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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Oct 13. 2024

#5. 눈물의 로또.

SF멜로 연재소설 《다시, 만나러 갑니다.》

전화벨이 울렸다. 조용한 아침,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그 순간. 그런데 아내 수현은 이상하게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손이 떨렸다. '설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를 잡았다.

“축하드립니다. 고객님께서 구매하신 로또가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수현은 손에 쥐고 있던 커피 잔을 떨어뜨렸다. 진짜일 리가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확인해보기 위해 로또 티켓을 집어 들었다. 티켓에 적힌 번호를 천천히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번호들은 완벽하게 일치했다.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기쁨과 충격이 혼합된 감정이었다. 로또 1등. 그건 누구나 꿈꾸지만 결코 자신의 일로는 여기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수현은 그 꿈의 주인공이 되었다. 80억 원 이상의 당첨금.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삶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재민 씨에게 말해야 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아내로서, 그녀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돈은 행복을 사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수현은 시한부 암 환자였다. 의사는 그녀에게 세 달 남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재민에게 말하지 못했다. 차마 그를 상처줄 용기가 없었다. 매일 웃으며 그를 대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남편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지만, < 시간 속에서 서로의 손을 놓친 듯했다. > 그리고 이제 이 엄청난 돈이 그들의 관계를 되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혼란을 가져올지에 대해 두려웠다.

“내가 없으면 재민 씨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 돈이 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그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그날 저녁, 수현은 재민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재민 씨, 나 할 말이 있어.”

재민은 피곤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요즘 그의 일상도 힘겨웠다. 그들은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이제 잿빛 감정으로 변해 있었다.

“로또에 당첨됐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재민은 한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하지 마, 수현아. 지금 그런 농담할 상황이 아니야.”

하지만 수현은 고개를 저으며 티켓을 내밀었다. “진심이야.”

재민은 티켓을 받아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박였다. 그의 손에 쥐어진 그 작은 종이 한 장이 그들의 운명을 바꿀 거란 생각이 밀려들었다. 순간 재민의 표정도 급격히 변했다. 기쁨과 놀라움, 그리고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이게… 정말이야?” 재민은 티켓을 다시 확인했다. 번호가 맞았다. 그는 이제 돈을 어떻게 쓸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수현과의 미래.

하지만 수현은 이미 결심을 한 상태였다. 이 돈은 그녀가 떠난 후 남편을 위한 것이었다. 그가 자신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그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그녀는 이미 몸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그 미소마저도 억지로 유지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재민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손을 떨며 말했다. “이제… 우리 뭐든 할 수 있어. 꿈꾸던 여행도, 새로운 시작도. 우리 같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현은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슬픔을 억누르려 애썼다. “재민 씨… 난…” 그녀는 그 말이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재민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에 공포가 밀려왔다.

“의사가… 3개월 정도 남았대.” 수현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니까 이 돈은, 당신이… 나 없이도 행복할 수 있도록  돈이야."

재민은 그 순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 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것,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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