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DJ의 시네마 레터'입니다. (이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업로드합니다.) 주말 동안, 아니 지난 한 주 동안 극장의 모든 관심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개봉 전 예매량만 230만 장을 넘어섰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과연 첫 주말 동안 얼마나 강한 위력을 발휘했는지를 다른 영화들과 함께 살펴봅니다.
2019년 4월 네 번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입니다.
(4월 25일(금) ~ 4월 28일(일))
1위: <어벤져스: 엔드게임>
*순위 변동: 신규 진입
*주말 관객 수: 414만 3,965명
*누적 관객 수: 631만 5,600명
*스크린 수(상영횟수): 2,835개(39,287회)
*좌석 판매율: 6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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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4월 24일
*개봉 주차: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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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매출액: 375억 9,625만 원
*누적 매출액: 544억 3,440만 원
*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현재 예매율: 91.3%(1위)
당연하게도 1위로 데뷔한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순위가 아니라 다른 기록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개봉일 하루 최다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65%가 넘는 좌석 판매율로 금, 토, 일 3일 동안 4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같은 기간 318만 명을 동원했고 이 분야 기록을 갖고 있었던 <신과함께-인과 연>의 384만 명도 가뿐히 넘겼네요. 개봉 5일간의 누적 관객은 631만 명. 2주차에도 여전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한 데다 공휴일도 앞두고 있는 관계로 이제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토요일 늦게나 일요일 중에는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오를 걸로 보이고, 역대 개봉한 모든 MCU 영화 중 최다 관객 기록도 가능해 보입니다. 전작보다 상영시간이 긴 것도 있고 다른 천만 영화들과 달리 마블 영화가 전 연령층의 관객을 끌어모을 종류의 영화는 아니라서 초반의 폭발적인 힘에 비해 그 한계도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만, 2주차에 치명적인 하락만 보여주지 않는다면 1,200만 명대의 누적 성적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이런 기록은 국내에서만 나타난 게 아닙니다. 같은 기간 북미에서는 사상 최초로 오프닝 3억 달러를 넘어섰고(3억 5천만 달러 추산), 글로벌 오프닝 역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갖고 있던 6억 4천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 12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해외 평단의 반응 역시 그간의 모든 마블 영화를 뛰어넘는 평가네요. 휴가철이나 방학 기간도 아님에도 한 편의 기대작이 박스오피스를 이렇게 뒤흔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작은 규모의 영화를 제외한 모든 영화들이 한 주 이상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피해 갈 때 정면승부(?)를 택한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이 2위에 올랐습니다. '엔드게임'이 유아 타깃의 영화는 아니기에 이 분야의 시장은 남아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좌석 판매율과 관객 수 모두 양호한 성적으로 누적 30만 돌파를 바라보고 있고 40만 명 이상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겠네요. 다른 '극장판 뽀로로' 작품에 비하면 폭발적인 성적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개봉일 선정인 것 같습니다.
3위: <생일>
*순위 변동: 2계단 하락
*주말 관객 수: 3만 1,393명
*누적 관객 수: 116만 8,594명
*스크린 수(상영횟수): 410개(1,645회)
*좌석 판매율: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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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4월 3일
*개봉 주차: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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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매출액: 2억 6,085만 원
*누적 매출액: 96억 7,474만 원
*배급: (주)NEW
*현재 예매율: 0.1% (10위)
개봉 4주차를 맞이한 NEW의 <생일>이 두 계단 하락한 3위에 안착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관객 수나 전주 대비 관객 수 하락폭을 살피는 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네요. 누적 120만 관객에 이르기는 조금 버거울 듯하고 사실상 <생일>은 금주부터 서서히 종영 단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개봉일을 한 주 정도만 일찍 잡았다면 좀 달랐을까요.
국내 개봉 8주차를 맞은 <캡틴 마블>이 다시 한 계단 상승해 4위를 기록했습니다. 4위부터 관객 수가 이미 천 명 단위로 떨어지네요. 사실상 종영을 앞둔 수준의 스크린 수였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영향으로 여전히 이 영화를 찾는 관객이 제법 있었다는 뜻이 되겠지요. 누적 관객은 578만 명입니다. 아, <캡틴 마블>은 북미에서는 순위가 두 계단 뛰어올라 무려 2위입니다. 아직 스크린 수도 적지 않은 편이고 매출은 전주 대비 단 11%밖에 하락하지 않았네요.
워너의 <요로나의 저주>가 2위에서 5위로 내려왔습니다. 누적 관객 20만 명도 아직 넘어서지 못했네요. 아무리 저예산 호러라 할지라도 북미에서도 그리 주목할 만한 성적이 아닌 건 마찬가지인데요. 단지 경쟁작과 개봉 시기의 영향만이 아니라 <컨저링> 유니버스 작품이라고 해도 무조건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6위: <노팅 힐>
*순위 변동: 3계단 상승
*주말 관객 수: 7,218명
*누적 관객 수: 4만 9,958명
*스크린 수(상영횟수): 129개(487회)
*좌석 판매율: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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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4월 17일(재개봉)
*개봉 주차: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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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매출액: 6,446만 원
*누적 매출액: 4억 1,606만 원
*배급: UPI코리아
*현재 예매율: 0.1% (21위)
재개봉 2주차의 <노팅 힐>이 6위를 기록했습니다. 순위는 세 계단 올랐고, 관객 수는 5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좌석 판매율 자체는 낮은 편이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재개봉 영화의 5만 명 동원은 유의미한 기록이라 하겠습니다.
7위: <미성년>
*순위 변동: 4계단 하락
*주말 관객 수: 6,483명
*누적 관객 수: 27만 9,326명
*스크린 수(상영횟수): 128개(379회)
*좌석 판매율: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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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4월 11일
*개봉 주차: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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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매출액: 5,479만 원
*누적 매출액: 23억 8,259만원
*배급: (주)쇼박스
*현재 예매율: 0.1% (15위)
쇼박스의 <미성년>이 4계단 내려와 7위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30만 명에 이르지 못하고 종영하게 되겠습니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쉬운 성적이기도 하지만, 오직 배우와 영화의 힘만으로 지금 같은 시장에서 이 정도 기록에 이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앞으로의 '감독' 김윤석의 영화도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가 8위에 올랐습니다. 아마도 금주 주말 무렵이면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네요. 국내에도 제법 지명도가 있는 건축가이기에 적은 스크린에도 이만큼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듯합니다.
9위: <크게 될 놈>
*순위 변동: 5계단 하락
*주말 관객 수: 5,171명
*누적 관객 수: 9만 0,323명
*스크린 수(상영횟수): 110개(376회)
*좌석 판매율: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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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등급: 15세 이상관람가
*개봉일: 4월 18일
*개봉 주차: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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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매출액: 3,822만 원
*누적 매출액: 7억 0,567만원
*배급: (주)영화사 오원
*현재 예매율: 0.0% (25위)
지난주 4위였던 <크게 될 놈>이 순위도 크게 하락해 9위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관객 10만 명을 결국 넘지 못할 모양입니다. 10위권 내 거의 모든 영화들이 80% 안팎의 관객 수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크게 될 놈> 역시 금주에는 종영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10위: <바이스>
*순위 변동: -
*주말 관객 수: 3,063명
*누적 관객 수: 13만 1,724명
*스크린 수(상영횟수): 53개(199회)
*좌석 판매율: 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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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4월 11일
*개봉 주차: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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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매출액: 2,779만 원
*누적 매출액: 11억 1,173만 원
*배급: 콘텐츠판다
*현재 예매율: 0.0% (29위)
10위는 지난주와 동일하게 <바이스>입니다. 현재 누적 관객은 13만 1천 명입니다. 금주에는 <바이스> 역시 종영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빅 쇼트>만큼의 국내 흥행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아담 맥케이 감독의 다음 영화, 그리고 이 배우들의 다음 영화를 기다려보게 됩니다.
*켈리 클락슨, 자넬 모네, 핏불 등 더빙 캐스팅이 눈에 들어오는 애니메이션 <어글리 돌>입니다. 'Ugly Doll'이 원제가 아니라 'UglyDolls'가 원제인데, 실제로 미국에서 인기를 끈 봉제인형 브랜드와 캐릭터가 곧 작품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감독 캘리 애스버리는 <스머프: 비밀의 숲>, <슈렉 2> 등을 맡은 적 있습니다.
*<미스 스티븐스>는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국내에는 아무래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출연작으로 이목을 끌 만하겠습니다. 2016년 미국 SXSW 영화제에 선보였고 북미에서 제한 개봉한 적은 있지만, 정식 개봉은 국내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그 외에 재개봉하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비롯해 <파업전야>,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프렌즈: 둥지탈출> 등이 개봉니다.
여담일 수 있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 같은 한 편의 영화가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을 때 흔히 '스크린 독과점'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요. 정확한 표현은 '어벤져스'가 극장 스크린을 과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극장들이 '어벤져스'에 스크린을 몰아서 편성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극장의 상영 스케줄을 정하는 것은 해당 극장(멀티플레스의 경우 지점)의 점장에게 있고 점장의 역할을 극장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극장 입장에서 (사전 예매량을 통해 확실히 검증된 것처럼) 관객이 많이 몰릴 영화에 스크린을 더 많이 배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변영주 감독의 책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에서 명확히 지적한 것처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작은 아트 영화에 스크린 다수를 몰아주는 멀티플렉스는 없을 것입니다. 관건은 한 영화가 일정 비율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일종의 자정 방안이 있느냐는 것인데, 아직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이기는 합니다.
4월 26일~28일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부터 15위까지. 박스오피스모조 홈페이지 캡처
국내와 시장 여건이 많이 다르지만 북미의 경우 1위 영화가 4천 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유해도 전체 스크린 수가 4만 개가 넘기 때문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부분의 관객이 집중된다 해도 그건 관객 자신의 선택이지 극장에 볼 영화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국내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일일 상영 점유율은 79%대를 보였고 즉 나머지 21%만이 다른 영화의 상영 횟수를 차지했다는 말이 되는데, 지역에 따라, 그리고 극장 특성이나 입지에 따라 관객이 체감하는 바는 다를 것입니다. 과연, 관객들이 정말로 '어벤져스' 한 편을 기다렸기 때문에 압도적인 관객 수를 기록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극장에서 '어벤져스'를 가장 많이 편성했기 때문에 자연히 그 영화가 주말 1위를 기록한 것일까요?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만, 극장이 특정 영화에 스크린을 많이 편성하다고 해서 언제나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정말로 관객이 그 영화를 찾느냐에 있겠지요.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중 '어벤져스'가 가장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는 영화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4월 27일(토) 하루 동안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상영 점유율은 79.3%, 좌석 판매율은 77.0%였습니다. 본 여담의 요는, 특정 영화에 눈총을 돌릴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른 관찰과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와 북미 및 해외의 박스오피스를 매주 지켜보는 저 역시도 딱 떨어지는 답을 아직 내놓지는 못하겠네요. 단지 한 영화가 일정 상영 비율 이상 혹은 일정 스크린 수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게 기능적으로만 막는 건 시장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시네마레터는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찾아옵니다. 다음 주에도 가능한 성실하고 알찬 박스오피스 및 영화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제 브런치를 찾아오시는 분들 모두, 이번 주도 평안한 한 주 보내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