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 데 무에르토스 소나타
시간이 쌓인 피아노의 흑건을 눌러본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억센 소리에 먼지가 피어오른다.
엉망이 된 음을 조율하며, 사내는 마음의 넘침을 경계한다.
현을 바싹 조여 거리를 좁히고, 가까워진 만큼 미소를 나눈다.
서로에대한 과한 바람과 헛된 기대는 느슨하게 풀어
멀리
멀리
떨쳐 버린다.
서툰 너에게 한결, 넓은 이해의 매듭을.
한 숨, 여유로워진 우리의 울림은, 서로의 떨림은
한 곡,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세상을 애틋하게 묶는다.
떠다니는 음표들을 별의 오선지에 내걸자,
건반 위 손가락에도 빛이 튄다.
백건과 흑건의 오르내림을 따라,
다정히 들썩이는 마음.
고독이 켜켜이 쌓여있던 피아노에서
어느덧 구름 위까지
영롱한 화음이 날아오른다.
올해, 아버지 제삿날 썼던 시.
젯상을 준비하며, 내 마음 같지 않은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서운함이 들었다.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지만 속이 끓어서, 뾰족하게 깨진 감정들을 삼키느라 고생했었다. 제사의 본래 목적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소중한 이들과 함께 그리워하고, 그만큼 오래 기억하기. 또 일년에 하루, 아버지를 핑계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모두 만나 얼굴을 살피기. 나는 마음을 단정히 했다. 제사의 의미를 벗어난, 과한 바람과 헛된 기대는 모두 놓아버리고서, 요리를 하는데에 집중했다. 주고받는 이 중 한 사람이라도 분노를 인내할 뿐 되돌려주지 않으니, 화는 맥없이 녹아버렸다. 그 결과 우리 가족, 마치 조율이 되지 않은 피아노처럼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모두 웃을 수 있었다. 내 마음에 잠시 맺혔던 서운함은 한 알, 고운 진주가, 짧은 시 한 편이 되었다.
디아 데 무에르토스,
남미에서 매년 치뤄지는 망자의 날이다.
우리 가족이 마음을 모아 연주한 곡이, 하늘까지 닿았길 바란다.
아버지께서도 우리처럼 항상 웃는 얼굴로, 편히 지내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