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누구나 레몬사탕
힐링장편소설(유리병 레몬사탕)
#10
"3월에 웬 함박눈?"
"겨울이 가기 싫은가 보지.."
한 손에는 김이 나는 고구마를 또 다른 손에는 윤동주 시집을 펼쳐 든 경순이가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제법 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다 아주 시인되겠어?"
나는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면서 빈정거리다가 경순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곧 봄이 온다는데.. 어제는 향그러운 흙내음이 풍겼었는데.. 별안간 눈이 내린다. 그것도 펑펑 쏟아지는 굵고 진한 함박눈이. 목요일 오후 다섯 시, 샌드위치는 정오가 되기 전에 이미 동이 났고. 포트기 옆에 세워진 종이컵은 여섯 줄 중에 단 한 줄만 남았다. 경순이의 샌드위치와 다방커피는 성당 앞 육교를 중심으로 좌측으로 전자상가 네거리와 우측방향 땡땡거리까지 맛있다는 소문이 급물살을 탔다. 자신들이 어디서부터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색내듯 밝히는 손님들이 하루에 서너 팀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서부이촌동에서 용산역으로 빠지는 길목에 오피스텔과 빌딩이 밀집되어 있는데. 그곳에 사무실이 그렇게 많이 있는 줄 몰랐다. 한 시간밖에 안 되는 점심시간이 아까워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대신 샌드위치와 다방커피를 하나씩 들고 책 한 권 보고 가는 직장인들이 늘었다. 그들을 위해 요즘은 계란과 고구마도 팔고 있다. 부모님의 건어물가게 때부터 있던 화목난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생고구마를 포일에 감싸 젓가락으로 구멍 송송 뚫어 난로 위에 올려놓으면 금세 노오란 속살을 뽐내는 군고구마가 탄생한다. 계란은 이층 살림집에서 쪄서 내려온다.
"전기로 고구마 굽는 기계가 있데, 봄 되면 난로도 치워야 하니까. 그거 들여놓을까? 난로에서는 오래 얹어놓으면 타는데, 기계는 보온 설정이 있대잖아."
경순이가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위아래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분주하게 오물오물 부지런히 턱근육을 움직이더니 꿀떡 목으로 넘기고 말을 잇는다.
"다방에서는 여름에 냉오미자차가 최고 인기였는데.. 6월 정도 되면 미숫가루랑 오미자 얼음 동동 띄어서 팔아보는 거 어때?"
"커피는?"
"커피는 따순거 달라면 뜨겁게 주고. 냉커피 달라고 하면 얼음 넣어주지?"
"헌책방이 아니고, 아주 다방이 되겠구먼?"
경순이 덕에 마늘과 양파를 까지 않고도 전기세, 가스비, 재산세, 대출이자를 포함한 생활비걱정 없이 토요일에는 외식을 하고. 부모님께 다만 몇 푼이라도 용돈을 보내고 있음에도. 나는 어쩔 수 없이 너 때문에 이런 것들을 판다며 귀찮고 격 떨어진다, 투덜투덜, 꿀벌처럼 바지런한 경순이를 타박한다.
"부산 목련다방 에이스가 나였어!"
"아주 큰 자랑이다."
아프고 어쩌면 부끄러울 수 있는 과거를 별거 아니란 듯 툭툭 내뱉는 경순에게 나 또한 아무렇지 않게 입을 놀린다. 나라는 인간도 참 괴팍하기가 그지없다. 엄마랑 떨어져 사니까 만만한 게 경순이가 돼버렸다. 못내 미안한 마음에 넌지시 말을 걸어본다.
"내일은 샌드위치 같이 만들어."
"정말? 안 그래도 되는데.."
경순이가 감격에 차서는 눈물까지 글썽인다.
"배워놓으려고! 너네 신랑 언제 나타날지 알고. 그땐 나 혼자 해야 하잖아."
또 못된 말! 이게 아닌데.. 데굴데굴 멍청한 눈알만 굴리다가 경순이의 표정과 동태를 살피면서 힐끔거렸다. 흠.. 아무런 타격이 없는 것 같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윤동주 시집에만 열중하고 있는 거 보니.
"내가 막말하면 기분 나쁘지.."
"현조가 막말을 언제 했어?"
"아니 그것도 모르는 거야?"
"정말 막말을 모르는구나? 문현조 양.."
옅은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은 경순이가 나를 귀엽다는 듯 바라본다. 저 표정 속에 '문현조 한참 어리구먼, 이 온실 속 화초 같으니라고..' 이런 무언의 것들이 담겨있는 것 같아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뾰족하게 입술을 내밀면서 거북한 표정을 짓자, 뭔지 모를 우월감을 드러내려던 이경순이 금방 깨갱하며 꼬리를 내렸다. 요즘 그녀와의 동거가 길어지면서 이런 묘한 기싸움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어색한 침묵만 흐르던 그때, 짤랑 종소리와 함께 책방에 문이 열렸다. 경순이와 나는 동시에 일어나 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서 오세요!"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배꼼, 수줍은 얼굴 하나가 솟아났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린 파마머리에 일흔은 되어 보이는 노년 여성이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너무 맑은 표정 때문에 앳된 소녀인 줄 알았을 거다.
"실례합니다. 혹시 책도 받으시나요?"
"그럼요!"
들고 있던 고구마를 경순이 손에 냉큼 들려주고는 문 앞에서 주춤거리는 노인에게 껑충 다가섰다. 나는 책을 팔 때보다 책이 들어올 때가 좋다. 오늘은 어떤 보물이 나를 기쁘게 해 줄 것인가. 두근두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노인이 내려놓은 보자기를 풀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오.. 보자기까지 황금색이다!' 황홀한 듯 입이 귀까지 걸리자, 뒤에 있던 경순이가 혀를 내둘렀다.
"어머님 동화책이 이렇게나 많아요? 거의 새건대.."
"네 폐지로 내놓으려다가 아까워서요, 손주 같은 아이들한테 갔으면 싶어서요.."
"다 신간이네요.. 신간은 꽤 쳐드리거든요."
"아니요. 돈은 안 주셔도 돼요. 정말이에요."
어르신은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은테안경너머 우물처럼 맑고 깊은 눈동자가 잠시 일렁였다. 그러더니 투명한 물 한줄기가 늙은 뺨 위로 주르륵 넘쳐흐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서 안절부절 깍지 낀 손을 풀었다 꼬았다. 발을 동동거리면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별짓을 다했다. 좀 전에 이경순과 신경전만 벌이지 않았어도 [긴급 상황 구조요청] 눈빛을 발사했을 텐데. '야! 이경순! 뭐 해? 투입투입!' 속으로 고함을 지르면서 재촉하는 눈짓을 보내려던 그때.
"어머님 이쪽으로 좀 앉으세요."
인생의 쓴맛을 나보다는 좀 더 아는 경순이가 노인의 어깨를 감싸고 난로 앞으로 인도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내가 주책이지'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안경을 벗어 눈물을 훔쳤다. 경순이는 자리에 노인을 앉히고 반대편 의자를 끌고 와 엉덩이를 붙였다. 서러움이 복받치는지, 거칠게 흐느끼는 노인을 경순이는 가만히 기다려줬다. 이따금씩 어르신 손에 크리넥스 휴지를 쥐어 주느라 상자에서 휴지 뽑히는 소리만 들릴 뿐, 책방 안은 아주 고요했다. 나는 어찌할지 몰라 카운터에 기대어서 창밖을 보다가 난로 앞에 앉은 두 사람을 흘긋거렸다. 함박눈은 그칠 줄을 모르고 아이주먹만 한 몸집으로 지상을 덮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꼭 밤에 저를 재워놓고 우셨어요. 끄윽 끄윽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애처로웠는데.. 저 열두 살에 돌아가셨어요. 일하다가 다치셨는데 병원 갈 돈이 없어서 파스만 바르고 주무셨어요. 밤새 끙끙 앓는 소리가 났는데. 또 몰래 우는 줄 알고, 늘 그렇든 모른 척 잠을 청했죠. 아침에 일어나니까 잔뜩 일그러져서 땀으로 범벅이 된 할머니가 깨지를 않았어요. 사람 얼굴이 저토록 구겨질 수가 있구나. 울지도 못했어요. 징그럽고 무서운 감정이, 슬프고 안쓰러운 마음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어서요.."
안타깝게 듣던 노인은 앞으로 몸을 빼면서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경순이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 태어나고 다섯 살까지 키웠어요. 아들내외가 맞벌이라 서요. 사람들은 손녀 보는 게 힘들지 않냐고 측은하게 봤지만, 난 마냥 좋았어요. 동화책 읽어주면 무릎에 앉아 눈을 반짝이는 게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아들내외가 손녀를 데리고 내일 캐나다로 떠나요. 언제 돌아올지는 모른 다네요. 같이 가자 할 줄 알았는데, 그럼 못 이긴 척 따라가려고 했는데.. 나도 같이 데려가라는 소리는 입에서 떨어지지를 않고. 가을이 없이 살아갈 자신은 없고. 모든 것이 엄두가 나질 않네요.. 모든 날들이 초침하나까지 손녀에게 맞춰져 있는데, 이젠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노인의 말이 마치자, 경순이가 손 하나를 빼내어 어르신 손등 위에 살포시 올려 만두손을 만들었다. 경순이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노인은 토해내듯 울었다. 나는 울컥하는 목젖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창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느덧 3월의 늦은 눈은 잦아들었고. 내일이면 해가 뜨고 알맞은 온도에 빛이 내려 얼어붙은 것들이 거리에 쌓이지 않도록, 하늘이 다시 구름 위로 데려갈 것만 같았다. 뒤에서 들리던 슬픈 하모니도 옅어지기 시작했고,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센스 있게 포트기에 버튼을 눌러 물을 끓였다. 보이차를 우려내 머그컵에 따라 노인에게 건넸다.
"아이고 죄송해요. 이게 무슨 민폐인지.."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르신을 향해 수줍은 미소 한 방 야심차게 날리고 어색한 종종걸음으로 카운터로 몸을 숨겼다. 지켜보던 경순이가 빙긋 웃는 게 보여서 두 볼이 발그레해졌다. 괜스레 쑥스러워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장부를 뒤적였다. 볼 것 도 없는데.
"어머님! 그럼 손주 생각날 때마다 헌책방으로 오실래요?
경순이가 호기롭게 말했다. 뭐야 또 지마음대로? 고개를 퍼뜩 들어 마뜩찮은 눈으로 이경순을 쏘아보는데. 막막해하던 노인이 활짝 웃으며 상실감을 털어내듯 기뻐했다. 그 모습에 나는 눈알에 독기를 빼고 시든 꽃처럼 장부에 코를 박았다. '아 귀찮은데..' 속엣 말을 하면서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어? 나비 왔네?"
얼마 전 새롭게 군식구가 된 치즈 고양이가 쇠철 의자에 몸을 비비고 있었다. 경순이는 서둘러 카운터 밑으로 몸을 숙여 사료 통에서 밥을 퍼담아 밖으로 나갔다.
"에구 추운 날 쟤들은 집 없어 힘들겠네.."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서며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경순이가 꽤 튼튼하게 집을 만들어줬어요."
"어머 그래요? 젊은 사람들이 맘씨가 좋네요."
경순이가 하는 다른 건 다 못마땅해도 길양이 밥을 주는 것과 이층으로 올라가는 실내 계단 밑에다 집을 만들어준 거에는 흔쾌히 찬성했다. 나무상자 안에 스티로폼을 넣어 폭신한 이불을 깔아 도톰한 천으로 커튼을 만들어 겨울집 만드는 걸 도왔다. 저 놈이 꽤 영리해서, 낮 동안은 어디서 실컷 쏘다니다 밤이 되면 돌아온다.
"실내계단에다 집 만들어 주자는 아이디어는 현조가 낸 거예요."
경순이가 뿌듯한 눈빛을 날리며 말했다. 뭐... 길양이가 쥐 같은 것만 주워오지 않는다는, 그런 약속만 해주면 군식구로 받아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비는 임신을 한 상태였고. 임신하기 전에는 생리를 했었다 하고. 생리를 하는 채로 추운 길을 헤맨다기에. 그 말을 듣고는 저 추운 거리를 피를 흘리며 아프게 떠돌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워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저 노랗고 고독한 생명에게 누울 자리 하나는 내어주고 싶었다.
다음날, 경순이가 차려놓은 늦은 아침을 천천히 먹고 가계부를 정리하고는 고장 난 변기처럼 꽉 막힌 글을 짜내보다가. 재방하는 드라마 몇 편을 연달아 시청하고는. 오후 두 시쯤 한강으로 나갔다. 햇볕은 짱짱한데 눈은 녹지 않았다. 다만 어떤 부지런한 이가 한쪽 구석으로 몰아 야트막한 얼음동산을 만들어 놓았다. 혹여 누군가가 미끄러워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에 빗질한 자국이 보였다. 드문드문 세워진 눈사람을 구경하면서 한 시간 정도 고수부지를 걷다가 헌책방으로 걸음을 돌렸다. 강변북로 위에 드리워진 구름다리를 건너는데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어린 시절의 부모님이 난데없이 떠올랐다.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던 엄마아빠가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된장찌개를 바글바글 끓여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에 행복하고 안전했던 감정이 다리를 건너다 왜 생각이 났는지 모를 일이다. 다만, 주어진 생을 버텨낼 용기는 그때 경험으로 생겨난 건가? 다음날이면 화수분처럼 자라난 힘은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 한 조각이 만들어낸 건가? 책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뜬금없이 떠올랐다. 돌아갈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있는 누군가 있다는 건, 그저 평범하게 누릴 당연한 일상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왜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떠오르는 건 참 많은데 그 생각들과 감정들을 잘 모르겠는 때가 알 때보다 많다. 왜 나는 잘 모르는 걸까? 마치 글을 쓰고 싶어 미치겠는데. 할 말도 참 많은데. 종이 위에 점점만 찍고 있는 답답함이랄까? 아... 모를 일이다. 입을 반쯤 벌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숨을 멈췄다. 가슴이 풍선처럼 팽창하다가 푸쉬시 바람 빠져 쪼그라든다.
"나 왔어. 이경순 씨.."
그녀의 이름을 무미건조하게 부르며 책방의 유리문을 열고 발을 내딛자. 삐걱 나무 바닥이 먼저 인사를 한다.
"환영합니다!"
경순이가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운동하고 났더니 출출해. 샌드위치 남은 거 없지?"
"응 샌드위치는 이미 동났고. 약밥 있어."
"웬 약밥?"
"가을이 할머니가 주고 가셨어."
"가을이 할머니가 누구야?"
"어제 동화책 할머니. 손녀 이름이 가을이래."
"아.. 참 책값 드렸어? 어제 부득부득 안 받으셔서.."
"음.. 안 받는 게 좋을 듯해. 돈 받으면 손주를 파는 것 같으신가 봐.."
"그게 무슨.. 책은 책이지.."
"자식 보내는 부모 마음이 그런 거지 뭐.."
"참내 언제 보낸 자식 있어? 뱃속에 들었으면서 누가 보면 자식 여럿이랑 이별 좀 겪은 줄 알겠네? 너 가끔 아주 많은 걸 겪고 다 아는 사람처럼 구는 거 맘에 안 들어!"
경순이가 아득한 눈으로 먼발치를 바라보다가 함초롬한 낯빛으로 돌아보았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벙긋하더니, 아니다.. 표정으로 이내 입을 다문다.
"아 뭐야? 왜 말을 하려다 말어?"
이경순이 씁쓸하게 웃었다. 문득 떠오르는 내 생각처럼 짐작할 수 없는 저 얼굴. 텅 빈 듯 꽉 차있는 눈동자. 보통인 것처럼 툭툭 던지는 굴곡진 그녀의 과거들. 대략 짐작은 하지만 또 기겁할만한 뭔가가 있는 건가? 자꾸 추측하게 만드는 비밀스러움이 느껴진다. 혹시 그런 게 있다면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내색 없이 있다가 기다리던 애아빠를 만나 무난하게 가줬으면 싶다. 어느 날, 걸음마하는 아이를 데리고 평범하게 책방의 문을 열고 아주 가끔만 들러줬으면 싶다. 머릿속 광활하게 쳐있는 거미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상념들을 톡톡 건드리고 있을 때, 카운터 위에 못 보던 물건이 노란 속살을 뽐내며 빛나고 있었다. 아.. 저 익숙한 정경. 눈살을 찌푸리면서 신경질적인 어투로 물었다.
"저건 뭐야?"
"유리병 레몬 사탕!"
"야! 나 레몬사탕 안 먹고! 싫어하거든? 그 끔찍한 마녀 서맹기 생각 안 나?"
"그러니까. 우리 그때 유리병 깨뜨리기로 했잖아!"
"그래서 지금 저걸 깨자고?"
"서맹기의 레몬사탕은 특별한 아이들만 받았잖아. 여기서는 아무나 다 받을 수 있어. 가을이 할머니도, 샌드위치랑 커피 사러 오는 사람들도. 책 팔고 사는 사람들도."
"그거랑 유리병 깨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저걸 보는 걸로도 마녀 생각나서 싫다고!"
"누구나 레몬사탕을 먹을 수 있는 건! 우리 식으로 유리병을 깨트리는 거야!"
"이경순! 너 참 가지가지 맘에 안 든다!"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