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현금 삼만 원 생겨서 간만에 머리 자르러 동네 미용실
이런 곳은 샵이 아니라 미용실이라 불러야 제맛
선생님은 겉보기엔 오십 대 초반 근데 더 어릴 수도 있다
미용사는 보통 그러니까
커트비 만 이천 원 (싸다~)
고수의 손길은 다르지 (앗싸~)
평일 낮 남들 다 일하는 시간 큰 머리통을 남에게 온전히 맡겼을 때만 맡을 수 있는 이 안도감
잠시 정지하는 풍경 밖으로
대통령 욕하는 소리
남은 돈으로 삼천 원짜리 동네 에스프레소 커피 바에서 테이크아웃 (-15,000)
남은 돈으로 동네 복권 명당에서 자동 한 장 구매 (-20,000)
남은 돈으로 자주 가는 순댓국집에서 저녁 먹으면 (-30,000)
삼만 원 딱 맞다
이런 치밀한 사람을 봤나
나는 우리 동네 경제 살리는 사람
나는 우리 동네 보안관
계산 마치고 갑자기 궁금해서
사장님 근데 왜 가게 이름이 주리 헤어인가요 성함이신가요?
저도 모르겠네요 그냥 주리예요
요 앞에 닭집 사장님이랑 비슷하신가 봐요 몇 년 전에 시에서 자영업자들 간판 무료로 바꿔준다고 그냥 ‘닭’집이었던 가게가 ‘엘리트 닭’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래요? 저는 모르는 이야긴데…
여긴 사장님이 이름 지으신 게 아니구나 인수하셨나 봐요
어정쩡한 웃음으로 답변을 무마하고
이름 모를 투블럭 6mm 하나 남겼다
고요한 오후에 차츰
균열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