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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연 Oct 20. 2024

만개할, 그 아름다움

삶의 여름, 

거센 햇살을 버티며

바라던 이상으로 나아가는 길


차오르는 숨과 타는 갈증에 지쳐

어제에 멈춰 주저앉고도 싶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그대의 미소

만개한 꽃, 그 아름다운.

 

오늘이 찬란히 피어납니다.

인내하는 시간마저 웃을 수 있으니

맞이할 우리 내일, 풍요로운 가을은

흡족하리만큼 기쁘겠지요.


과실처럼 만개한 행복, 

그 아름다울




2024년 서울시 지하철 시 공모전에 출품했던 시.


양식에 맞지 않았는지, 작품성이 부족했는지 뽑히지는 않았지만, 몹시 애정하는 글이다. 퇴근하는 지친 서울시민이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읽은 후 옅게 미소지을 있길 바랐다. 글을 쓰기에 앞서 마음을 정갈히 하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


우리 한국인들은 대부분, 오늘을 살기보단 내일을 준비하며, 그렇게 풍요로울 가을을 꿈꾸며, 여름 뙤약볕 아래서 타는 갈증을 견뎌내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한국인들의 삶의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느낀다.


나는 회사를 다닐 적,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담긴 사진을 올려뒀었다. 일을 하는 중간중간 어머니의 미소를 보면 그렇게 힘이 날 수가 없었다. 하여, 나는 내 시를 읽는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품은 '그 사람'의 미소를 떠올리길 바랐다. 각자 떠올리는 그 분이 누군지는 몰라도, 소중한 그 사람과의 평온한 가을을 생각하며, 힘겨운 여름을, 지친 오늘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길 바랐다.


오래된 꿈을 마침내 이뤄냈을 때에도 사람은 기쁠테지만, 

희망을 나침반 삼아 꿈을 향해 달려갈 때, 우린 진정 행복하니까.


그리고 오늘 역시 삶의 소중한 하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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