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라고 할머니 댁으로 가던 저녁시간이었다.
차창밖에 아까부터 자꾸 우리만 졸졸 따라오는 달님이 유독 밝고 커다랗다.
아이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꼭 빌어야 한다며 약속이나 한 듯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 제발 크게 해 주세요.
| 응? 뭐라고 했어?
| 크게 해 달라고.
| 뭘?
| 나!!
4살이 된 심쿵이가 두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소원을 들킨 게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 왜? 왜 커지고 싶어?
| 아~ 빨리 커서 엄마 안아줄라고.(이래서 심쿵이)
힝 하고 나는 우는 시늉을 했다.
옆에서 7살 사과는 제법 진지했다.
| 엄마, 나는 또또(강아지 인형)가 진짜로 깨어나게 해달라고 빌었어. 근데 엄마 또또가 깨어나서 살아나도 걱정되는 게 있어.
| 뭔데?
| 또또는 살아나면 바로 병원 가야 돼. 눈이랑 코가 다 깨졌거든...
웃음이 너무 났지만 꾹 참았다.
한참을 말이 없이 가다가 사과가 다시 말을 꺼냈다.
| 아무래도 내 소원은 안 들어줄 거 같기도 해...... 또또가 정말 깨어날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찬가 보다. 아이는 설레고 있다.
| 깨어날 수도 있지. 기다려보자. 깨어나면 좋고, 안 깨어나더라도 우리랑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니 좋고.
| 왜? 깨어나면 오래 못 있어?
| 또또는 강아지잖아, 강아지는 우리만큼 오래 살지는 못해. 15살 정도까지 밖에 못살아. 개는 사람이랑 다르거든.
다음날 저녁 창밖을 보던 사과가 물었다.
| 엄마, 오늘도 보름달 있어? 소원 빌고 싶은데.
| 응, 있어. 빌어도 돼. 오늘은 뭐라고 빌려고? 말해줄 수 있어?
| 아~ 또또 깨어나게 해달라고 한 거 취소하려고.
| 응? 왜?
| 깨어나면 오래 못 사니까. 또또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데... 절대 절대 깨어나면 안 돼, 진짜야.
그냥 인형으로 있는 게 더 나은 거 같애.
내가 괜한 말을 한 건가.
또또는 사과가 두 돌이 지났을 무렵부터 줄곧 함께였다.
세월 탓에 눈과 코는 다 깨지고 털은 기름이 다 빠져서 푸석한 데다 이제는 아무리 세탁을 해도 티도 나지 않을 만큼 꾀죄죄해져서 몰래 버리려고도 해봤고 똑같은 걸 사주겠다고 회유도 해보았지만 여태 사과 옆에서 먹고 자고 논다. 잘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밥 먹을 때 또또도 한 입씩 떠먹여 주고 목마를까 봐 물도 갖다 준다. 인형인 거 알지만 너무 소중해서 진짜라고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텔레비전을 볼 때 자기 옆에 예쁘게 앉혀서 같이 보고 무심하게 돌아가는 세탁기 안에 있는 또또를 보며 중얼거린다.
| 우리 또또 많이 어지럽겠다...
다른 때는 다 큰애 같다가도 또또랑 함께 있을 때는 아직도 세 살배기 같다. 그런 또또가 깨어나 진짜 밥을 먹고 눈을 마주치고 자기 볼을 핥을 상상에 얼마나 행복했을까.
귀엽다가도 어쩐지 마음이 찡하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제발 또또를 깨어나게 해달라고 백일기도라도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