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도 했고, 마루도 선택했고, 타일도 붙였으니 드디어 조명이다. 그런데 조명을 쓰려니 머리가 아프다. 이유는 조명을 쓰려니 조명은 겉으로 보이는 '불 켜지는' 조명이 모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조명은 결과물일 뿐, 조명을 벽에 꽂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했다. 조명을 무엇을 달 건지 고르는 것이 인테리어 작업 상 후반부의 작업일 뿐, 조명은 인테리어의 아주 초기 작업 때부터 명확히 계획이 있어야 했다. 조명을 내가 원하는 '그 자리'에 설치하려면 전선이 딱 그곳에 가 있어야 하며, 그 전선의 끝은 스위치가 되어 있어야 했다. 아.. 그럼... 조명은 조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목공이랑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하고, 목공을 쓰려니 철거가 들어가야 하고 철거를 쓰자니 무엇을 철거할 것인지 무엇을 철거하지 않아야 할지 계획이 있어야 하고...................................... 아이고 머리야......
그래. 글 쓰는 순서가 처음부터 틀렸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대략적인 인테리어의 순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집 전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집 전체의 윤곽을 처음 계획에서부터 잡고 들어가야 실수가 없다. 무엇을 철거할 것인지 무엇을 그대로 둘 것인지, 어떤 벽을 없앨 것인지.. 대부분 철거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다.
1) 전실 신발장이 4통이었고, 거실 쪽 통로가 신발장으로 인해 좁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신발장 1통과 기존 벽을 철거하여 거실 쪽 통로를 더 넓히는 방향으로 가닥 잡았다. 기존 벽은 다행히 가벽이라 철거가 가능했다. 내력벽인지 아닌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
2) 기존 사용하던 붙박이장은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필름 작업만 하기로 했다. 요즘은 인테리어 필름이 아주 잘 나온다. 무조건 다 철거해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할 거야!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붙박이장, 신발장 등은 철거하지 않고, 도어 쪽 필름 작업 및 손잡이만 바꿔도 완전 새것처럼 변신하니 꼭 염두에 둔다. 인테리어 필름이 어느 정도냐면, 페인트를 칠한 것 같이 만들어진 필름은 페인트 바른 질감마저 살리며, 나무 느낌의 인테리어 필름 경우 필름만 붙여도 진짜 나무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 화장실은 기존 타일 위에 타일을 붙이는 덧방 형식으로 하기로 했다. 화장실 타일을 붙이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덧방 형식 또는 철거 후 다시 붙이기. 덧방 형식이 타일을 철거 후 다시 붙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타일을 여러 번 덧방하게 되면 벽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으므로 여러 번 덧방 작업된 구축 아파트 경우 타일 전체를 처음부터 철거하는 경우도 있다.
계획한 대로 철거만 하면 된다. 화장실 세면대, 양변기까지 싹 다 철거한다. 확장공사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2일 정도, 기존의 싱크, 바닥 등 철거할 경우 하루정도 시간이 소모된다. 아주 많은 소음이 발생한다. ㄷㄷㄷ 내 눈으로 바라봤을 때 인테리어 공정 중 제일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것이 사실 철거였다. 아침에 사람 사는 집 같았던 집이 하루 만에 회색빛 시멘트 덩어리로 변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와.. 사람의 추억도 저렇게 한순간에 없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쓸데없는 감상에 젖기도 했다. 벽에는 전선이 주렁주렁 아이고. 우리 집에 전선이 저렇게도 많구나... 집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처음에 아파트라는 시멘트 덩어리를 만들었을 당시의 집. 내력벽에 갖가지 전선이 주렁주렁. 회색 덩어리를 다시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집으로 만드는 신기의 마법 같은 작업이 목공 작업이다. 나무와 관련된 작업이다.
1) 평평한 벽 만들기 : 회색 벽 위에 다시 나무판을 덧대어 도배지 바르기에 편평하게 만들어준다.
2) 조명, 콘센트를 위한 전기작업의 기본 틀 만들기 : 나무판과 시멘트 벽 사이에는 전선이 위치한다. 어디에 조명을 설치할 것인지 그 조명의 스위치는 어디에 할 것인지. 새롭게 스위치를 만들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간접조명을 위해 천장을 더 만들 필요는 있는 것인지. 적당한 자리에 구멍을 뚫어둔다.
3) 가벽 만들기
4) 칠판 만들기
5) 간접조명 설치
목공은 대단한 힘을 가졌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제가 dreams come true로 만들어드립니다.
이게 목공의 힘이다. 벽이 없던 곳에 벽이 생기고, 칠판이 뚝딱 만들어졌다.
이렇게 조명이 전반적으로 다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딱! 조명이라 쓰기가 어려웠다. 흐흐흐 이렇게 쓰면 될 것을 고민만 했네.
아무튼!!! 드디어 조명을 설치할 순간이 왔다. 드디어 드디어!!!!!!!!! 글 쓰면서 내용에서 뭔가 해냈다는 것을 글 내용에서 느낄 줄이야.
이미 거실과 주방의 조명은 작은 매립등으로 여러 개를 박기로 해서 목공 작업까지 마쳤다.
그런데 현관과 식탁 위에 설치할 등은 전기작업까지만 되어있고 이제 골라야 할 순간이다. 사장님의 특훈이 내려졌다. 이미 익숙하다. 밑도 끝도 없다.
조명을 고르시오
두 개밖에 없으니 캬~ 좋다 좋아. 싱크대를 그만큼 찾아 헤맸고 타일도 그만큼 봐서 골랐으니 조명은 꿀이지. 남편도 이제 충격도 없고 별로 안 골라도 된다는 것에 행복한 눈치다. 의기양양하게 pinterest를 켠다. 그리고 바로 난 좌절을 맛본다. 진짜 똑같은 조명이거나 마음에 안 들거나 마음에 드는 조명은 엄청 비싸다. 굳이 반응의 순서를 적자면
나 : 우와 이쁘다!
남편 : 오 이쁘다. 얼마고? 찾아봐라
나 : 비싸다. 이건 안된다. 패쓰
남편 : 그라믄 또 찾아봐라.
나 : 우와 이쁘다!
남편 : 오 이것도 이쁘다. 얼마고? 찾아봐라.
나 : 비싸다. 이건 안된다. 패쓰
남편 : 그라믄 또 찾아봐라.
나 : 우와 이쁘다!
남편 : 얼마고?(말이 짧아지기 시작, 이쁘다는 표현은 이미 생략. 그냥 가격이 중요하다)
나 : 비싸다. 이건 안된다. 패쓰
남편 : 그라믄 또 찾아봐라.
나 : 우와 이쁘다!
남편 : 얼마고?
나 : 비싸다. 이건 안된다.
남편 : 고마 돈 따지지 말고 그냥 하자!
나 : 아이다. 나는 찾아낼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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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자기야. 내 안되겠다. 이 스타일을 내일 사장님한테 가서 찾아달라고 하자. 도저히 못 찾겠다.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은 딱 정해져 있는데 pinterest를 찾다 보니 진짜 비싼 진퉁(?) 작품이 마음에 들고, 흔히 조명 사이트 메인에 있는 그 사진들만 나오고.. 오히려 엄청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진을 찾아 헤매다 보니 유행 중인 조명들은 오히려 식상해 보였고(타일처럼..) 절대로 난 그것을 하기 싫다!!!로 어거지를 쓰고 싶었고.. 나만의 unique함을 강조하고 싶더랬다. 그럼 생각해보자.
나만의 유니크함 = 많이 설치되지 않은 것 = 그럼에도 이쁜 것 = 작품 = 소량생산 = 고로고로 고가!!!!!!!!!!
조명이란 집의 포인트가 되어서 그런지 작가의 작품도 많았다. 반면에 꼭 필요한 것이다 보니 대량 생산되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었다. 그러니 가격대는 아주 다양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소량 생산된 '작품'이었으니 가격이 내 기준에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었으니.... 오히려 어려웠던 것이다. 거기다 조명은 사람들이 살면서도 자주자주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신상도 많고.......................... 예를 들자면 h&m에 꾸준히 계속 신상이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내꺼를 꼭 찾고자 조명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찾아보자니 조명 사이트는 너무도 많고, 서로 겹치는 것도 많았으며, 사이트 한 개만 해도 조명이 수십만 개는 되고....
"내보고 어쩌라는 거임?"
찌그러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날 사진을 캡처해서 사장님께 들고 간다. 사장님은 언제나처럼 씁쓸해하신다. 쩝.
사장님 : 고갱니임......... 이건.............................. ~~껀데...
나 : 네. 맞아요. 그 사람 꺼에요. 근데 이거 비싼 거 알고 있어요.
사장님 : 맞아요. 그래서.... 이건 추가 비용이............
나 : 아니요. 이거 말고요. 이거랑 비슷~~ 하게 생긴 거 없어요?
사장님 : 네? 아.... 이런 스타일을 찾고 계신 거예요?
나 : 네. 찾아주세요.
사장님 : (카탈로그를 5권쯤 갖다 주신다. 아참. 사장님의 사모님이 조명가게를 하셔서 카탈로그가 아주 많았다.) 우리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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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사장님! 이거예요!!!!!!!(완전 흥분)
사장님 : 허.......... 고갱니임..... 이것은...........................
나 : 이거 많이 비싸요?
사장님 : 허..... 그쪽 페이지들은 다 비싸니까.......... 여기 이쪽 페이지에서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나 : 허...........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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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사장님! 이거예요!!!!!
사장님 : 허...... 이 페이지 속에서 희한하게 젤 비싼 걸 잘 찾으시네. 좋아요. 이걸로 해드릴게요. 추가금 없이.
나 : 유후~ 네~~
3년 전 나의 갬성이다. 네. 그때도 금색을 좋아했다. 근데 지금 보니 바꾸고 싶다. 조명은 옷과 같다. 그때그때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니 시중에 조명가게도 많고 조명의 종류가 많은 거라고 내가 방금 썼었지......... 그래.....
아무튼 조명은 그렇게 끝이 났다.
뭔가 허무하다. 그러나 좀 남았다. 이번에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가구 손잡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얼마나 많은지도 봤고.............. 시트지도 더 개발이 되었고....
아무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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