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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말을 거네 10

건축과 권력

by 능선오름


건축을 권력자의 힘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사용한 예는 많다.

고대에서 대표적인 것이 피라미드라면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나치의 건축물들이 그러하다.

히틀러는 1907년 빈 미술대학에 두 번이나 응시했지만 낙방했고, 다음 해 건축과를 지원했으나 실패했다.

빈의 고전 건축물을 잘 그렸으며 엽서 크기의 수채화를 그려 팔기도 했다.

그러했던 히틀러가 독일 최고의 권력을 잡은 후에 건축에 관심을 돌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히틀러는 건축과 공간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영악스럽게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이용했었다.


c_99dUd018svc1ucipyb8rjo4d_2djcc5.bmp?type=w520 히틀러가 그린 그림들



그의 페르소나가 된 건축가가 알베르트 슈페어 Albert Speer 1905. ~ 1981 다.

그는 나치 정권하에서 군수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정치적인 면을 떠나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데는 크게 이바지한 셈이다.

1939년 총통 관저를 설계했을 때 수직적 균형을 토대로 거대함을 연출,

관료나 외교사절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종전 후 연합군에 체포되어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 부쳐졌으나 빼어난 언변과 자기변호, 정치적 교활함으로 '최고의 피고인' ' 선량한 나치'로 인정받아 교수형을 면한다.

g_39dUd018svc1hi9spq2bv5ld_2djcc5.jpg?type=w520 새 총통 청사 Neue Reichskanzlei



대표적으로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게르마니아 도시계획 (히틀러가 골격을 제시) ,

전승 거리 ᆞ광장 :길이 800m( 개선문~ 베를린 북역) 그 노획물 전시( 장갑차ᆞ대포 등 ),

대의회당: 길이 500m ᆞ돔 직경 290mᆞ높이 320m, 18 만 명 수용ᆞ초거대건물 규모로 '국민 회관'이라는 거대 돔 건물 건축.


i_59dUd018svc1xdoai8ggi89u_2djcc5.jpg?type=w520 시민 홈 Vilksalle


뉘른베르크 체펠린 필드ᆞZeppelin Field는 도리아 양식 중심의 신고전주의 건축으로 130개의 방공 탐조등을 하늘에 쏘아 올려 ' 빛의 대성당'이라 불렸다.

체펠린 필드(Zeppelin Field )는 뉘른베르크 전당대회가 열린 곳(1934~44)으로 전당대회는 나치의 가장 큰 행사로 히틀러는 매년 당원과 지지파들을 모아놓고 선전 홍보 연설을 하던 곳이다.


2_f9fUd018svc1qsj0djg3geyv_2djcc5.jpg?type=w520 뉘른베르크 Zeppelinf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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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69eUd018svc2267izaoesa3_2djcc5.jpg?type=w520 뉘른베르크 전당대회에서 슈페어가 탐조등으로 연출한 광경. 마치 수직의 나열된 기둥을 연상시켜 거대한 공간감을 조성한다.


1945년ᆞ베를린 공방전 때 소련에 함락된 후 전당대회도 막을 내렸다.

MOMA의 큐레이터였던 필립 존슨은 뉘른베르크 방문 시 체펠린 필드에서 개최된 나치 전당대회에서 히틀러의 연설 모습을 본 후 파시스트가 된다.

1936년에 모마의 큐레이터직까지 사임하고 파시스트로 활동하다 1939 히틀러가 2차 대전을 일으키자 자신의 오류를 깨닫게 되어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한다.

이미 FBI에 의해 수사대상에 오른 상태였으나, 참회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종결하였다.

후에 필립 존슨은 미국 현대건축에서 중요한 건축물 들을 다수 설계했다.


8_h9gUd018svc1x6hizde0oxin_2djcc5.jpg?type=w520 필립 존슨 시그램 빌딩 Seagram Building 뉴욕


a_e9gUd018svc1slwiacu5v2a4_2djcc5.jpg?type=w520 필립 존슨 the glass house 뉴 케이넌 new canaan


히틀러와 슈페어는 장대하고 웅장한 건축물들을 지었는데, 대부분 로마제국의 건축물들을 빌렸으나 그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와 기술로 신고전주의를 이끌었다.

당시의 건물들에 의해서 수많은 군중이 게르만 민족의 위대함을 꿈꾸게 되었고,

그런 장소를 배경으로 치러진 수많은 군중 집회와 연설로 많은 사람을 광기에 물들게 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공간들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 공간지각력을 거꾸로 이용하여 집단적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며 권력자, 특히 독재자들은 그러한 인간의 심리를 적절하게 이용해왔다.


알고 보면 기원전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의 거대한 성채들이 그러했듯이.

이러한 권력을 나타내기 위한 건축은 우리나라의 근대건축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9_59hUd018svc1jdi5b8hkmijc_2djcc5.jpg?type=w520 기원전 2100년경 수메르를 지배한 도시 ‘우르’에서 발견된 지구라트의 모습. 가로 43m, 세로 63m에 달한 거대한 신전으로 여기서 ‘달의 신’에 제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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