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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Mar 28. 2021

회복의 시작

사랑받기 위해 무언가 해야 했던 그 아이는

대가 없는 사랑을 어색해했다

빈 주머니만 연신 뒤적이더니 

짧은 문자 몇 개로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너는 그랬겠다

내가 주는 무언가가 아주 좋으면서도 아주 불안했겠다

나는 값을 치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 삶은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가기 싫은 듯 바라보며 

멀리 가겠다고 말하는 네가 

나보다는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

작은 컵에 뜨거운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 


덜덜 떨리던 두 손으로 컵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인 네가 

추위에 떠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누군가의, 무언가의 뜨거움이라도 전해졌으면 했다.


Szentendre, Hungary(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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