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렌틸콩 샐러드
집 앞에 있던 상가 1층에서 공사를 뚝딱뚝딱하기 시작했다. '어떤 가게가 생기려나?' 기대감에 부풀어 오며 가며 자주 살펴보았다. 냉장 쇼케이스가 들어오고, 에스프레소 바처럼 보이는 바도 설치가 되고.. '우와! 카페인가 보다!' 카페를 사랑하는 카페 러버로서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공사는 금방 마무리되었고, 아기자기한 식료품 가게가 탄생했다. 와인도 팔고, 올리브, 치즈 등도 팔고 갓 구운 빵도 파는 곳이었다. 먹으려고 사는 푸드 러버, 푸디인데 집 앞에 식료품점이 생기다니! 게다가 빵도 판다니!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자주 들르게 되었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가게 앞에 작은 테이블 두어 개가 놓아지더니 햇살이 가득한 테라스 자리가 생긴 것이다. 브런치 하기 완벽한 공간이 생긴 셈! 여기서 판매하는 '문어 렌틸콩 샐러드'를 구매해서 먹었는데 새콤한 소스와 고소한 렌틸콩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한 입 두 입 먹다 보니 포크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맛은?! 내가 만들어둔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같은 맛이다! 따라 해보고 싶어서 자숙 문어, 렌틸콩, 올리브, 루꼴라를 구매했다.
1. 자숙 문어는 얇게 썬다.
2. 루꼴라는 깨끗이 씻는다.
3. 렌틸콩은 한 번 씻어낸 후 끓는 물에 15분간 삶고 찬 물을 쐬어준다.
4. 재료들을 한 데 담고,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부어 뒤섞는다. 섞을 때 루꼴라가 본래의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심스레 섞는다.
5. 그릇에 루꼴라를 세로로 얌전히 얹고, 그 위에 버무린 렌틸콩, 문어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올리브를 예쁘게 얹어주면 완성!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들어두니 근사한 '문어 렌틸콩 샐러드'도 뚝딱 만들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한데 섞은 믹싱볼에 그대로 먹었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커피도 한 잔 내리고,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테이블 매트도 꺼냈다. 가게에서 세팅해주는 것처럼 예쁜 그릇과 포크까지 꺼내서 한 상 근사하게 차려내었다. 스스로 귀하게 대접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문어 렌틸콩 샐러드'가 좋아서 시작한 요리였지만, 앞으로도 내가 나를 잘 챙겨야지, 라는 생각이 찐-하게 드는 한 끼였다.
* 토마토 마리네이드 레시피
https://brunch.co.kr/@creatorparang/150
- 파랑 -
토마토 마리네이드가 다 떨어졌습니다. 또 만들어야겠어요. 냉장고에 날 위한 음식을 미리 준비해두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매일 브런치에 올리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