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 위해 무언가 해야 했던 그 아이는
대가 없는 사랑을 어색해했다
빈 주머니만 연신 뒤적이더니
짧은 문자 몇 개로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너는 그랬겠다
내가 주는 무언가가 아주 좋으면서도 아주 불안했겠다
나는 값을 치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 삶은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가기 싫은 듯 바라보며
멀리 가겠다고 말하는 네가
나보다는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
작은 컵에 뜨거운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
덜덜 떨리던 두 손으로 컵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인 네가
추위에 떠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누군가의, 무언가의 뜨거움이라도 전해졌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