/진열한다.(여성도 많이 하는 파트)
2. 쿠팡으로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분류/포장한다. (여성도 많이 하는 파트)
3. 수백만 개의 물건을 배송차량에서 내리고 올린다.(남성 위주, 가장 고된 파트)

이밖에도 더 세부적으로는,
-바코드를 찍는 재고조사
-들어온 물건의 수량 품목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기
-반품된 상품 상태 조사
-박스 포장된 상품을 지역별/캠프별로 분류하기

등의 일이 있다


그럼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육체적인 힘을 많이 써야 하는가?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할까?

더구나 8시간 동안 이런 일을 계속하면, 친구들 말대로 '월급보다 치료비가 더 나올 정도로' 힘들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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