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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Jun 21. 2024

모자

100일

2년 전에 어머니댁을 방문했을 때 화장실과 부엌이 세련되게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다. 어머님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거의 우리에게 알리지 않으신다. 특별히 본인이 아프시면 다른 자식들에게 이야기해서 우리에게 말이 안 들어가도록 입단속을 시키신다. 이유는 멀리에 있는 우리가 걱정하고 속상해할까 싶어서다.

좋은 소식 또한 자랑하지 않으신다. 이 또한 그것을 못 하는 다른 자식이 속상해할까 싶어서다. 어머니는 배려하는 맘이 대단하신 분이시다.


현광등이 환하게 비취는 부엌 싱크대에서 남편이 설거지를 한다. 어머니가 그 옆을 오가시다가 내 스마트 폰 사진에 클로즈업이 되었다. 에게 만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아들이 다. 가슴 한쪽이 뭉클하다. 모자의 뒷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6월 21일(금), 100일 감사일기

1. 1박 2일을 어머니 댁에서 자고 저녁으로 김치찌개와 아침으로 소고기 미역국과 점심으로 간장양념돼지불고기를 먹었다. 어머니에게 고기를 직접 양념하셨냐고 물어보니 시장에서 사 오셨다고 한다. 질 좋은 고기를 사려고 먼 길을 다녀오셨을 거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미리 먹거리준비하신 어머님의 수고에 감사.

2. 어머니 댁 아파트 상가에 있는 미용실에서 디지털 파마를 8만 원 주고 했다. 파머 약 냄새도 안 나고 시간도 짧았다. 파머가 잘 나와서 감사.

3. 천안선교회에서 남편이 강의를 했다. 2009년에 케냐로 10개월 동안  단기봉사활동을 하러 왔었던 대학생이 천안지구에서 스테프로 일하고 있다.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 감사.

4. 아들이 대치동에 있는 어학원에서 다음 주 금요일부터 알바를 시작한다. 공군 통역병으로 가기 위해서 스펙이 필요하다고 한다. 헌혈은 2주에 1번씩 하고 알바를 시작할 것이고 봉사활동을 알아보고 있다.(외국에서 봉사활동을 해도 한국에 기록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함)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아들을 응원하며 이 또한 감사.

5. 천안과 가까운 탕정 친정집에서 하룻밤을 잔다. 날씨가 덥지만 밤에는 시원하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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