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아내 에미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아내가 아들 요한이를 바운서에 태우고 노래를 불러주며 놀아주고 있다. 어젯밤 퇴근 후 내가 요한이랑 놀아주었던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내가 놀아주던 그대로 아내가 요한이랑 놀아주고 있다.
사실은 어젯밤 요한이랑 놀아주려던 것은 아니었다. 요한이 바운서에 앉혀 놓고, 쪽쪽이 물려 놓고, 내가 듣는 음원 사이트 네이버 VIBE로 동요를 자동 재생해 놓고, 요한이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했다. 한동안 글을 못 쓰다, 어젯밤 글발 그분이 마침 오셨다.
쪽쪽이를 물려줬는데도 운다. 기저귀에 오줌을 싸서 찝찝했나 보다. 기저귀를 갈아놓고, 쪽쪽이를 물려놓으니 잠깐 잤다. 잠깐 자더니 깨서 운다. 놀아달라는 거다. 동요를 틀어놓고, 바운서를 흔들어주며,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데, 요한이는 계속 운다. 진심을 담아 놀아주지 않는다고 우나보다.
스마트폰에서 브런치 앱을 꺼 놓고, 바이브 앱 가사 모드로 켜놓고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으로는 바운서를 밀어주며, 아들 앞에서 댄스를 추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안 운다.
시무룩한 무표정으로 아빠의 쇼를 움직임 없이 구경한다. 어쩌다 잠깐 씨익 웃어 준다. 아직 웃는 근육이 발달하기 전이다.
앞뒤로 흔들리는 흔들의자(바운서)에 앉아 아빠의 쇼를 시무룩한 표정으로 미동도 없이 지켜본다. 울지 않고 지켜본다는 것은 재미있다는 뜻이다.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흔들의자의 앉아 아빠의 쇼를 눈도 깜빡 안 하고 구경한다.
아기가 재롱을 떤다고 하지만, 아기가 아빠 엄마에게 재롱을 떠는 게 아니라, 아빠 엄마가 아기에게 재롱을 떤다. 물론, 아직 요한이가 아동 발달적으로 재롱떠는 근육이 발달하기 이전이기는 하다. 아직 아동 발달적으로 요한이가 웃는 근육이 발달하기 전인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