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50분에 나간 전기는 오후 5시에 들어온다더니 6시 40분이 넘어도 들어 올 조짐이 없다.
주일예배는 무반주로 일어서서 1시간을 찬양을 했다.
지난주에는 3시간이나 예배를 했었던 터라 스태프에게 2시간이 적당한 시간이라고 은근슬쩍 말을 건네었다.
금요일에 고아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대학생들은 4시간을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며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지만 젊음이란 약은
금세 원기를 회복시킨다.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이 녹아가고 있다. 아껴먹는 쵸코아이스바를 미미 씨의 남편은 아이들에게 인심을 쓰듯 먹으라고 재촉까지 한다.
아들은 스마트폰 배터리를 다 사용했는지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나더니 오히려
기운이 안 난다고 한다.
둘째 아이는 요 며칠 사이에 '천 원짜리 변호사'라는 드라마에 빠졌는데
거실에 있는 TV화면으로 철 지난 드라마를 못 보는 것을 아쉬워한다.
미미 씨가 텃밭에서 딴 호박잎을
씻어서 전자랜즈에 넣으려는 찰나
전기가 없음으로 맥이 풀렸다.
꽁꽁 얼려둔 오징어와 새우가 녹아가고
생김치를 넣어둔 김치냉장고에서는 김치가
전기가 없음으로 익어간다.
저 멀리로 지나가는 버스의 클랙션 소리와 오토바이 소리.
저녁 귀가를 준비하는 새들의 지저귐과
집안을 서성거리는 발소리와 대화소리.
부엌에서 요리하는 소리조차도 아름답다.
저녁 7시가 되니 기다리던 전기가 들어왔다.
전기가 있음으로 다시 집안팎으로
활력이 넘치니 더욱 감사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