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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Jul 11. 2022

엄마가 해 준 코다리찜

엄마의 사랑

코다리찜은 우리 가족이 이따금 외식할 때 즐겨 찾던 음식이다. 매콤한 양념과 알싸한 맛이 입안을 맴돌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맛이 얼마나 일품이던지 이따금 그 맛이 기다려진다. 일요일 저녁 아내와 시집간 딸아이와 함께 쇼핑하러 가서 코다리찜을 하기 위해 마른 명태 몇 마리를 사 왔다. 아마도 조만간 집에서 가족이 함께 마음껏 코다리찜을 먹어볼 기회가 올 것 같아 은근히 그날이 기다려진다. 며칠 갈 것 같은 명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날 저녁 간단히 식사를 마친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는 아들을 위해 면허를 갓 딴 초보 운전자가 겁도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코다리찜에 한 번 도전해 볼 요량으로 백종원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학습했다.하지만 내가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받느라 다른 방에 간 사이 그만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배고픈 아들을 위한 모성애가 발동한 아내가 먼저 그 기회를 빼앗고 말았다.


평소 부모의 생각과 늘 함께하던 아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름의 자기 생각을 주장함으로 개울가의 청개구리처럼 몹시 괘씸하기도 할 터인데 엄마의 마음 한편에선 미움과 사랑이 교차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다른 때 같으면 직장을 다녀 은 아내는 식사하고 나면 피곤함에 지쳐 아무것도 할 엄두도 내지 못할 터인데 오늘은 직장에서 피곤함이 덜 했는지 가냘픈 몸으로 요리에 나선다. 이내 덩치 큰 명태도 맥을 못 춘다. 


마침 오늘 첫날 아르바이트라 힘들었을 아들을 위해 빨간 고춧가루며 사과와 마늘 및 갖은양념으로 명태를 버무려 벌써 이따금 외식할 입맛이 당긴다. 이제 명태는 숙명처럼 가스 불 위로 제 몸을 맡기고 냄비 속에 드러눕고 만다. 얼마 후 명태의 자기희생과 양념이 어우러져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한다.


잠시 후 아들이 집에 도착했다. 하얀 타원형 접시에 놓인 붉은 코다리는 내가 기대했던 코다리찜이 아니라 코다리조림으로 변해 있었지만, 너무 먹음직스럽게 생겨 군침이 돈다. 내가 맛본 코다리조림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하고 돌아온 시장기 가득한 아들은 코다리조림과 함께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해치운다. 철없는 아들은 자신을 위한 오늘 저녁 가냘픈 엄마가 바쁜 손놀림으로 갖은양념과 함께 사랑과 정성을 듬뿍 쏟은 줄 아는지 모르는지?

고린도전서 13:7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인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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